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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말로는 탈세방지, 실제는 탈세가이드?…기재부의 수상한 유산취득세 개편안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획재정부가 12일 현행 유산세 제도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유산세는 상속재산을 전체를 과세표준으로 잡아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이며,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로 과세표준을 쪼개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유산취득세의 핵심은 과세표준을 쪼개 실효세율을 낮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산세 체계에서 고인이 50억을 상속해줄 경우 상속자녀가 몇 명이든 누진세율이 30~40%까지 갈 수 있지만,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상속지분별로 50억을 쪼개 누진세율을 20%나 10%, 0%까지도 억제할 수 있다.

 

때문에 기재부는 상속인들이 과세표준을 허위로 쪼개서 부당하게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세회피 방지방안 세 가지를 마련했다.

 

하지만 세 방안 모두 실효성에 의심이 제기된다.

 

 

◇ 제척기간 15년, 현행으로 규율 가능

 

1번 안은 ‘과세표준을 거짓으로 쪼갰을 경우 상속세 부과제척기간 15년 적용’이다.

 

두 상속인이 50 대 50으로 상속받기로 해놓고, 실제로는 70 대 30으로 쪼갠 경우 허위신고라고 판단, 국가가 추징할 수 있는 기간을 15년까지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애초에 굳이 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현행 법률로도 허위신고는 부가제척기간 15년 적용이 가능하다.

 

 

◇ 30억 기준 우회상속 가이드

 

논란이 되는 건 2번과 3번안이다.

 

2번안은 우회상속 비교과세 ‘특례’인데 기재부는 총상속재산 30억원 이상인 경우 상속 개시 후 5년 내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과세회피로 보아 증여받은 쪽에 추가 상속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상속으로 가져간 것 자체는 50 대 50이지만, 나중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20을 증여해서 실질적으로 70 대 30으로 만들면 상속세 누진세율을 낮출 수 있다.

 

20에 대해서 증여세를 내겠지만, 통으로 70을 과세표준으로 잡히는 것보다 50 상속받고 20 사후 증여받아 과세표준을 쪼개면 실질 누진세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자칫 탈세 가이드가 될 우려가 있다.

 

기재부 특례안을 문자 그대로만 보면, 상속재산 30억인 이상인 경우는 5년 후 우회증여를 하면 비교과세를 회피할 수 있다.

 

심각한 건 이 법이 ‘특례’로 들어온다는 건데, 법에서 ‘특별법’, ‘특례’라는 표현은 설령 상위법이 있더라도 ‘특별법’, ‘특례’를 기준으로 하라는 뜻이다.

 

기재부는 허위 상속재산 쪼개기를 막기 위해 부과제척기간을 15년으로 두겠다고 했지만, 상속 개시 후 5년 후 증여는 특례 우선 원칙에 따라 허위 쪼개기로 잡지 못할 수 있다.

 

기재부가 발표 과정에서 내용을 축약하다 보니 의미전달이 부족할 수 있지만, 이러한 지적이 하등의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내용이라고 일축하기엔 보도자료 내 단서가 마땅하지 않다.

 

특히, 현행 고액상속자 사후관리 제도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 것을 굳이 특례규정으로 못을 박아 버리는 것은 과세축소로 의심받을 수 있다.

 

참고로 기재부는 우회상속 비교과세 대상을 설명하면서 현행 고액상속자 사후관리 기간을 참고로 했다고 밝혔다(30억 이상 상속, 상속받은 후 5년 내 사후관리).

 

현행 고액상속자 사후관리는 유산세 체제에서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고액상속 사후관리에 가깝다. 30년도 전인 1994년도에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사후관리 대상을 강화한 연혁을 갖고 있다.

 

 

◇ 영리법인 유증, 누굴 위한 해법인가

 

영리법인 유증은 상속세 시장에서 뜨거운 화두다.

 

상속재산을 직접 자녀에게 주면 자녀가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법인에 주면 법인이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 상속세 과세표준을 줄이기 위해 고인이 자녀 회사에 상속재산을 넘겨주는 수법을 고려할 수 있다(상속재산 200억까지 20.9% 한계세율 적용(지방세 포함)).

 

핵심은 영리법인의 상속재산에 대해 100% 상속세를 내는 게 아니라 자녀 등이 출자한 지분율에 따라 납부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디만, 현행법에선 최대 50%에 달하는 누진세율을 회피하기 위해 자녀나 특수관계인이 출자한 영리법인 유증으로 과세표준을 쪼갤 경우 유증받은 재산만큼 상속세를 추가 납부하는 영리법인 유증 상속세 과세 제도를 갖고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조의 2 제2항).

 

막 쓰는 방법은 아니고 상속세 절세효과를 보려면 보유 지분율을 미세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기재부 3번안은 그 미세조정의 범위를 열어줬다.

 

현재는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자녀와 배우자를 포함한 친족, 임직원, 관계회사, 출연 비영리법인 등 매우 다양한 대상이 포함돼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2조의2).

 

이중 단 1%라도 출자한 영리법인에 고인이 유증을 했다면, 영리법인 유증 상속세 과세를 걸 수 있다.

 

그런데 기재부 3번안은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지배주주 및 그 친족으로 축소하고, 직‧간접 주식보유비율이 30% 이상인 ‘특정’법인에 한해 영리법인 유증 상속세 과세를 적용하도록 바꾸었다.

 

영리법인을 특정법인으로 축소하는 게 골자인데, 극단적으로 관계사 동원해 71% 출자하고, 29% 자녀가 출자하는 회사에 상속재산을 상속한 경우 상속세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현행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지분율 30%를 가이드로 세무컨설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 영리법인 유증 상속세 과세 자체가 1년에 자주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현행 제도 합리화라고 주장하지만, 굳이 현행 법령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 것을 현행법을 위축시키려 하는지 의도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기재부는 이미 2년에 걸쳐 –87.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수펑크를 일으켰다. 2023년 기준 상속인 숫자는 2만명(고인이 아님) 정도인데 지금 거대양당에서 거론되는 기본공제 상향만으로도 전체 80~90%가 빠져나갈 수 있다. 이에 따른 세수손실은 약 -1.7조원 정도이며, 여기에 기재부 안까지 더해질 경우 총 –2.0조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본지는 기재부 측의 설명을 듣기 위해 소관 및 유관 부서에 여러 번 연락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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