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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새 단장한 조세심판원, 당신이 심판청구를 하면 가게 될 곳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세금이 달가운 사람은 없다. 그것이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세무조사와 그 이후 이어지는 과세 예고 통지는 항상 받는 이의 마음을 짓누른다.

 

다른 분야와 달리 세금에서는 소송 가기 전 단 한 번의 납세자 구제절차를 두고 있다.

 

조세심판원 행정심판(불복청구)에서 이기면 납세자는 그 즉시 모든 세금을 돌려받고, 같은 건으로 다시는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다. 

 

당신이 떨리는 마음을 안고 낯선 조세심판원을 찾아가면 오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디로 가라는 짤막한 말 외에 당신을 안내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심판정을 애써 찾아가도 앉아서 마음을 진정시킬 대기실 하나 없다.

 

복도에 서서 떨리는 마음으로 'XXXX사건, XXX, 들어오세요'라는 누군가의 호명을 기다려야 한다. 

 

그랬었다. 

 

6월 12일 이전까지는. 

 

역대 조세심판원장들은 납세자들에게 최소한의 안내 표식을 만들고 그들이 대기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려 했다. 정부기관의 공간과 예산에는 늘 한계가 있었으나, 원장들은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수 년의 시간, 수 명의 심판원장이 바뀐 후, 현 황정훈 조세심판원장 때 바람이 이뤄졌다. 정부는 세종 정부청사 2동에 위치한 조세심판원을 정부청사 4동으로 옮기면서 납세자들을 위한 공간을 내주었다. 

 

낮선 복도가 서울행정법원 대기실처럼 바뀌었고, 민원실 직원이 안내하고 전광판으로 내 사건 대기현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심판정 내에는 큰 스크린이 납세자를 향하고 있어 예전처럼 몸을 비틀어 스크린의 증거자료를 가리키지 않아도 됐다. 

 

조세금융신문은 조세심판원의 협조를 얻어 납세자들이 조세심판원을 찾았을 때 어떻게 이동하게 되는지, 그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대심판정과 심판정, 그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 봤다.

 

 

조세심판원은 이제 국무조정실이 있던 세종청사 2동에 없다.

 

세종 갈매로 477(어진동 555) 정부세종청사 4동 3층이 조세심판원의 새로운 자리다.

 

조세심판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같은 건물, 다른 층을 이용하기에 과기부가 있다고 해서 다른 건물을 찾으면 곤란하다. 

 

대중교통의 경우 KTX를 타고 오송역에 내렸다면, BRT버스를 타고 정부세종청사 북측 정거장에 내려 한참을 위로 올라가야 한다. 조치원역에서 내렸다면, 991번, 500번, 550번 버스를 타고 정부세종청사 북측 정거장에 내리면 된다. 

 

위의 안내판이 보이기 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고, 택시 외 다른 교통수단은 없다. 

 

 

이 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660조 국가예산을 쥐락펴락하는 기획재정부 부총리와 그의 차관들, 실국장들의 문이었다.

 

이제는 조세심판원 심판관들과 납세자들의 문이다. 

 

그리고 시련의 문이자 심판의 문이다. 

 

납세자가 과세당국의 과세예고통지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심판원에서 3개월, 때로는 6개월 이상 싸워야 한다.

 

출석기일, 변론기일, 선고기일 등 최소한 세 번의 출석을 요구하는 법원과 달리 조세심판원 심리는 대부분 1회로 끝나며 2회 이상 심리는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청사 안내 직원에게 출입증을 받고 게이트를 넘어가면 바로 복도에 심판정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안내판이 있다. 3층 356호가 납세자의 목적지다. 

 

대체로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는 게 좋지만, 때로는 걸어 올라가는 게 나을 수 있는데 수백여 명의 직원이 건물 안에 있지만 엘레베이터는 몇 대 되지 않는다. 

 

 

3층에 올라가면 종합민원실이 보인다. 여기에서 안내를 받아도 되고, 바로 처분청 대기실로 이동할 수도 있다.

 

 

납세자가 자리할 대기실도 마련했다.

 

분위기는 밝은 톤으로 꾸몄지만, 법원과 마찬가지로 웅성대는 말소리를 제외하고 다른 소리는 없다. 

 

 

대기실 안을 들어가면 책상과 의자, 전방의 안내판이란 단순한 구성이 납세자를 맞이한다. 예전에는 이마저 없어서 복도에서 서성거려야 했다.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에서는 이런 대기실 하나 만드는 것도 큰 사업이 된다.

 

 

안내판은 법원에서 사용하는 것과 똑같다. 시간, 사건번호, 청구인(이름을 가린), 처분청이 표시된다.

 

법원정은 외부에 공개되지만 심판정은 철저히 기관과 납세자만의 공간이다. 

 

법원은 청구인 이름을 가리진 않지만, 조세심판원은 철저히 가린다. 국세기본법 상 비밀유지 의무 때문이라고 한다.

 

 

심판정은 대심판정과 1, 2, 3번 소심판정 총 네 곳이 있다. 납세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소심판정 뿐이다.

 

위 사진은 3번 소심판정. 

 

 

심판정 내에서 녹화, 녹취는 금지다. 스마트폰을 넣어두고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소심판정에 들어가면 심판정 상단에 심판관들이 배석하고 아랫단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납세자와 처분청이 자리잡는다. 

 

 

납세자는 청구인 팻말이 있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심판정 좌측 또는 우측에 보면 누군가 앉아 있을 텐데 심판 진행을 맡은 심판 조사관이다. 사건 기록을 스크린에 보여주는 등 원활한 심판 진행을 돕는다. 심판 조사관 역시 사건을 조사한다. 

 

 

납세자가 벽면 스크린을 볼 일은 그다지 없다.

 

정면에 사건자료를 띄워주는 스크린이 있기 때문이다.

 

벽면 스크린은 소액사건 납세자가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돼 있는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심판에 참여할 때 사용한다.

 

그 외에는 모두 세종 조세심판원 심판정에 출석해야 한다.

 

 

위 사진은 조세심판원 심판관 단상이다.

 

심판관은 상임 심판관 2명, 비상임 심판관 2명 총 네 명이 배석한다.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이 네 명의 심판관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때때로 앞선 판정 기조를 뒤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 심판관 같 이견이 큰 사건은 대심판정으로 올라간다. 

 

이 곳은 심판관들의 공간이다.

 

조세심판원장을 의장으로 하여 십 여명의 심판관과 약 스무명의 인사들이 대심판정에 모여 사건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한다.

 

납세자와 처분청도 의견진술을 위해 참석할 수 있다.

 

 

조세심판원 합동회의장(대심판정) 내부.

 

조세심판원 합동회의는 조세심판 절차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 곳에서의 결정은 납세자 만이 아니라 법조계, 재계, 학계 등에서도 중히 관심을 둔다.

 

 

회의장 정중앙 의장 자리에는 조세심판원장이 배석한다.

 

 

조세심판원장은 사건에 대한 무거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눈 앞에 십여 명의 심판관들, 그리고 그 너머 역대 심판원장들을 마주 보면서 의사봉을 내려쳐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한다. 

 

그 결정은 역대 심판원장들의 결정과 더불어 대한민국 정부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기록된다. 

 

 

조세심판원은 처리한 사건들은 단 한 건도 폐기하지 않는다. 

 

3년 이내 처리사건은 조세심판원 서고, 10년 이내 처리사건은 국무총리실 서고, 그 이상 가는 기록물은 정부 기록물관리실로 넘어간다. 

 

 

조세심판원 서고는 긴 복도로 되어 있으며 복도 왼편에 있는 이동형 책장들 안에 사건기록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책장 안을 열면 당신의 사건을 포함해 모든 처리사건들이 담겨 있다.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심판 출석을 마친 후에는 기다림의 싸움이다.

 

언제 심판 결정이 나온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대심판정 합동회의를 거치지 않는 사건이라면 상대적으로 빨리 결정사항이 내려오겠지만, 때로는 심판관들간 합의에 이뤄지지 않아 미뤄질 수도 있다. 

 

합의에 이르렀다고해도 때로는 심판원장 검토 단계에 걸려 심의가 길어질 수도 또는 대심판정 합동회의로 넘어갈 수 있다.  

 

납세자는 이 곳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끝이다.

 

걱정과 시름을 내려놓고,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아니라면, 90일 이내에 법원으로 소송갈지 여기서 포기할 지 결정해야 한다.

 

소송에 가더라도 상당수는 조세심판원과 같은 판결이 나온다. 납세자가 이길 만한 사건은 조세심판원에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판관도 사람이고, 늘 예외는 있다. 

 

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납세자는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대체로 1~2년 내 2심에서 끝나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추가로 얼마가 더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황정훈 조세심판원장) 그만큼 심판결정은 무겁다. 조세심판원은 그 무게를 받아들이고 전문성, 책임성, 신속성, 세 가지 원칙을 통해 더욱 공정한 납세자 구제 및 엄정한 과세에 나서겠다."

 

1974년부터 2023년까지, 스물 아홉명의 조세심판원장이 바뀌는 동안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조세심판원은 이번 6월 기관 이전이 단순히 업무장소의 변경이 아니라고 말한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4월 발표한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방안'과 더불어 2023년을 공정한 행정심판기관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원년으로 삼고, 재도약을 위한 대책을 하나 둘 실현하고 있다. 이번 이전 역시 그 일환이다. 

 

VIGILANTIBUS ET NON DORMIENTIBUS JURA SUBVENIUNT.

 

잠 자는 자를 위한 법은 없다.

 

법이 돕는 건 오직 깨어 있는 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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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전두환 정권 때 저질러진 최악의 통폐합시나리오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영화 서울의 봄과 고 전두환 대통령의 유해가 국민들의 냉대 속에 안식처를 못 찾고 방황하는 가운데 필자에게는 80년 전두환 정권이 저질러놓은 최악의 산업통폐합조치 시나리오가 생각난다. 우리나라는 법정주의다. 무슨 조치이든 정권이 시행하려는 조치는 법적근거를 구비하여야 함에도 이 산업통폐합조치는 사업에 무지한 몇 사람의 군인 머리에서 나온 임시조치에 불과할 뿐인데도 국가 전반적으로 엄청난 회오리를 몰아쳤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미디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라 부르고 싶다. 필자는 당시 대우그룹기획조정실에 근무했기에 그 어이없는 현실을 직접 체험했다. 어느 날 고 김우중 회장은 필자를 불러 사흘 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최고 국보위위원장인 전두환을 독대하는 자리에 의사결정을 통보할 모종의 전략적 검토를 지시했다. 이것은 대우그룹과 현대그룹이 동시에 소유한 중공업과 자동차의 이원화된 산업을 일원화하는 산업통폐합조치였다. 대우는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를 소유했고 현대는 현대양행, 현대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의 글로벌 경제상황이 오일쇼크로 휘청이던 상황에서 우리나라 중공업, 자동차산업도 과잉, 중복투자로 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