(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2월 임시국회가 오는 17일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과연 세무사법개정안은 법사위 문턱을 넘어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다뤄질 수 있을까? 지난 4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여상규, 이하 법사위) 전체회의를 되짚어 보면 그리 녹록하지는 않아 보인다. 율사 출신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법사위에서 변호사에게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계류 중인 세무사법개정안의 핵심은 2004년부터 2017년 사이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사 자격을 자동부여 받았으나 '등록'을 할 수 없게된 변호사에게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외한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되 1개월 이상의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여상규 위원장은 지난 4일 전체회의에서 세무사법개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내비쳤다. 여 위원장은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 여야 간사 모임을 통해 세무사법개정안을 제2법안심사소위로 회부하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법사위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여 위원장은 “법무부와 대법원이 기재위를 통과한 세무사법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의견에 대해서는 법사위원들의 해석에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 등록을 받아주라는 것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입법 개선 시한이 지나 ‘효력을 상실한’ 법률조항을 근거로 서울청이 원고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 갱신신청을 반려한 행위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 (기사 참조 - ‘大法 판결’ 오해가 부른 파장…세무사법개정안 막아선 법사위 전체회의)
법무부의 반대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2018년 4월 26일 헌법재판소에 세무사법 제6조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이후 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는 같은 해 7월 세무사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018년 기재부, 변호사에 ‘장부작성 대리·성실신고 확인’ 업무 배제
기재부가 입법예고한 세무사법개정안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게 변호사 세무대리업무 등록부에 등록을 허용하되, 장부작성 대행 업무 및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에 따른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한 세무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입법예고한 세무사법개정안은 법무부의 반대로 좌초됐다. 법률 개정안이 정부안으로 제출되려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모두 전원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개정안은 법무부의 반대로 차관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법무부에서 다른 부서의 입법정책에 이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2018년 기재부 개정안처럼 아예 정부안 성안을 막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다.
이후 기재부는 법무부와의 의견대립을 겪다가 국무조정실의 조정을 거쳐 새로운 법률안을 이듬해인 2019년 9월 30일 정부안으로 제출하게 된다. 이 정부안에는 세무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를 허용하되, 변호사가 변호사 세무대리등록부에 등록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실무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후 정부안과는 또 다른 내용의 의원입법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2018년 기재부 안과 같이 변호사에게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배제하고 실무교육은 시행령에 따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고 실무교육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세 가지 개정안에 대해 국회 기재위에서 심의한 결과 변호사에게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배제하고 실무교육을 1개월 이상 받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대안을 지난해 9월 30일 통과시켰고 바로 법사위에 회부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법률 개정 시한인 2019.12.31.을 넘기면서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
▲그 어렵다는 ‘세무조정’ 왜 변호사에 무조건 개방되나?
이번에 발의됐던 세무사법개정안(정부안, 김정우 안, 이철희 안, 기재위 안)에는 모두 ‘세무조정’ 업무를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에게 개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세무조정이란 기업회계 상의 당기순이익을 기초로 관련 세법의 규정에 따라 세무조정사항을 가감하여 세무회계상의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절차를 말한다.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숙련된 경험 없이는 개인과 기업의 소득세와 법인세 세무조정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세무조정을 왜 변호사에게 무조건 개방하도록 되었을까? 바로 지난 2018년 4월 26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2016헌마116)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세무사법과 함께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 대해 심판했다.
헌재는 세무사법에 대해서는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여 세무사의 자격이 있는 자만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제6조제1항과 세무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할 수 없게 한 제20조 제1항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2015헌가19).
같은 날 헌재는 법인세법(2015.12.15. 법률 제13555호) 제60조 제9항 제3호와 소득세법(2015.12.15. 법률 제13558호) 제70조 제6항 제3호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2016헌마116). 해당 조항의 내용을 보면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정반에 소속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그 하나로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게는 세무사 자격만 주어졌을 뿐,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게 되었기에 헌재는 “세무조정업무를 일체 수행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봤다.
결국 헌재가 내린 두 가지 판결 중 법인세 및 소득세의 세무조정계산서 작성과 관련한 헌법불합치 판정(2016헌마116) 때문에 세무조정 업무가 변호사에게 개방된 것이다.
지난 4일 법사위에서 일부 의원이 “세무조정도 변호사에게 개방됐는데 그보다 더 기초적인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세무사법개정안 법사위 문턱 넘을까?
법사위 전체회의에 다시 회부된 세무사법개정안은 의사봉을 쥐고 있는 여상규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세무사법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으면 세무사법의 ‘등록’ 규정이 실효돼 720명에 달하는 신규 세무사 합격자는 물론 국세청의 은퇴자 등 신규 세무사까지도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는 등 입법 공백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여상규 위원장과 일부 율사 출신 의원들은 상임위인 기재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무부와 대법원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통과에 반대했다.
법무부 의견은 같은 법조인인 변호사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대법원판결에 대해서도 잘못된 해석이 있기에 아쉬운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주장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5월 임시국회 논의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법안을 통과시키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정안을 내는 것이 순리”라는 의견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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