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창남 인천대 교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구글세 등도 같은 학교운동장에 있는 술래잡기 놀이기구다. 앞의 둘은 어떻게 하면 세금을 줄일 것인가에 초점이 있고 마지막은 이들을 잡기위한 방편일 뿐이다.
납세자들은 머리카락 보일라 걱정하며 온 세계 방방곡곡에 꼭꼭 숨는 것이고 과세관청은 술래가 되어 이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전자는 스마트 폰의 위치정보를 끄고 다니는 반면, 후자는 호롱불을 켜들고 비원 근처 궁중을 왔다 갔다 하는 순라(巡邏)와 같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납세자의 절세권 행사는 보장되어야 한다
세법상 납세자의 절세권이 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가장행위(假裝行爲)나 위법한 거래로 평가되지 않는 이상, 납세의무자로서는 조세법률주의의 토대 위에서 조세의 부담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거래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납세자가 조세피난처(tax havens)에 진출하든지 아니면 그곳에 설립된 금융기관을 통해 투자를 하는 것은 위법한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1998년 IMF 사태 이후 외환거래가 자율화 되었다. 즉, 내국인(내국법인 포함)의 해외투자가 자율화 된 것이다. 허가제가 신고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신문지상에 조세피난처에 투자한 기업이라고 보도가 된다고 하여도 세법상해당 기업을 탈세자라는 시각에서 볼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가장행위인가? 반드시 그렇게 볼 사안도 아니다. 물론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주식 등을 명의신탁(名義信託)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도 마찬가지다.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위험회피전략 중의 하나다. 예를 들면, 선박회사의 경우 재산세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이를 편의치적(便宜置籍)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보편적이다.
그리고 기름유출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그곳에 해당 선박의 모든 법률적인 권리와 의무를 속하게 한다. 만일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여 거대한 손해배상액을 물어줄 경우가 발생하면 그 배가 속한 원래의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이퍼컴퍼니가 피해보상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파산신청을 하여 선박회사의 경영안정을 꽤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찌 나쁘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해외에서 대규모 건설공사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입찰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모두 공개하여야 하는데, 페이퍼컴퍼니가 공사에 당사자로 참여할 경우에는 해당 페이퍼컴퍼니의 재무자료만 공개하면 될 일이다. 국내의 본사나 모기업의 재무제표 및 기업의 비밀자료를 구지 제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래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 것을 경영의 측면에서는 구지 비난할 일은 못된다.
구글세(google tax)는 구글(google)과 같은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가 나라마다 서로 다른 세법체계의 ‘빈 공간’과 ‘어긋나는 점’을 헤집고 다니고 있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돈을 지급하는 국가에서 불문곡직하고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소득이나 소비의 과세체계는 사업장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경우 구지 소비하는 국가에 사업장을 둘 이유가 없다. 그냥 인터넷만 연결되면 사업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과도한 절세권 행사는 다른 납세자와 조세부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상적인 세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예: 미국)와 직접적으로 거래를 한 경우와 한국에서 조세피난처 경유하여 미국과 간접적으로 거래한 경우, 아무래도 후자의 거래가 한국에서 부담하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다. 조세피난처에 부당한 이익을 떨어뜨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기업은 스스로 회계처리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세피난처의 회계기준이나 금융관행 및 세무행정체계를 보면,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전자가 훨씬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다.
왜냐면 조세피난처는 돈이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법체계를 간단하게 꾸려놓았고 아울러 그곳에서 누가 얼마는 어떻게 벌었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기 때이다. 또한 우리나라 과세관청이 얻을 수 있는 조세정보가 거의 없고 아울러 얻을 수 있는 수단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세법체계가 조세피난처 거래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도 갖추지 못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에서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이는 그 실질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 끊임없는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많다. 결국 변호사에게만 좋은 일 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아닌 말로 조세피난처에 쌓아둔 돈을 국내로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과세관청이 그 흔적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과세권이 조세피난처에서 행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세피난처 거래에 대한 세법상 특례규정의 도입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결국 조세피난처 거래에 대한 세법상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만, 정상적인 국가 간의 거래와 조세피난처를 경우(또는 이용)한 거래와의 세 부담의 형평성을 어느 정도라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조세피난처 사이에 정보교환협정이 발효된 경우가 극히 드물다(2016년 4월 현재 40여개 조세피난처 중 쿡아일랜드, 마셜제도, 바하마, 버뮤다 지역만 조세정보교환협정이 발효 중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납세자가 조세피난처와 거래를 하는 경우, 그 거래가 정당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납세자로 하여금 지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조세피난처와 거래는 일단 공격적인 조세회피나 탈세가 농후한 거래로 보고 과세관청이 마련한 잣대가 정당하다고 하는 추정 규정을 두고 (마치 추계과세처럼), 그렇지 않음을 주장하려면 그 주장을 하는 자(납세자)로 하여금 입증하게 하는 규정을 세법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프랑스가 이렇게 하고 있다.
둘째, 조세피난처와 거래는 납세자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투자 위험(risk)이 많기 때문이다. 필경 로펌이나 회계법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들의 조력이 추후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 경우’로 연결될 경우, 이들 조력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여, 일정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해당 자격증의 효력을 박탈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역외소득이나 재산에 대해 누락한 자가 있을 경우 자진신고를 통해 양성화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금유인책을 과감하게 제안할 필요가 있다. 국세부과제척기간의 규정을 적용할 경우 자진신고 사업연도 및 그 이전 5년, 7년 또는 15년 까지 소급하여 과세할 수밖에 없는 세법 규정을 완화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차피 과세관청은 몰랐던 사안이 아닌가. 그리고 앞으로도 모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안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1회에 그친 역외소득누락에 대한 자진신고를 몇 번 추가적으로 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구글세를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향적인 세법 개정이 요구된다
반면 구글세는 조세피난처 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는 세법체계가 과학기술의 발달을 쫒아가지 못해서발생한 것이다. 현재 과세체계는 산업혁명 이후 오프라인 거래까지를 토대로 만들어 진 것이다. 납세자는 특정 시점에 한 국가에서만 존재하고 그 나라에서만 의미 있는 거래를 함을 전재로 한다. 그러나 알파고(AlphaGo)의 세상이 오면 납세자가 동일한 시간대에 여러 나라에서 사업 활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의사가 서울에 앉아서 여러 나라의 환자를 인터넷이나 화상통화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주소와 사업장의 개념을 가지고 소득세제나 소비세제를 운용하였다. 즉, 자기 나라의 납세자에 대해서는 전 세계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고(속인주의),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에 대해서는 자기나라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되 자기나라에 사업장이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구글(google)회사의 거래처럼, 이제는 사업장이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사업장이 없어도 과세를 할 수 있도록 세법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안하고 있는 BEPS 프로그램도 이와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속인주의 과세체계에서 속지주의 과세체계로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나라 세제도 과감하게 속인주의에서 속지주의로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납세자가 외국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과세관청이 다 파악할 수 없다고 본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해주면 별로 남는 것도 없다. 괜스레 세무행정비용만 많이 들 것이다.
한편, 속지주의체계로 전환을 하되 현행 세법상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규정을 삭제하여 고정사업장 유무에 불구하고 한국에서 공급되거나 소비되거나 사용되거나 그 대가가 지급된 경우에는 원천징수 대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공평과세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원천징수대상 거래로 될 경우 이들을 취합하여 누진세 과세여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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