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서기수 서경대학교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최근 깜짝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오히려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추가로 인하할 수도 있겠다는 시장의 예상이 나올 정도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 위원회는 연 3.25%인 기준금리를 3.0%로 0.25%포인트 낮췄는데10월에 이미 0.25% 인하로 이번 인하까지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조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 이후 15년여 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높아진 환율 변동성과 내수 소비 부진과 수출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격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가산금리를 어느 정도 인상한 상태로 대출 총량규제까지 묶인 은행권이지만 금융채등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대출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다. 시장에서 금융채(은행채·무보증·AAA) 5년물의 금리는 3.092%에서 2%대(2.965%)로 하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금융채 1년물 금리도 이틀 사이 3.215%에서 3.039%로 하락했다.
필자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이라고 하더라도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대부분의 기관에서 2%를 밑도는 수준으로 발표되고 있고 1997년 IMF외환 위기 이후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최악이라고 한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가격도 상승세 이후 강하게 굳히기에 들어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고층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가나 매매가가 20~30억의 가격이 예사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물론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전체적인 가격이 주춤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향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금리 인하를 통해서 내수 소비나 경기를 살려야 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보면 마냥 금리를 인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택가격의 결정요인은 흔히 주택의 물리적 특성, 지역적 요인,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이라고 한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인구구조 등 경제 변수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금리와 주택가격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금리 하락 시 주택담보대출 증가 → 주택 수요 증가 →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 상승 시 주택 보유 기회비용 증가 → 주택 수요 감소 → 가격 하락의 흐름도 나타나게 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주택담보대출 확대 및 주택가격 상승에 기여한 부분이 있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이 주택 담보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서울 특히 강남 지역 아파트가 전국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하며 저금리 환경이 주택투자 활성화와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다양한 연구에서도 금리와 주택가격은 상호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고 저금리 정책은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주택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며 주요 경제 변수(산업생산지수, 소비자물가 등)는 지역적 요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러한 경험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 부담 증가 및 경제적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탄력적인 금리 조정 및 주택공급 확대가 필요하겠고 은행 등 금융기관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대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결론적으로 금리동향과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대한 우려로 몇 가지 제언을 하자면 첫째 금리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한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경기둔화와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서 지속적 저금리 정책은 부동산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둘째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중저가 주택의 공급 확충이다. 현재 강북권에서도 10억대 이상의 고가 분양가 아파트들의 청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GTX 등 교통 호재를 등에 업은 특정 지역의 과도한 주택수요를 완화하기 위해 인접 지역 개발 및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아울러 주택정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셋째는 금융기관의 역할인데 대출 상품의 변동금리 의존도를 줄이고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확대하면서 가계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공공적 역할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투자자 및 소비자 대응 전략이 필요한데 장기적 투자 관점 필요하고 자신과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고려한 충분한 현금흐름분석 없이 투자가치만을 따진 투자는 지양해야 하겠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정부나 한국은행의 입장도 이해한다. 나만 뒤처지는 생각이 들고 지금이라도 라는 마음으로 덥썩 부동산 청약이나 매매시장에 뛰어드는 개인들도 이해를 한다. 하지만 금리와 주택가격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정책과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프로필] 서기수 서경대학교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현)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현)서울시민대학 사회경제분야 자문교수
(전)한미은행, 한국씨티은행 재테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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