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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가세 안 내는 귀족형 대안학교 “우린 교육자다”

빌린 학교 부지에서 연간 수천만원 학비 받으며 운영
"대안교육 정체성 잃는다" 정부권고에도 학교 등록 거부
학교는 학생 위한 곳, 안정적 재정환경·전인교육 기반 있어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학교 명패만 달면 어디든 학교로 인정해야 할까? 충북의 한 유명 국제형 대안학교가 국세청의 부가가치세 과세에 대해 자신은 교육자이므로 면세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학교는 법적으로 부가가치세를 면제 받는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학교로 인정을 받으려면,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해당 대안학교는 정부 인가를 받아들이면 대안교육의 특색이 사라진다며 인가를 거부하고 있다. 대안이란 명분만으로 국민의 혈세를 지출해야 할까. 그 진상을 풀어봤다.   /편집자 주

 

 

“그곳은 학교가 아니다.”

 

2013년 문을 연 충북의 P 대안학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상위 1%’ 학부모들에게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기 대안학교다.

 

유명인과 유력 재산가의 자녀들도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상파와 유력 언론 지면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연구중심 융합교육 영재 양성, 해외 유학 연계 시스템, 서열과 경쟁 없는 수학중심 교육, 일정 학생 수 미만의 소수정예 운영, 카이스트 출신 교장 등 공교육으로는 안심 못하는 부모들의 갈증을 정확하게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나 다니지는 못한다. 일반 의과대학 정도는 가볍게 넘겨 버리는 등록금 때문이다. 한 학부모의 말에 따르면, 학원, 과외 다니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며,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기숙형 학교란 점에서 부담이 큰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던 2017년, P 대안학교는 동청주세무서장 이름으로 뜻밖의 통보를 받게 된다.

 

‘그곳은 학교가 아니다. 밀린 2014년, 2015년 부가가치세를 내라.’

 

학교의 자격, 전인교육과 학교소유

 

학교는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다. 교육은 헌법 31조에 명기된 4대 의무 중 하나이자 인권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학교로서 작동하려면,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학교 시설이 자기 소유여야 하고, 교육부 장관이 정한 바에 따라 국민공통기본교육상 수업시간의 50%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이는 결코 대충 결정한 것이 아니다.

 

학교는 일반 사업체와 다르다. 국가는 학생이 있는 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학생이 없어 문 닫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경영사정이 나쁘다고 해서 간단히 청산해선 안 된다. 그래서 자기 소유의 학교 등 일정 수준의 자산을 요구한다.

 

정부의 공교육과정도 마찬가지다. 공교육이 입시교육으로 비판받지만, 기본 골자는 전인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윤리와 도덕이 없는 교육, 문학·음악·미술 등 교양이 없는 교육이라면, 아무리 특정 학문에서 탁월한 영재라도 인간애를 배웠다고 하기 어렵다. 미국 유명 대학들의 학과과정에 철학 등 인문학이 필수교과로 포함된 것은 이러한 전인교육의 이념 때문이다.

 

학교의 소유, 공통교과 50% 수업, 대안학교라도 이 두 가지를 지킨다면, ‘학교’란 이름으로 자율적인 교과과정을 만들 수 있고,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각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여러 여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러한 조건을 완전히 지킬 수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교육시설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부가가치세 면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교육부의 지도감독을 받아야 한다.

 

다음은 세무서 측의 주장이다.

 

“P 대안학교는 학교로서 자격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법에 따라 학교는 시설과, 공통교과과정을 수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P 대안학교는 기준을 지키지 않았으며, 교육부로부터 그 어떠한 인가를 받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학교는 혈세로 지원하는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입니다. 하지만 P 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닙니다.”

 

P 대안학교 측은 순순히 자신들이 법 외 학교, 미인가 대안학교란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학교라고 반박했다.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P 대안학교는 학교로서 작동하고 있고, 그것을 교육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왔습니다.”

 

(심판부) “근거가 무엇입니까?”

 

“공교육은 다양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에 부족합니다. 그러기에 교육부는 2006년 11월 ‘미인가 대안교육기관 지원 계획’, 2007년, 2008년 미인가 대안교육기관 재정지원사업 등을 공모하는 등 미인가 교육기관을 관리하면서 그 부족함을 채우려 노력했습니다.

 

P 대안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는 2015년 2월 P 대안학교를 찾아와 미인가 대안학교 실태조사도 했습니다. 2015년 3월엔 P 대안학교에 현장체험학습 안전지침도 보냈고, 메르스 사태 때에는 메르스 대응 매뉴얼도 보내왔습니다.

 

이것이 정부가 P 대안학교를 학교로 인정하고, 관리했다는 증거입니다.”

 

법적으로 학교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세무서.

 

교육부로부터 실질적으로 학교로 인정받아 왔다는 P 대안학교.

 

심판부 결정을 이끈 것은 ‘사실 관계’였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法 외 교육시설

 

본지는 P 대안학교와 같은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을 정부가 지도감독할 수 있는지 교육부에 문의했다.

 

“교육부는 법적인 교육시설만 관리감독할 수 있습니다. 미인가 대안학교를 지도감독할 권한이 없습니다. 미인가 대안학교를 위한 별도의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2006년 이후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재정지원계획은 무엇이었을까.

 

“미인가 대안학교들은 대부분이 매우 열악합니다. 학교가 자기 소유인 곳도 거의 없고요. 재정난으로 문 닫으면, 학생들은 어떻게 됩니까? 최대한 제도권 내로 편입하기 위한 계획이었을 뿐입니다. 미인가 대안학교가 ‘법적 학교’가 되고자 하는 뚜렷한 의욕을 갖고, 또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을 때 학교로의 전환을 전제로 부분적인 관리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P 대안학교는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까. 충북도교육청 측의 답변이다.

 

“(학교로서) 인가 받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요?) 없었습니다.”

 

왜 였을까. 교육부가 P 대안학교에 보낸 2015년 재정지원공모 공문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등록금이 초고가이거나 전인교육이 아닌 입시교육, 해외 유학 등이 주된 교과과정인 곳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학교로서 교육시설과 교과과정을 갖추지 않았으면서 등록금만 비싼 곳은 학교로서 편입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P 대안학교는 이 정부공모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

 

P 대안학교의 어지간한 사립대학 등록금보다 비쌌다. 교육과정은 수학과 프로그래밍(코딩), 영어에 집중돼 있었고, 공통교과과정은 검정고시 통과를 위한 국영수, 사회과학 정도였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성교육은 교장선생님 훈화, 감사 편지 써보기, 기독교 종교활동(채플) 정도였다. 종교와 인종을 떠난 보편적 윤리, 도덕 수업은 확인할 수 없었다.

 

세무서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P 대안학교가 2015년 교육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공문은 현장체험 안전지침, 메르스 대응 매뉴얼, 학업중단 학생을 위한 미인가 교육시설 교육지원사업 공모 등 단 3건.

 

반면, 같은 기간 정식 인가받은 대안학교가 교육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공문은 연 평균 1454건~2076건에 달했다.

 

학교도 자기 소유 건물이 아니었다.

 

P 대안학교는 운동장과 학교건물을 갖춘 곳처럼 보이지만, 이 시설들은 빌린 곳이었다.

 

심판부는 밝혔다.

 

“학교는 교육부가 정한 교육과 관련된 건물과 시설을 갖추었다고 인가 받은 곳이다. P 대안학교는 그러한 등록과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교육부로부터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받았다고 밝힌 공문은 단순한 현황파악이나 안내성 협조에 그쳤다.

 

재정공모지원도 공문만 왔을 뿐 P 대안학교는 신청하지 않았으며, 이 공모사업은 2006년 추진했다가 2008년 끊기고, 다시 2015년 부활하는 등 일관적이지도 않아 교육부가 일상적으로 미인가 교육시설을 관리했다는 근거로 보기 부족하다.

 

부가가치세 면세를 받으려는 대안학교는 학교로서 건물과 교육과정을 갖춰야 하고, 이를 교육부에 알려 승인을 받아야 하나, P 대안학교는 그러지 않았다.”

 

”P 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P 대안학교의 주장은 이유가 없으므로 그 청구를 기각한다.”

 

P 대안학교 측은 이에 반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제도권 벗어나려는 대안교육

 

P 대안학교 심판청구(조심2017전4361)는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를 주고 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세금누수 논란이 제기된다.

 

학교가 아닌 곳이 학교라는 이름으로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 곳은 비단 P 대안학교의 일만은 아니다.

 

이들은 비영리단체로 이름을 올렸을 뿐 주무관청의 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 회계, 예산감사도 없다. 국민의 혈세로 지원이나 면세 특례를 받으려면, 반드시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유치원 사태’에서 보듯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은 만큼 국민의 세금이 학교 관계자에게로 들어가는지 해당 비영리단체로 들어가는 지 알 수가 없다.

 

주무관청인 교육부에서 미인가 대안학교의 명단만 건네주면, P 대안학교처럼 부가가치세를 안 내는 곳을 바로 잡아 낼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협조에 응한 적이 없다.

 

교육부과 보유한 관련 자료는 수 년 전 실태조사를 통해 집계한 미인가 대안학교 289곳의 명단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700~800여곳이 미인가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미인가 대안학교 명단을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다. 만일 그러한 요청이 들어오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공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미인가 대안학교에서 하는 교육이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검증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청소년 교육은 단순 직업교육이나 특성 교육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가치관 형성과 관련된 균형 잡힌 교육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초행길을 가려면, 정확한 길잡이가 필요하듯 모든 국가의 정부들이 충분히 훈련받은 교사에게만 교사 자격증을 주는 것도 교사는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문제가 많지만, 공교육은 검증된 교육과 교습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P 대안학교 핵심 관계자는 검증을 받으면, 대안교육으로서 정체성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상당수 대안학교들과 같은 입장이다.

 

“대안학교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공교육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요구는 지금 현재의 P 대안학교를 그대로 나라에서 (학교로) 인정해달라는 것입니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예산 감사를 받아야 하고, 시설도 공통교과과정 일부를 수용해야 한다. P 대안학교는 예산 감사는 받겠다고 했지만, 시설은 과도하다며, 공통교과과정은 대안교육으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부가가치세 면세 등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도 밝혔다.

 

‘제2의 유치원 사태’ 우려되는 미인가 대안학교

 

미인가 대안학교가 ‘제 2의 유치원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정부의 관리감독 밖에 있다. 외딴 곳에서 기숙학교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다. 성추행 사건이 벌어져도, 잘못된 교육이 있어도, 횡령이 벌어져도 알 수가 없다.

 

한편, 국회는 제도권 내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인가 대안학교를 반드시 제도권 내에 편입시켜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대안교육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했다. 그 곳에 다니는 청소년들의 인생을 위해서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학생들도 학생이 아닌 미취학 청소년에 불과하다. 이들이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별도의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내신은 아예 없고, 일반적인 수능입시 교육과는 거리가 멀기에 미인가 대안학교는 대학특기입학이나, 해외 유학을 위한 중간 다리 역할에 머물러 있다.

 

취업에서 대학 비중이 매우 높은 한국의 현실에서 대학에 못 들어간 미인가 대안학교 학생들은 방황에 빠질 우려가 높다.

 

게다가 대다수의 미인가 대안학교는 매우 열악해 제대로 된 교육과 급양이 이뤄질지 의문인 곳이 많다.

 

모든 미인가 대안학교를 ‘학교’에 넣을 수는 없지만, 우선 등록제를 시행해 정부 관할 내 넣고, 학교로서 기능을 하도록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생각이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교육이다. 우리 법에서 규정하는 교육의 자격은 그 무게 자체를 의미한다. 미인가 대안교육을 어떻게 봐야 할지 정답은 아직 없다. 하지만 서둘러야 한다. 아이들의 가치는 교육의 무게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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