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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성장도 서민도 없는 정부 지출…나랏돈이 이상한 데 빠지고 있다

총지출‧기금 진도율 평이한 수준…인위적 지출감소 관측 안 돼
돈 썼는데 어디다 돈 썼나? 추락한 정부 기여도
내년 예산안 구조조정 없다, 세금 감소로 교부세 15.4조 증발
역대급 한미 금리차인데…정부 환율 안정(외평기금 차출)에 베팅 ‘숙고’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세금이 없다며 지출 구조조정을 시사했지만, 씀씀이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건 무엇을 위해 돈을 썼느냐인데, 씀씀이는 똑같은데 바깥 사업(경제 성장)을 줄이고, 안쪽 살림(운영관리비)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현 정부가 안쪽 살림, 어디 영역에 무엇을 위해 쓰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2023년 2분기까지 보면 정부는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서민을 위해 지출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추락하는 경제성장률과 가처분소득이 증거다.

 

 

◇ 현상 1. 나라의 수입(세금)이 줄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세금이 2022년보다 4.6조원 더 걷힐 것을 계획하고 예산을 짰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따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1분기 세금수입 펑크는 24조원, 2분기는 16조원에 달했다. 1~2분기가 1년 세금수입의 60~70%가 걷히는 세금 대목철이란 점을 볼 때 최악의 세금펑크가 도래한 것은 분명했다.

 

이제 책임은 현 정부에게 넘어갔다. 정부 첫 해 예산안은 직전 정부가 짜주지만, 2023년 예산안은 오롯이 윤석열 정부가 원작자이며, 주 저자는 윤석열-최상목-추경호 경제팀이다.

 

 

◇ 현상 2. 정부 지출이 알아서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수 부족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해명은 ‘예산의 자연스러운 불용’이란 모호한 표현에 머물렀다.

 

정해진 예산을 의도적으로 안 쓰겠는 건 3분 분립 위반이기에 추경호 부총리는 강제적 불용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여론에서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돈줄을 쥔 기재부 눈치를 다른 부처들이 안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현상 3. 그런데 나라 씀씀이 안 줄었다

 

하지만 최소한 7월까지는 ‘자연스러운 불용’은 단순 면피성 발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2023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정부지출은 391.2조원이었다.

 

 

1년 지출목표 대비 지출속도, 즉 진도율(예산 집행률)은 7월 기준 61.3%였다.

 

지난해 7월 누적보다 금액은 59.1조원이 줄었고, 지출 속도는 –4.7%포인트가 감소했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경우 원래 607.7조원을 쓰기로 했던 것이 682.4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78.9조원 규모의 1, 2차 코로나 추경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 예산이 없었고, 예산 규모도 평이했다.

 

2023년 예산은 638.7조원인데 지난해 본 예산(604조원)에서 딱 2022년도 물가상승률(5.1%) 수준 정도 늘린 예산이었다.

 

정부의 의지가 담긴 지출 속도도 평이했다.

 

2023년 7월 누적 진도율은 61.3%인데 2018년~2022년 평균 진도율(64.8%), 2014~2018년 평균 진도율(63.0%)과 비교할 때 2~3%포인트 저조했다.

 

주 원인은 기금인데 여기서 지난해 7월보다 –35.3조원을 덜 썼다.

 

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 19 지원금 때문으로 소상공인 지원 기금이 2021년 4조원, 2022년 47조원(코로나 소상공인 지원금)에서 2023년 4조원으로 원상복구됐다. 이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7.7조원 기금을 더 쓴 셈이다.

 

또한, 세금 수입 감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국세의 20%는 무조건 지방교육청에 교육 교부세로 내려주는데 7월 기준 소득‧법인‧부가 3대 세목에서만 39.4조원이나 펑크 나면서 교부세 지갑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대외 요인을 걷어치우고 보면, 정부 내부적으로 딱히 지출을 줄인 것은 아닌 셈이다.

 

◇ 현상 4. 나랏돈 도대체 어디에다 썼나

 

현 정부가 과거만큼 돈을 썼다는 이야기인데, 돈을 썼으면 효과를 봐야 한다.

 

정부 지출은 바깥 살림(투자‧소비)과 안쪽 살림(운영관리비)으로 나뉜다.

 

바깥 살림에 돈을 썼다면 성장률에서 효과가 나야 한다.

 

아래 표는 한국은행 국민계정에서 GDP에 대한 정부의 성장기여도를 추출해 정리한 것이다. 정리 기준은 각 정부 예산안 별이다.

 

 

저 표를 보면 역대 정부 모두 경제성장을 위해 지출 계획을 짰다.

 

노무현 정부는 닷컴 버블, 이명박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를 해결해야 했고,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올려놓은 SOC예산을 억제하면서도 나름 저성장 극복을 위해 돈을 썼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총 3.6%p를 끌어올렸고, 이명박 정부 3.3%p, 박근혜 정부 때 2.6%p로 낮아지긴 했지만, 연평균 0.6%p 이상을 기여했다.

 

문재인 정부 예산안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5.1%p로 역대 정부보다 2~3%p 정도 높다.

 

이명박 정부 때 세계 금융위기는 중국이라는 디딤돌이 있었던 반면, 코로나 19 때는 모든 나라가 어려웠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금지 공격으로 한국은 자생 외 길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라고 무조건 지출을 늘린 것은 아니다. 수출위기 시기(2019~2020년)에는 2020년 –0.1%p로 사실상 현상 유지하는 것에 급급했다.

 

다만, 윤석열 예산안은 역대 정부를 돌이켜 봐도 대단히 이질적이다.

 

각 정부들은 보통 1, 2분기 중 돈을 좀 집중해서 쓰고, 4분기 즈음에 밀린 예산을 몰아 쓰는 방식을 취한다.

 

2001년~2022년까지 장기 추세를 보면 정부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1, 2분기 둘 다 박살 나는 경우는 없었다.

 

오로지 2023 예산에 들어와서 23년 만에 처음으로 1, 2분기 기여도가 모두 부러졌다(1분기 –0.3%, 2분기 –0.5%).

 

그러나 서민들을 위해 돈을 쓴 것도 아니다.

 

월급이나 사업소득에서 보험료나 이자를 뺀 내 실질소득을 가처분소득이라고 하는데 가처분 소득 증감률은 2022년 1분기 10.0%, 2분기 14.2%, 3분기 2.0%, 4분기 3.2%, 2023년 1분기 3.4%, 2분기 –2.8%를 기록했다.

 

2022년 2분기 코로나 19 손실보상금 효과를 제거하고 보면, 2023년 2분기 가처분 소득 감소율이 이해 가지 않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끊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민들이 자생할 방안도 막막한데 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상승률을 보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날 요인이 별로 없다.

 

물가상승률은 2022년 5.1% 및 2023년 3.4%(KDI 전망), 2024년 2.5%(KDI 전망), 그리고 최저임금 상승률은 2023년 5.0%, 2024년 2.5%다. 최저임금 상승률은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올리기에 사실상 실질임금이 축소된 것을 의미한다.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관련 예산 및 융자가 5조원 가까이 줄었고, 코로나 만이 아니라 소상공인‧전통시장 영역에서 3조원이 줄었다.

 

나라 재산을 늘려 놓은 것도 아니다. 국유재산(토지‧건물‧유가증권)은 2022년 말 1396조원에서 2023년 7월 1376조원으로 되려 줄었다. 부동산 시세 하락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 현상 5. ‘계정성 기금’ 곳간 만지작, 궁지에 몰린 정부

 

내년에도 상황은 어렵다.

 

나라살림연구소가 9월 7일 공개한 ‘2024년 예산안 감액 및 증액 사업 – 현황, 의미,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당장 정부가 예상하는 내국세 영역이 36.3조원이 줄고, 총 내국세 규모의 축소에 따라 지방교부세는 –8.5조원, 지방재정교부세는 –6.9조원 등 교부세 영역에서만 15.4조원이 날아간다. 돈을 벌어들이는 창구가 훅 줄어든 셈이다.

 

정부는 내년에 외국환평형기금에 손대는 방안까지 고려하는데 이건 보통 위기가 아니다.

 

정부가 환율이 크게 급등락하지 않는다는 데 베팅을 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외국환평형기금은 환율이 급등락하면 한국이 보유한 외환을 태우거나 사들여서 일시적 충격을 완화해야 하는 일종의 연골이다. 이 기금이 적어지면 연골도 얇아진다.

 

평소 덩치를 유지하다가 급할 때 쓰고, 다시 채워 놓는 식으로 운영하는 데 그 여윳돈자금이 70~80조원이다.

 

 

현 정부는 세금이 없어서 나라 빚을 꿔야 하는 데 그간 바보 취급한 국채발행으로는 빚을 질 수 없으니 한국은행 단기차입금하고 재정증권으로 빚을 졌다. 그마저도 법정 한도에 걸리자 이젠 외환기금에까지 빚을 숨겨놓겠다고 하고 있다.

 

환율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다행일 텐데 지금 기준 금리 외에 도화선이 하나 더 깔렸다.

 

원-달러 환율은 1300~1400원 구간에 걸려 있고, 이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가 2% 포인트 벌어져 있다. 한국 정부는 엔화 표시 채권 발행을 통해 엔저에 베팅했는데, 여기에서 엔화가 출렁이면 한국 원화까지 위험이 전달된다.

 

엔화 표시 채권에 도화선 하나 깔고, 한미 금리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졌고, 경제 체력이 약화된 가운데, 연골(외환기금)마저 얇게 한 상태에서 환율 안정에 베팅을 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해 보인다.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근본적 방안은 경제 체력(경제성장률)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2023년 1~2분기 상황을 보면 정부는 경제성장에 기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미 세금수입 약화로 너덜너덜해진 건전재정이란 간판만 내건 채 빚 지출을 숨기는 데에만 급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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