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티메프)가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서 채권 변제율에 채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법원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메프는 오는 12월 27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채권자들이 피해액을 얼마나 변제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윤곽도 이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생계획안이 마련되기까지의 절차가 '산 넘어 산'이어서 적지 않은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
티몬과 위메프가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위해선 우선 오는 11월 중순까지 채권자와 채권액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채권자는 각각 4만7천여명, 6만3천여명으로 모두 11만명에 달하지만, 이는 채권조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파악한 미정산 피해 업체는 4만8천여개로 집계됐다. 디지털·가전 4천607개, 상품권 28개, 식품 8천479개, 생활·문화 1만4천422개, 패션·잡화 6천759개, 여행 287개 등이다.
정부는 또 이들 업체의 미정산 금액을 1조2천여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1천만원 이하의 손해를 입은 업체가 4만3천493개로 90%를 차지한다.
채권조사가 끝나면 조사위원을 맡은 한영회계법인이 실사를 통해 티몬·위메프가 계속 기업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만약 사업을 계속 유지할 때의 가치(존속가치)가 보유한 자산을 처분했을 때 가치(청산가치)보다 작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임의적 파산을 선고하게 된다. 이 경우 채권자들은 사실상 채무 변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단계를 넘은 이후 티몬·위메프는 관계인 설명회에 이어 회생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회생계획안 심의·결의), 회생계획 인가 결정 등을 거쳐야 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채권자들이 주목하는 채권 변제율은 회생계획안에 담긴다. 변제율은 티몬·위메프가 추진하고 있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끌어올 수 있는 자금 규모에 달렸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는 처분할 자산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인수자나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채무 변제는 물론 정상적인 사업 운영도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 업체 40여곳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린의 최효종 변호사는 "채권 변제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결정짓는 핵심은 M&A에 있다"며 "변제율은 인수대금에 따라 기계적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채무가 5천억원이고 인수대금이 1조원이라면 일반채권 변제율은 50% 정도로 볼 수 있다"며 "통상 일반채권에 앞선 회생 담보권이나 근로자 임금, 세금 등의 채권은 먼저 100% 변제를 해주는데 티몬·위메프에는 이런 채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법조계와 유통업계에선 티몬·위메프를 인수할 투자자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우세하다.
M&A가 성공한다고 해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신뢰를 잃은 티몬·위메프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회사 측은 M&A 의향을 보이는 곳들이 있다고 했으나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아니고 사모펀드가 아닐까 싶다"며 "M&A를 하더라도 과연 티몬·위메프 사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를 본 여행업계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는 M&A 밖에 답이 없지만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티몬·위메프를 통해 성장성 높은 이커머스 산업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정엽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현재 티몬·위메프가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외부 투자자를 구하는 것만이 방법"이라며 "본사가 싱가포르 기반인 점과 동남아에서 한국 역직구가 많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 자본 중 인수를 원하는 곳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해 판매업자들은 채권 변제뿐 아니라 티몬·위메프를 정상화해야 판매 채널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정권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기존 경영진이 아닌 제3자 관리인이 지정된 만큼 M&A 가능성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며 "티메프 사태는 플랫폼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경영진들의 잘못이기 때문에 정상화해 판매 채널로 작동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