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지난 18일 올해 총 세수펑크 규모를 59.1조원으로 전망했다.
올해 7월까지 전년동기대비 43.4조원의 세수펑크에 이어, 작년보다 더 걷겠다는 4.6조원도 포함된 수치다.
정부는 7월까지 실질 세수펑크액이 48조원에 달하지만, 8월부터 12월까지 세수펑크는 앞선 7개월치의 4분의 1미만인 11.1조원으로 전망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데 희망을 건 것인데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서 하락세가 상승세로 바뀌어야 가능한 실적인데다가 최근 물가상승과 수입부진으로 부러진 부가가치세가 3분기 저점, 4분기 회복이 될 거라고 관측하는 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11.1조원 가운데 7~8조는 이미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신고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남은 세수펑크분이 4조원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부족 세금수입을 기금을 꺼내다가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법도 아니거니와 솔직하지도 않은 방법이다.
기금 빚은 표현만 적자 국채가 아닐 뿐 국민들이 다소 생소한 정부 계정성 기금에 돌려막기 식으로 나라 빚을 쌓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1. 부동산께서 다 해주실 거야
정부는 지난 7월까지 거둔 세금은 217.6조원.
정부는 올해 연간 세금 목표를 400.5조원에서 341.4조원으로 수정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8~12월 동안 123.8조원을 거둬야 한다. 지난해 8~12월(134.9조원)에 비해 11.1조원 선에서 세수펑크를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앞선 7개월 동안 매월 평균 6.8조원씩 세수펑크를 쌓아온 상황.
기재부는 8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평균 2.2조원씩만 세수펑크가 난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월별 세수펑크 액수는 지난 1월 –6.8조원에서 4월 –9.9조원까지 솟구쳤다가 6월과 7월 들어 -3조원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큰 세금신고가 대부분 상반기 끝났기에 앞으로는 세수펑크가 나도 펑크 폭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정부 기대대로 하반기 경제상황이 회복되면 8월부터 12월까지 월평균 –2.2조원 선에서 방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 세목별 상황을 뜯어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세금에서 가장 큰 세목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다. 각각 가계소득, 국내 수요, 기업실적을 반영한다. 이 세 개는 거시 경제에서 생산(기업)-지출(수요)-소득(가계)을 형성한다.
그런데 소득세 펑크가 가라앉질 않고 있다.
소득세는 크게 근로소득세와 양도‧종합소득세로 나뉜다. 근로소득세는 경제공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거의 항상 상향 요인이 된다.
근로소득 상승세에도 불구, 세수펑크가 났다는 것은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근로+사업+이자‧배당)가 소득세를 밑으로 잡아당기고 있다는 뜻이다. 이 두 영역은 경기에 민감하다.
실제 소득세 2월 펑크가 –5.2조원까지 튀어오른 것은 2022년 하반기 주식 양도소득과 12월 부동산 양도소득이 깨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3월부터는 양도+종합소득세에서 소득세 상단을 짓누르고 있는데 이로 인해 3월부터 7월까지 매월 –1.3조원씩 펑크를 쌓았다. 이게 앞으로 8~12월 동안 똑같이 간다고 할 경우 5개월 누적 –6.5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정부는 매월 –1.3조원씩 쌓이는 소득세 펑크가 8월부터 갑자기 매월 -0.36조원으로 확 줄어든다는 상상을 하고 있다.
이 말은 상반기 소득세를 괴롭혔던 부동산‧주식이 잘 되고, 소비가 살아나 사업소득에도 개선세가 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은 완전한 비정상이다.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의 9월 국가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을 보면 한국 집값은 1년 평균 소득의 26배까지 치솟았다.
PIR이 높다는 것은 자국 돈값이 고꾸라졌거나, 부동산에 과도하게 물이 고이는, 부의 축적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뜻이다. 필리핀(30.1), 나이지리아(28.2), 에티오피아(26.4), 이란(24.4), 태국(24.0)이 한국(26.0)의 부동산 친구들이다.
이 고평가된 가격에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과 하반기 공급 대책으로 또 한 번 불을 지를 요량이다. KDI가 8월에 수정전망에서 건설투자 상향을 관측했다. 이는 PIR 상향 요인이 된다.
그런데 국민들의 지갑은 꺾였다. 분기별 가처분 소득이 2022년 1분기 10.0%, 2분기 14.2%, 3분기 2.0%, 4분기 3.2%에서 2023년 1분기 3.4%, 2분기 –2.8%로 꺾였다. 올해부터 코로나 지원금이 끊겼다.
물가도 고통스럽다.
정부의 물가상승률 안정 발표에 속으면 안 되는데 상승세가 줄었다는 것이지 계속 물건 값은 오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가지수는 지난해 한 해 동안 5.2포인트가 올랐는데 올해에는 8개월만에 3.05포인트가 올랐다.
그러면 소비와 경기를 반영하는 부가가치세는 1~7월까지 –6.1조원이 밀려났다.
원래 물가가 오르면, 점심 한끼 값이 올라가니 부가가치세수는 올라가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부가가치세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소비를 그 이상으로 줄였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수요침체를 의미한다.
KDI더 8월 수정 경제전망은 민간소비 증가율은 기존 3.0%에서 2.5%로 내려잡았다. 반면 연간 물가 상승률은 3.4%에서 3.5%로 높여 잡았다. 에너지 가격이 주원인 중 하나인데 한국 소비자들도 올해 겨울이 춥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소비도, 수입도 나아질 거라고 보고 있다. 매월 –0.87조원씩 펑크가 나고 있던 부가가치세가 8~12월에는 매월 –0.18조원으로 무려 79%나 개선된다는 것이다.
뭐가 근거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품수지 흑자라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한국은 수입으로 원료 받아다가 가공해 수출로 돈 버는 데 올해 1~7월까지 상품수지 영역에서 수출이 –87억9000만달러(-14.8%), 수입이 –135억9000만달러(-22.7%)를 기록했다.
물건이 안 팔려서 재고를 줄이는 기업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신고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은 망했다.
◇ 2. 기업은 망가져도 증권사는 산다?
세수펑크 시리즈 가운데 기재부가 그나마 솔직한 척하는 영역이 법인세다. 8~12월 법인세 목표 펑크액은 –6.9조원이다.
세수펑크를 이 정도 선에서 막으려면 8월 법인세 중간예납에서 25조원 선에서 선방을 했었어야 했다.
그런데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신고 실적은 지난해 30조원에서 올해 22~23조원으로 뚝 떨어졌다.
여기서만 –7조원 펑크인데 기재부의 신기한 셈법은 그 다음부터다.
법인세는 통상 상반기 55~60% 정도를 걷고, 하반기에 40~45%를 걷는다. 올해 상반기 누적 법인세 펑크가 –16.8조원인데 상반기를 60% 비중으로 본다고 해도 추세로 보면 하반기 –11.2조원 펑크가 예상된다.
작년 법인세는 8~9월에 30조원을 걷고. 10~12월에 8조원을 걷었다.
2021년에는 8~9월에 23.5조원을 걷고, 10~12월에 5.2조원을 거뒀다.
그런데 올해 8~9월 법인세는 23조원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세수 추세가 비슷한 2021년이 아니라 역대급으로 거둔 2022년 10~12월과 똑같이 거둬야 -7조원 선에서 세수펑크를 방어할 수 있다.
이게 실현되려면 전제가 몇 개 붙어야 한다.
▲10월, 11월 법인세를 담당하는 게 증권사랑 투자사, 제조업 약간인데 ▲국내 대부분 기업실적이 날아가도 ▲국민들 가처분소득도 물가로 쪼여도 ▲기준 금리가 3.5% 유지돼도 ▲8~12월에는 주식 수익이 잘 나오고 ▲증권사가 돈 많이 벌어 세금을 잘 내야 한다.
수출입 사정이나 실물경제는 둘째치고, 현재의 추세선을 역행한다는 뜻인데 이 전제가 몇 개나 들어맞을지는 가봐야 안다. 증권사랑 업자들이 현재 3.5%에 묶여 있는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내려가길 원하고 하고 있지만, 미국금리가 5.5% 상단에서 버티는 상황에서 그렇게 될 지는 의문이다.
◇ 3. 부정적 전망에는 답하지 않겠다
기재부는 –11.1조원에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을까.
18일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재추계는 해도 틀린다. 틀리지 않는 추계는 없다. 반복적으로 추계하는 경우는 없다’는 취지로 브리핑 발표를 했다.
아래는 기재부 세제실간 질의응답이다.
Q. 세제실장의 틀린다는 발언 의도는 무엇인가. 재추계가 더 좋은 방향으로 틀릴 수 있다는 건지, 더 나쁜 방향으로 틀릴 수 있다는 건지, 아니면 문자 그대로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 건가.
-더 나아질지 더 나빠질지 우린 모른다. 말 그대로 틀릴 수 있다는 뜻이다.
Q. 8~12월 세수펑크 –11.1조원이 나오려면 3분기에 하락세를 멈추고 4분기 개선세가 나와야 가능한데 4분기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전제하고 짠 것인가.
-아니다. 하반기 경제 개선을 전망해서 추계한 게 아니라 세목별로 개별 추계한 거다.
Q. 7월까지 –43.4조원 + -4.6조원 펑크가 났다. 8월부터는 하반기 세수펑크 폭이 –11.1조원으로 줄어든다는 데 그 근거가 무엇인가.
- 하반기로 들어갈수록 세수 펑크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Q. 월별 세수펑크 폭은 1월 -6.8조원, 2월 –9.0조원, 3월 –8.3조원, 4월 –9.9조원, 5월 –2.5조원, 6월 –3.3조원, 7월 –3.7조원이다. 8~12월까지 법인세 중간예납을 포함하면 월평균 –2.2조원, 법인세 중간 예납을 빼고 보면 월 평균 –0.8조원에서 세수펑크를 막아야 한다. 낮아졌다고 하는데 소득세, 부가가치세는 꾸준히 마이너스가 나고 있다. 이렇게 막는 게 가능한 일인가.
- 부정적 전망에 대해 드릴 답변은 없다.
◇ 4. 카드 돌려막기 하듯 빚내는 정부
사실 세수추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어떤 법칙은 없다.
어디다 얼마를 쓰겠다는 게 제일 중요한 거고, 나머지는 그에 맞추어 세금을 늘리거나 국채로 빼다 쓴다. 세금(현금, 국가 발행 무이자채권)이나 국채나 결국 채권이고, 국가 대외신용도를 끌어다 쓰는 자원이다.
하지만 한국은 쓸 곳이 기준이 아니라 세금을 기준으로 예산을 짜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예산 기획 시스템을 가졌다.
이러다보니 다른 나라에선 참고사항인 세수추계가 한국에선 이슈가 된다. 그러다보니 세수추계에 정권색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박근혜-윤석열 정부(보수 정부) 때는 돈을 더 쓰려고 했는지 과다 추계를 하다가 거액의 세수펑크를 냈고, 문재인 정부(진보 정부) 때는 돈을 못 쓰게 하려고 했는지 과소 추계를 하다가 거액의 세수오차를 냈다.
당시 세수추계들이 왜 이렇게 흔들렸지 알 수는 없지만, 공교롭게도 결과는 이랬다.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세수펑크가 확정되면 증세로 메꾸던지 빚으로 메꿔야 한다.
정부는 증세는 커녕 연간 5조원짜리 유류세 감면조차 손대지 못했다. 대신 재정안정화기금, 외국환평형기금 내 여윳돈을 가져다 쓰겠다고 말하고 있다.
기금 빚은 국채 빚을 숨기고 싶을 때 가는 마지막 창구다. 처음에는 한국은행 단기차입과 재정증권에 숨길 수 있지만, 여기마저 법정한도가 차면 마지막으로 돌려막는 곳간이 기금 빚이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부채비율을 숨기기 위해 기금 빚을 진다는 것이 잘 하는 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데다 하필 손 대는 기금(외국환평형기금)이 규모 유지가 중요한 계정성 기금이다.
비유하자면 불날 때를 대비해 소방차에 물을 채워놓은 건데 공장용수가 없다고 이 물을 끌어다 빌려쓰겠다는 것인데 만일 불이 나면 정말 큰 일 날 수 있다.
그렇지만 부유층 감세, 빚 돌려막기.
정부의 재정운용에는 지금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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