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1일 가업상속공제 확대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가업상속공제의 가장 큰 반대세력이었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기업발전을 이유로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려 했고,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 민주당은 5년 전 새누리당과 똑같이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가업상속공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가업상속공제 확대로 안정적 가업유지, 경쟁력 확대, 고용불안·투자저해 해소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홍남기 부총리(2019년 6월 11일)-
“가업상속공제 확대되면, 고용·투자 유지, 기업 발전이 기대되며, 상속기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굳이 세금 걷을 이유가 없다.” -최경환 부총리(2014년 10월 1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1일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원대상과 공제한도를 더 늘리지 않는 대신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업종변경 범위를 늘려줬다. 현재 지원대상은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 공제한도는 500억원이다.
경영상 필요한 경우 신규 설비를 대체 취득하는 경우에는 사후관리 기간 내 자산처분 금지비율을 넘겨서 자산을 팔 수 있도록 했다.
중견기업 10년간 연평균 근로자 인원을 상속시점의 120%로 늘리도록 요구하던 것을 100%, 상속시점만 유지하면 되도록 바꾸었다. 그리고 상속 자손의 가업종사 요건을 삭제했다.
‘대주주 자녀에게 상속세를 최대한 안 물리면, 고용이 안정되고, 경제가 성장한다.’
2014년과 2019년 두 경제팀 수장의 근거는 똑같았다. 달라진 것은 민주당의 입장이었다.
정권 바뀌자 달라진 입장
2014년 12월 1일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나쁜 법안’으로 지목했고, 2015년 2월 9일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한 주간지 지면을 빌려 부자감세, 재벌 선물 보따리, 상속세 무력화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2019년 민주당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의원 중 윤후덕·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찬성으로 태도를 바꾸어 가업상속공제 확대 법안을 발의했고, 최운열 등 17명의 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왜 입장이 바뀐 것일까.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입장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경제여건을 이유로 들었다. 건실한 중소, 중견기업을 키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대 국회 때 왜 반대했는지를 묻자 그때는 당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취재요청에 지역구 업무를 이유로 답변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원욱 의원 측 역시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경제가 어려워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 확대와 일자리 유지·창출 등 경제활력을 올릴 방안이 필요한데 현재 가업상속공제는 조건이 너무 엄격해 적용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4일 2014년 최경환 경제팀이 발의했던 법안(매출 3000→5000억원 미만 기업)보다 더 범위를 넓힌 매출 1조원 기업까지 확대하는 안을 발의했다.
2014년에는 왜 반대표를 던졌는지를 묻자, 이원욱 의원실 측은 "당시 정부는 박근혜 정부고 지금은 문재인 정부이기에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가업상속공제도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정권이 다르다고 해서 같은 상속세 감면 정책이 달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애는 "경제상황이 과거와 달라졌고, 국민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들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자, "(관련 자료는)없다"고 답했다. 또한 ‘어떤 국민’의 요구였는지를 묻는 말에는 ‘언론이 왜 여론도 모르느냐’고 역으로 따져 물었다.
취재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일반 국민’에 대한 여론조사 사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느 ‘찬성 여론’은 경영자총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등 ‘유력 경제단체’들 뿐이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줄기차게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요구해왔다.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지원범위를 기업 연매출 1000→3000억원, 공제한도 1→500억원까지 확대해줬다. 그렇지만 이들은 계속 부족하다고 외치고 있다.
중소기업과 멀어지는 가업상속공제
물론 민주당 내부에 감면 확대를 반대하는 의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승희 의원은 지난 2월 26일 윤후덕 의원이 발의한 가업상속공제 확대 법안에 찬성했다가 3월 19일 축소법안을 발의했다.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길을 터주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유승희 의원실 측은 "처음에는 제도활성화를 통한 기업지원 차원에서 접근했으나, 이 제도가 기업 육성이 아니라 개인 상속공제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업상속공제를 정비하면서 확대한 혜택만큼 사후관리도 강화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었는데, 혜택을 확대하면서 사후관리 조건까지 낮추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업상속공제는 원래 대재산가를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해 경영안정을 보장해주자는 취지이기에 생각을 바꾸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규모에 맞춰 대상과 공제한도를 축소하면, 높은 사후관리 기준 문턱도 낮추어 경영안정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유승희 의원은 지원기업 연매출 3000→2000억원, 공제한도 500→100억원으로 제도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대신, 피상속인 경영기간을 10→5년, 사후관리기간 10→7년으로 축소에는 찬성하고 있다.
유승희 의원실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의 본 취지는 중소기업 고용안정이 목적이지 가업상속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대자산가 특혜를 가능성을 낮추고, 비상장사 중소기업을 지원하도록 사후관리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논의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의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당 송옥주, 심재권, 윤후덕, 이상민, 이석현, 이종걸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도 찬성의사를 밝혔다.
앞서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참여한 윤후덕 민주당 의원,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도 유승희 의원안에 동참하고 있다.
이찬열 의원의 경우 확대 찬성이든 반대든 중소, 중견기업 성장을 위한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이런 법(가업상속공제 확대)은 민주당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중소기업 평균 업력이 7~8년인 상황에서 현행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를 준수할 수준이 되려면, 상당한 규모의 '안정된' 기업을 물려받는 대주주 일가 정도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2007년 이후 사후관리 강화를 빌미로 지원대상과 공제한도를 늘려가며, 중견기업 지원 법안으로 변질된 마당에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부자 감세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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