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소 2020년 수준으로 부동산 세금 부담을 낮출 것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올해보다 더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원 장관은 21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대국민 약속은 최소한 2020년 수준으로 세금 등 부동산 관련 국민 부담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공시가에 대해선 조세재정연구원이 공청회에서 제안한 (동결) 정도로는 부족해 더 강화한(현실화율을 더 낮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내년에 적용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의 71.5%(평균)보다 더 낮춰 보유세 부담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달 중 공시가 현실화 계획 수정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원 장관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 너무나 단기간에 급속도로 진행됐다"며 국회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법안 처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늦거나 모자라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에 대해선 "세금을 위주로 부동산 거래를 막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이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중도금 등 대출 규제 추가 완화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둔촌주공 등 특정 주택단지를) 조금 더 분양시키려고 전체를 움직이는 건 쓰는 도구와 효과가 맞지 않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도금 대출 보증 상한을 12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3.3㎡당 일반분양가가 3829만원으로 확정되며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12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보니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이에 원 장관은 "중도금대출 규제를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린 것도 큰 마음으로 한 건데(큰 결정인데) 둔촌주공 분양가가 12억원이 넘으니까 또 올려버리면 정책의 기준이 어디인지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힌다"며 "특정 주택단지 중심으로 올릴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걱정되는 건 공급 금융이 지나치게 위축된 것"이라며 "공급 보릿고개가 와서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할 여지를 쌓아두면 안 된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금융이라는 게 어느 하나가 뚫리기 시작하면 전체가 순식간에 위축되기 때문에 급성으로 가지 않고 완화하면서 흡수할 수 있도록 긴장감 갖고 있다"며 "쓰러진 다음 구제 금융이 아니라 단체 방파제를 어떻게 두텁게 쌓을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과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수익 나눠 먹기에 치중한 일부 증권사는 더 부담하게 하고, 건설회사·공제조합도 참여하는 단체 금융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급 쪽이 쓰러지는 데 대출해서 집 사라는 것은 부분과 전체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해제 여부에 대해선 시장 상황을 좀 더 모니터링해 판단하겠다면서 "규제지역을 풀어 거래를 이루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등록 임대사업자 혜택 부활에 대해선 "등록임대사업을 넓혀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소형 아파트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한다면 임대 의무기한도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등록 임대사업자들이 시세 차익이 아니라 장기 임대수익으로 만족하고 정부 통제에 따르도록 하는 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해 12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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