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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토란대 향이 깊은, 경상도식 추어탕

가을보양식 추어탕 이야기(3)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가을 끝자락, 바람이 제법 차가워지고 산야가 단풍을 벗어내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따뜻한 국물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추어탕은 계절의 전환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보양식이다. 남원이 된장과 시래기를 넣어 걸쭉하고 진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면, 원주는 감자채와 미나리, 수제비를 넣어 담백하면서도 시원하게 끓여낸다. 그리고 영남으로 내려가면 토란대와 고사리, 부추를 듬뿍 넣어 깊고 향긋한 국물을 뽑아내는 경상도식 추어탕을 만난다.

 

경상도의 추어탕은 다른 지역보다 맑고 담백한 국물이 특징이다. 된장의 구수함보다는, 들깨가루의 고소함과 고추장의 칼칼한 맛이 어우러져 국물이 개운하다. 

 

미꾸라지는 통째로 삶아 넣기도 하고 곱게 갈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는데,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안동과 영주에서는 씹는 맛을 살려 통째로 넣는 경우가 많고, 대구와 밀양은 미꾸라지를 으깨어 걸쭉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방식이다.

 

특히 경상도 추어탕에는 토란대와 고사리가 빠지지 않는다. 산간지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이 재료들이 국물에 깊은 향을 더해준다. 토란대의 구수한 흙내음, 고사리의 부드러운 씹는 맛은 국물에 어우러져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른 풍미를 낸다. 부추와 파, 마늘이 들어가 잡내를 잡아주고, 마지막에 제피가루를 뿌려내면 비릿한 맛은 사라지고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 한 그릇 안에 산중의 풍경이 그대로 담긴 듯한 맛이다.

 

경상도에서는 추어탕을 흔히 ‘추탕’이라 불렀다. 장터에서 일꾼들이 허기를 달래며 먹던 음식이었고, 지금도 서민의 보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마다 방식이 달라 ‘정통’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공통된 특징은 맑으면서도 깊은 국물 맛과 향긋한 토란대·고사리의 풍미다.

 

대표적인 맛집으로는 대구 서문시장 인근의 상주식당이 있다. 1957년 개업한 노포로, 얼갈이배추와 국내산 미꾸라지를 사용해 담백한 국물을 낸다. 기와집을 개조한 실내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고, 제피가루와 김치 한 접시가 곁들여져 진솔한 한 끼를 완성한다. 

 

 

 

밀양의 3대째 가마솥추어탕은 장작불 위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토란대, 고사리, 숙주, 파, 마늘을 아낌없이 넣어 끓인다. 방앗잎까지 올려 향긋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은 이 집만의 자랑이다. 청도 추어탕 거리의 향미식당은 된장과 우거지, 배추를 함께 넣어 맑고 담백한 국물을 내며 지역민들의 단골집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경상도의 추어탕은 남원·원주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개성을 지녔다. 남원의 추어탕이 농후한 진국이라면, 원주의 추어탕은 담백한 향토식, 그리고 경상도의 추어탕은 구수하고 향긋한 산중식에 가깝다.

 

늦가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경상도의 한 추어탕집에 들어서면 뚝배기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토란대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 넣으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풀리는 듯 따스하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산과 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진 경상도의 풍경 그 자체다.

 

경상도 둘러보기

 

 

대구 – 근대골목

대구 근대골목은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대표 관광지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산성당, 이상화 고택, 3·1운동길 등 다양한 역사 현장이 이어진다. 붉은 벽돌 건물과 전통 한옥이 어우러진 풍경은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을 느끼게 한다. 추어탕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랜 뒤, 대구의 역사를 따라 걷는 여정은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밀양 – 영남루

낙동강 지류를 내려다보는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조선 3대 누각으로 꼽힌다. 팔작지붕 아래서 내려다보는 밀양강 풍경은 장쾌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누각 주변 산책로와 정원이 잘 정비되어 있어 여유롭게 걷기 좋다. 추어탕의 구수한 맛과 함께 누각에서 맞는 바람은 밀양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청도 – 운문사

청도 운문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고찰로, 한국 최대의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특별한 도량이다. 국보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해 귀중한 문화재가 전해지며,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가을 단풍철이면 극락전과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청도 추어탕의 담백한 맛을 즐긴 뒤 운문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거닐면 몸과 마음이 함께 채워진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블로그 | 지구별 여행자 운영자

•스튜디오팝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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