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대복 한국 FTA 원산지연구회 이사장) 고대 동양과 서양의 세관제도를 비교해 보면, 모든 수출입물품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
원칙적으로 종가세가 부과되었다는 등 유사점이 많음에도, 큰 차이점은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징세청부인이라는 전문직을 두어 관세를 징수했다. 반면, 동양에서는 일반직인 왕의 관리가 관세를 징수를 담당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왕과 제국을 위하여 평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들이던 징세청부인인 세리/세관원은 서양 사회로부터 좋은 평은 못받고 천대받던 부류였던 것 같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9장 9절에 의하면, “예수께서 그곳을 떠나 지나가시다가 마태라 하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일어나 따르니라” 라고 하여 천대받던 세관원 마태도 예수를 만나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12명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되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은 구원을 증거하며 예수를 소개하는 전도를 하였다 한다.
<국부론>(1776)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영국 스코틀랜드 동해안의 작은 항구도시 커콜디에서 세관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1778년부터 에딘버러 세관 국장을 지냈고, 화가 앙리 루소(1844-1910)는 프랑스 파리 세관에서 근무했다.
미국의 경우, 남북전쟁 전에는 장관들 중 8명이 세관장 경력을 갖고 있었고, 상원의원이 퇴임후 세관장을 지낸 경우도 있었으며, 대통령이 된 아서(Chester Allen Arthur)는 뉴욕 세관장을 역임했던 자이다.
몇몇 대통령은 자신의 세관원 임명 권한을 활용해 화가(Herman Melville)나 작가(주홍글씨를 쓴 Nathaniel Hawthorne)를 세관원으로 임용해 생계를 지원(patronage)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관원은 해관(세관) 창설후 1년이 지난 1884년 전국 해관에 배치된 ‘남궁억, 홍우관’ 등이었다.
이들은 독일인 해관 총세무사 묄렌도르프가 정부로부터 윤허를 받아 세운 관설 영어학교 ‘동문학’ 의 1기 졸업생 중 성적 우수자들이다.
아쉬운 점은 이 우수한 인재들이 세관장급 고위 간부가 되지는 못하였다는 점인데, 이것은 조선 정부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총세무사를 포함한 외국인 해관원들이 장차 자신들의 권리가 상실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적극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세제도등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인재를 키운 일본과는 대비된다.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중앙행정 기구가 정비되어 재무부에 세관국이 생기고 관련과가 편제되었다.
초대 세관국장에는 한국무역협회 전무이사를 하던 강성태씨가 임명됐다. 광복 후 초기 세관 조직을 이룬 구성원들은 상층 간부들의 경우, 주로 만주세관 등에서 근무하다가 귀국한 세관 공무원들이었고, 하층 실무직원들은 대부분 일본 통치하의 조선 세관에 몸담아 왔던 세관 직원들이었다.
이들이 우리나라 관세법의 제정 작업에 들어 갔는데, 먼저 일본 세관제도와 만주 세관제도 등 검토 가능한 여러 나라의 관세관련 제도를 비교하고 연구하여, 일본이 만주 침탈 뒤 1937년에 제정했다는 만주 관세법이 우리 실정에 가장 부합하다고 여겨 만주 관세법의 내용을 근간으로 참고하고 일본 관세법 등을 가미한 내용으로 법안을 정리했다. 이 법이 우리 관세법의 모태가 됐다.
현재 공항만 및 수출입기업들이 많은 내륙지 등에 약 40여개의 크고 작은 세관에서 약 5300여명의 세관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수입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징수해 국가재정수입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위생, 환경보호, 국가안전보호등을 위하여 수출입 물품의 통관이 적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업무를 한다.
우리나라에 수입, 수출되는 모든 물품(수출입화물, 여행자휴대품 등)이 약 53개의 국가 법령에 의하여 수출입이 허용되는 적합한 물품인지 세관원들이 관세국경선에서 꼼꼼히 확인하고 점검해 국가와 국민을 지킨다.
유명 카페 위조 텀블러, 짝퉁 운동화·티셔츠, 발암물질이 범벅된 샌들·모자.장신구, 코카인·필로폰 등 마약 등을 걸러내거나 국내 반입을 방지한다. 국내에 있는 구리 스크랩을 싹쓸이 한후 15%의 싼 값의 고철 스크랩으로 가격등을 허위 신고하고 외국에 수출한 업체들도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건강, 보건 위생, 국가안보등을 위하여 방패막이를 한다고 마냥 시간만 끌어서는 안된다. 수입 화물은 신속히 통관하여 공장의 제조 라인에 즉시 투입될 수 있어야 하고, 수출품은 배나 비행기에 빨리 실려야 한다.
한국 관세청의 수출입 화물 통관 처리속도나 입국하는 여행자의 통관 처리 속도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세계 수출 규모 7위의 국가로서, 수입화물 건수로만 947% 증가하고(2000년 3,302,214건 → 2020년 31,283,543건) 해외여행객 입국자가 290% 증가하는(2005년 6,022,752명→ 2019년 17,502,752명)등 폭증하는 업무량에 비하여 인력 및 재원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하에서, 필자가 처음 근무하던 40년 전과 비슷한 세관 인력으로 이 엄청난 업무량을 잘 대처해 나갈뿐더러 뛰어난 행정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첫째, 관세청에서 1974년부터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여 무역통계, 수출입 통관, 수출입 화물관리, 통관단일 창구(Single Window) 등의 수출입통관 자동화 체제를 구축, 운영하여 왔고,
둘째, 수출입 화물 및 여행자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하여 화물·여행객의 위험도(high/low-risk)를 미리 선별하여 고위험(high-risk) 대상 처리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기법(Risk Management)을 90년대 초부터 도입하여 적극 활용해온 효과적인 운영체제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셋째로는, 우리나라 세관원들의 뛰어난 전문성을 들 수 있겠다. 세관의 UN 이라 할 수 있는 세계관세기구(WCO) 의 능력배양(Capacity Building)국장을 한국 관세청 간부가 맡고 있다거나, WCO 품목분류위원회등 여러기술분과위원회 의장을 한국 세관직원이 맡고 있고, WCO 의 요청에 의하여 개발도상국 세관원들에게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제도등의 교육을 매년 한국 관세청이 전담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한국 관세청이 개발해 사용중인 UNI-PASS 전자통관시스템은 10여년 전부터 중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가 관세청에 잘 팔려 나가고 있는데, 개발도상국 관세청 입장에서는 유럽국가, 일본, 싱가포르등 보다 우리 관세청 전자통관 시스템이 제도와 절차가 더 앞서 있고, 자국 세관원 교육과 기술이전에 진정성이 더 돋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관원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전문 지식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수출입 통관 절차와 보세제도, 환급제도 등 관련 제도와 절차에 대한 지식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절차와 제도는 모두 교토협약등 국제적으로 통일된 조약에 근거하여 집행된다.
품목분류에 대한 전문 지식도 필수이다. 수입물품에 매겨지는 관세의 세율이나 요구되는 국내 수입 조건은 모두 국제협약(HS 협약)에서 만든 HS 코드 번호에 따라 규정되는데 악어가죽 핸드백은 세번(또는 HS코드)이 4202.21.1030(10단위)으로 정해져 있고, 돼지족발이라도 다리살이 붙은 돼지 족발은 0203.29.9000 호로 분류돼 25%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발목까지만 절단된 돼지족발은 0206.49. 1000호로 18%의 관세율의 세금을 내게 되므로 품목분류를 정확히 할 줄 알아야 된다.
관세평가는 과세가격을 결정하거나 신고가격이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과세가격은 물품을 수입할 때 부과되는 세금의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수출국에서 생산자나 수출자가 제시한 가격 그대로가 아니다.
해당 물품이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의 모든 비용 , 이윤 등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변동 폭이 크다.
여러 요소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거래가격이지만 HS코드 상 동일물품이라도 국가별 판매방식 상이하므로 4가지 방법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CIF조건) 을 통해 확인 한 후 최종거래가격을 산출한다고 봐야 하며 가산요소 및 공제요소 적용 여부에 따라 세액 차이가 크게 달라지므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그리고, 수입자가 세관에 신고한 수입 물품의 가격을 어떻게 정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는 가격 평가방법이 각국 세관마다 자의적으로 정해져서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세계적으로 통일된 국제조약이 있는 바, WTO 관세평가협정(WTO Valuation Agreement)이 그것이고,
수입신고 물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절차 및 방법이 규정되어 있다. 쉽게 얘기해서 수입자가 실제로 얼마 주고 샀다고 신고하면 그 금액을 인정해서 과세하되, 그것을 신뢰할 수 없을 때에는 지난 번 같은 물품 수입시 세관에 신고한 가격 ▲또는 이미 신고된 유사한 물품 가격 ▲수입해서 우리나라에서 판매한 가격에서 이윤 및 일반경비등을 빼고 난 가격 ▲또는 생산국에서 그 물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등을 기초로 가격을 산정하는 등 6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21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59개국과는 상호 특혜관세를 부여하고 있는데, FTA협정을 맺은 국가간에는 관세율 0% 등 특혜관세 혜택을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물품이 협정 상대국가의 물품이라는 인정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
이런 원산지 기준/검증에 대한 사항은 21개의 자유무역협정에 각각 다르게 기술되어 있고 세관원은 이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프로필 ] 이대복 (사)한국 FTA 원산지연구회 이사장
• 現 동국대학교, 세계관세기구(WCO)에서 자금세탁방지론(Anti-Money Laundering) 강의
• 저서 : ‘한국세관의 역사(2009년, 동녘)’
• 호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 2005년 홍조근정훈장 수상
• 1994년 WCO 사무총장상 수상
• 2010.06~2011.07 관세청 차장
• 2008.09~2010.05 인천공항세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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