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한 가운데 이를 두고 부자 감세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9일)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께서 마음 졸이는 일이 없도록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시가격과 시세 차이가 벌어질수록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저가주택 보유자보다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250억원에 분양됐는데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로 따져보면 원래 분양가 250억원 보다 86억원 낮아진 164억원으로 공시 가격이 책정된다.
그러니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로 1주택자 보다 다주택자가, 저가주택 보단 비싼 주택을 보유할수록 적용되는 공시가격과 시세차이가 커져 세금의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2020년 여야 합의로 관련법이 통과됐고, 점차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려 2035년에는 시세의 90%까지 반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시작된 부동산 침체로 시세는 떨어지는데 뒤늦게 반영된 공시가격은 오르는 등 문제점이 발견되자 정부는 이를 폐지키로 발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계획대로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렸다면 재산세 부담은 시세 변화와 관계없이 추가로 61%가 증가하게 되고, 2억원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역건강보험료는 3배까지 오르게 돼 있다”면서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거주비 부담을 급등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민생을 악화시켜 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현실화 계획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69.0%)으로 되돌리고 올해엔 이를 동결하면서, 사실상 현실화 계획 폐지 수순을 밟아왔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 교수는 “공시가격이 떨어지면 서민보다 부자가 더 이득을 얻게 된다”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및 적절한 공시가격 재설정을 위한 임시적인 조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공시가격 차등 현실화’가 바람직하다”며 “서울 80%, 지방 대도시 70%, 농지 60% 이런 식으로 차등 적용해야 농지나 임야를 가진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로부터 적정 수준의 세금도 걷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부자 감세일까 더 거둬야 되는데 이제 덜 걷는다는 차이다”면서 “공시가격 부담은 부자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공시가격)현실화를 해서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발상은 애초에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만든 민주당도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다“면서 “공시가격 현실화는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급조됐고 부동산 정책이 실패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국민들이 느끼기에 세 부담은 누구에게나 똑같아야 한다”면서 “공시가격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국민들한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