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민호 관세사·경제학박사) 한국, 마약 청정국인가?
마약 청정국, 해외 직구가 없던 시절 마약류 관리에 엄격했던 우리나라를 그렇게 불렀다. 해외 직구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젊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약 반입과 유통 및 복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호칭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강남 마약음료 사건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교생 6명에게 필로폰(마약) 성분이 포함된 음료를 나누어 준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 피의자들은 고교생에게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좋은 음료”라며 복용을 권한 뒤 음료를 받으면 “구매 의사를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학부모 연락처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받은 학부모들이 즉각 피해를 신고한 덕분에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하여 피의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약 복용자가 될 수도 있는 무서운 사회
강남 한복판에서 공개적인 시음행사를 가장하여 수험 생활에 지친 우리의 자녀에게 마약 성분이 포함된 음료를 무료로 나누어주면서 마약복용자의 굴레를 씌우려고 시도했던 사건이다. 잘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가 부지불식 간에 마약 복용자가 될 수도 있는 마약에 사로잡힌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어디 그 뿐인가? 마약 사건으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중 몰래 마약을 하다가 다시 체포되기도 하고, 노상 카페에서 코로 마약을 흡입하다가 손님의 신고로 체포되는 등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 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불안한 사회다.
밀수 마약의 주요 경로가 된 우편물과 특송화물
우리 사회에 마약이 넘쳐나게 된 경로를 짚어봐야 한다. 관세청 자료(2022.8.)에 따르면 2021년 관세청에 의해 마약이 단속된 전체 건수 1054건중 90.8%에 해당하는 957건이 국제우편물과 특송화물에서 단속되었다.
[표1]
뿐만 아니라 마약이 단속된 건수도 2018년 659건, 2019년 661건, 2020년 696건 수준에서 2021년에는 1054건으로 약 50% 이상 급증하게 되었다. 단속된 마약류의 중량은 2020년 148.4kg에서 2021년 1,272.4kg으로 약 8.5배 이상 증가하였다.
우편물과 특송화물이 마약반입의 주요경로가 된 배경
개인 소비용 해외직구 물품들을 주로 국제배송하는 우편물과 특송화물이 마약류 반입의 주요 경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역 기업들이 수출입하는 일반화물에서 마약단속 건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위 [표 1]에서 기타*로 표시된 부분이 기업들이 수출입하는 화물이다. 기업 수출입 화물 중 마약류 단속 건수는 2018년 15건, 2019년 6건, 2020년 13건, 2021년 11건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일반화물은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물품들로 수출입신고시 관세사를 통하여 일반수출입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관세청은 일반화물에 대하여 우범화물을 선별하는 C/S(Cargo Selectivity; 화물선별)시스템을 2003년경 개발 완료한 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적발율을 자랑하고 있다. 관세청에 의하면 전체 화물 건수 중 검사하는 화물의 비율을 5% 이하로 유지하더라도 우범화물 적발율을 약 49%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실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적발율이다.
C/S시스템은 수입자, 수출자, 선적국, 경유국, 품명, 수량 등 무역거래의 중요 요소들 중 우범성이 높은 수입 건을 검사 대상으로 지정하기 때문에 검사 대상으로 지정이 되면 두 번 중에 약 한번은 우범화물이 있을 정도로 적중율이 높은 것이다. 우범자들이 마약류를 반입하기에 너무도 부담스러운 검거율이다.
결국 마약류 우범자들이나 해외직구를 하던 우범자들은 일반화물 마약류 반입에 대한 부담스러운 적발율 때문에 우편물과 특송화물을 마약류, 총기류와 같은 불법물품의 주요 반입경로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 체재를 바꾸지 않고는 우편물과 특송화물에서 마약과의 전쟁은 반드시 실패한다
우편물과 특송화물로 반입되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일반 수출입 화물에 비해 우편물과 특송화물은 반입자들이 일반수입신고할 의무가 없다. 우편 당국이나 모두 우편물 목록과 특송회사가 목록만을 제출하여 통관이 이루어지니, 우범자들의 입장에서는 2번 중 한번은 걸릴 확률이 있는 일반 수출입화물로 반입할 이유가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적발율을 자랑하는 C/S시스템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서 우범자들은 반입하고자 하는 마약류를 적발될 확률이 낮은 우편물과 특송화물 경로를 통해 개인소비자용 해외직구물품인 것처럼 가장하여 편하게 반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검사장비가 비교적 많이 갖추어진 우편물에서는 적발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검사장비가 부족한 특송화물에서는 적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관세청도 우편물과 특송화물에 대하여 C/S시스템을 적용하지 않고 있어서 실제 어느 정도의 마약류가 무사통과하고 있는지 손안에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직구 연 1억건 시대다. 국제우편물과 특송화물에 C/S시스템을 적용하지 않고 이대로 2~3년이 더 지나가면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놓치게 된다.
마약과의 전쟁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개인 소비자에게 수입신고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현재의 목록통관 체제에서는 우편물과 특송화물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C/S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편물과 특송화물 마약과의 전쟁에서 필승하기 위한 전략: 관세청의 C/S시스템 적용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우리 자녀들인 2030세대의 미래가 없고 그러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결단을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전략 없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필승하기 위해서는 우편물과 특송화물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우편물과 특송화물에 관세청의 C/S시스템을 적용하여 5%의 검사만으로 49%의 적발율을 내면 우편물과 특송화물 마약류 반입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우편물과 특송화물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는 20년 간 성공과 발전을 보여준 관세청 C/S시스템이 보장할 수 있다. 25년간 현업 관세사로서 관세청 C/S시스템의 성공을 지켜보았고, 그 성공을 신뢰하고 있는 필자의 믿음이다.
그러나 우편물과 특송화물에 관세청의 C/S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관세청의 결정만으로는 실행하기 어렵다고 본다. 관세법령을 바꾸는데 기획재정부가 움직여 국회를 통과하여야 한다.
거의 전 국민의 반수 이상을 대상으로 하여 우범정보를 분석하는 개인용 물품 C/S시스템을 운용할 많은 수의 인적자원을 관세청에 배정하기 위해서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프로필] 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현)서울지방관세사회 회장
•(전)법무법인 율촌 택스파트너
•(전)미국 워싱턴DC 대형로펌 스텝토앤드존슨 파견근무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경제학박사(국제상무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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