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 (화)

  • 흐림동두천 0.6℃
  • 흐림강릉 7.1℃
  • 서울 3.1℃
  • 대전 3.3℃
  • 대구 5.9℃
  • 울산 9.0℃
  • 광주 8.4℃
  • 부산 11.1℃
  • 흐림고창 9.8℃
  • 흐림제주 15.4℃
  • 흐림강화 1.1℃
  • 흐림보은 2.6℃
  • 흐림금산 3.2℃
  • 흐림강진군 8.9℃
  • 흐림경주시 6.6℃
  • 흐림거제 8.8℃
기상청 제공

[이슈체크] 수십억 상속해도 상속세 0원…기재부, 文때 반대하던 유산취득세 도입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획재정부가 현행 상속세 과세표준을 상속인별로 쪼개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명목은 고가아파트 내지 지방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상속세가 과다하다는 이유에서다.

 

배우자 공제의 경우 여야가 주장하는 상속세 폐지는 포함하지 않되, 최저한도만 수정해 10억원까지는 법적상속분을 넘어서도 공제해주도록 했다. 최대한도는 30억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자녀공제를 1인당 5억원으로 설정해 많은 자녀가 있을수록 상속세에서 이익을 보도록 했다. 배우자와 자녀공제를 잘 이용하면 상속세 0원을 만들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유산취득세안은 여야 정치권의 상속세 감세안과 맞물려 돌아간다.

 

민주당이 밝힌 기초공제 상향만으로도 연 2만명에 달하는 상속세 대상 상속인 가운데 하위 80~90%가 빠져나갈 수 있다(2024년 국세통계연보). 2023년 기준 12.3조원의 상속세 가운데 1.6~1.7조원이 날아가게 된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유산취득세가 들어오면 하위 80~90% 구간 위 상단의 허리라인이 감세혜택을 보게 되며, 기재부 추산으로 0.3~0.4조원의 세수손실이 예상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2조원대 감세인데, 대기업 상속인들은 워낙 상속재산이 커서 여기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한다.

 

국민의힘은 대기업 상속인을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까지 손 대면 상속세는 반토막이 날 수 있다.

 

재정 여력이 약화되는 시점에 상속세 감세가 발의된 것도 석연치 않은 모양새다.

 

유산취득세는 2019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가 제안했지만, 기재부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내건 이유는 세수 손실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 국세수입은 2016년 242.6조원, 2017년 265.4조원, 2018년 293.6조원, 2019년 293.5조원, 2020년 285.5조원, 2021년 344.1조원, 2022년 395.9조원이었다.

 

2019년 정체, 2020년 소폭 감소시기가 있었지만, 중기적으로 상향 추세였는데 기재부가 상속세 감세에 발동을 건 시기 국세수입은 2023년 344.1조원, 2024년 336.5조원으로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었다.

 

2023‧2024년은 국세수입성장률이 경제성장률에 역행하는 시기라서 심각한 재정타격이 우려되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상속세 감세를 꺼내 들었다는 건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이 위험한 일선을 넘으려 한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 ‘묻고 더블로 가’ 뒤가 없는 감세

 

유산세‧유산취득세든 도입 취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지금 돈이 필요한지, 그 돈을 어떤 형식으로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한국은 저출생 고령화로 누가 뭐라고 해도 돈이 필요한 나라다. 노인 복지를 줄여도 지출 비용 증가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세금 제도를 살필 때는 전체 세수 구조, GDP 대비 세수 규모를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영미권 세법을 받아들였는데,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은 세금부담이 높지 않은 대신 사회복지 지출도 낮추는 나라들이다.

 

한국은 개인 각자도생 정글 국가에 가깝다.

 

 

한국의 공공분야 지출 수준은 콜롬비아 미만, 코스타리카 이상의 밑바닥 국가다(출처, OECD Social Expenditure Database(SOCX), 사회복지지출통계). 비슷한 조세체계를 가진 미국(22.7%), 영국(22.1%), 일본(24.9%)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대륙국가들은 세금부담, 특히 직접세나 사회보장기여금 부분의 부담이 높고, 공공분야 지출도 높다.

 

세금 제도 측면에서 한국은 법인을 통해 개인소득을 쌓는 게 아니라 법인소득을 쌓아 개인의 부를 늘리는 식으로 작동하며, 소득세가 낮은 대신 재산세(상속증여세 포함)나 법인세로 세금을 걷는다. 이는 일본도 다소 유사하다.

 

다만, 미국의 경우 소득세가 재산세‧법인세의 두 배 이상인데, 한국은 소득세가 재산세‧법인세의 삼분의 2정도 밖에 안 된다(출처, OECD 조세통계(Revenue Statistics 2023: Tax Revenue Buoyancy in OECD Countries).

 

일본은 상속증여세를 부분적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대신 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대폭 올렸다. 개인도 부담이 늘어나지만, 기업도 부담이 늘어났다.

 

반면, 한국은 국민연금에 소폭 손을 대려고 하지만, 현 양당 개혁안을 보면 그래봤자 일본의 4분의 3 정도다.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의 현주소다.

 

상속세를 줄이면, 무엇으로 비는 부분을 충당할지가 없다. 노령자나 사회취약층, 청년층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증세하면 어디다 쓸지, 감세하면 누구를 내버릴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관세 모범택시(차량번호: 관세 125)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요즘 드라마 모범택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복수 대행 서비스’라는 설정은 단순한 극적 장치를 넘어, 약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으로 비춘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누구나 삶을 살다 보면 “정말 저런 서비스가 있다면 한 번쯤 이용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약자를 대신해 억울함을 풀어주는 대리정의의 서사가 주는 해방감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강대교 아래에서 정체불명의 물체를 발견한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만, 모두가 무심히 지나친다. 결국 그는 “둔해 빠진 것들”이라고 꾸짖는다. 위험 신호를 외면하고, 불의와 부정행위를 관성적으로 넘기는 사회의 무감각을 감독은 이 한마디에 응축해 던진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관세행정에서도 낯설지 않다. 충분한 재산이 있음에도 이를 고의로 숨기거나 타인의 명의로 이전해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일, 그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성실납세자에게 전가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다. 악성 체납은 단순한 미납이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조세 정의의 근간을 흔든다. 이때 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