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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문가칼럼] 자살한 경우 산재에 해당될까?

 

 

(조세금융신문=최문광 노무사)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 산재에 해당될까? 가정불화로 자살한 경우는? 과거에는 자살의 경우 산재로 인정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자살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 산재로 인정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논리로 자살을 산재로 인정해주는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업무와 관련한 자살이 산재로 인정된 판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업무상의 재해란 무엇인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9392 판결,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 참조).

 

2. 주요 사실관계

 

회사에 입사한 이후 오랜 기간 줄곧 기계부품류의 생산‧가공 업무만을 수행하던 망인이 소외 회사의 작업형태 변경에 따라 두 차례 고사한 끝에 작업장의 전반적인 관리 및 지도,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리더직을 새로 담당하게 되면서,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는 성격의 망인으로서는 종전에 자신이 담당하던 부품 외에 다른 부품과 그 관련 기계를 알지 못하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질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등 중압감과 불안감에 시달렸고 조원들 중 다수가 다른 부서에서 전입하거나 망인보다 나이가 많음으로 인하여 작업방식에 대한 지시‧통솔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심한 스트레스가 누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망인은 리더직을 맡으면서부터 급격히 우울증세를 나타내고 회사 동료들에게 자신의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리더 업무를 수행하던 중인 2009년 6월 15일부터는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았으며, 리더직을 그만둔 2009년 7월 1일 무렵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되어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결여된 정신병적인 증상을 보이기에 이르렀고 리더직을 그만 둔 후에도 망인의 자살 시도 전날까지 계속 우울증세 등에 대하여 치료받았다.

 

망인은 평소 동료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우울증 등 신경정신병적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전혀 없으며, 또한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업무환경의 변경 및 그로 인한 업무 수행의 어려움에 따라 망인이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급격히 우울증이 유발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장기간 특별한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여 오면서 그 기능 및 보유능력을 인정받아 온 망인이 리더직을 맡은 후부터는 위와 같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동료들로부터 예전보다 크게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세를 보였고, 실제로 우울증이 발병하여 치료를 받았으며, 특히 리더직을 그만둘 무렵에는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을 정도로 우울증이 악화되기에 이르렀으므로, 위와 같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망인이 받은 정신적인 고통과 그로 인하여 발생‧악화된 우울증은 매우 심각한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중압감 내지 불안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현과 악화정도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망인이 리더직 수행의 중단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아니하여 자살을 시도하였고, 그 시도 직전에는 극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으며, 공휴일 오후에 혼자서 집에 있던 중 자살을 시도하였고, 망인에게 자살 선택의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만한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들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망인에게 발병한 우울증이 악화되어 망인이 자살 시도 무렵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나머지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며, 비록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망인이 자살을 시도한 시기가 리더직의 수행을 그만둔 후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인사관리상 시사점

 

업무수행의 어려움이나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경우 산재로 인정된다. 회사는 인사관리권이 있으므로 업무상 필요에 따라 전환배치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환배치로 인해 근로자가 업무수행의 어려움을 겪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직무교육,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적응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최문광 노무법인 한성 대표노무사
• (현)고용노동부 국선노무사
• (현)법원전문심리위원
• (현)중소기업청 비즈니스지원단 자문위원
• (전)근로복지공단 권익보호담당관
• (전)청소년근로조건보호제도 강사
• (전)워킹맘워킹대리고충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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