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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메밀 맛 찾아 한겨울 영월에서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메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구황작물

 

메밀은 중국 서북부 및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삼국 시대 이전부터 유입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백제 유적지에서 탄화된 메밀이 출토되었고,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곡물 운반선 ‘마도 1호선’에서도 벼, 콩, 조, 젓갈과 함께 메밀이 실려 있었던 흔적이 확인되었다.

 

문헌상으로는 고려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조선 시대에는 《동국세시기》, 《규합총서》 등에 메밀국수와 메밀묵 조리법이 소개되었다. 특히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에서는 메밀을 흉년에 대비한 구황작물로 적합하다고 기록했을 정도로, 메밀은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중요한 식재료로 자리 잡아왔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제주도까지 전국적으로 메밀이 재배되고 있다. 대표적인 메밀 음식으로는 막국수와 평양냉면이 있으며, 이제는 전국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강원도 지역에서는 메밀묵, 메밀전, 메밀전병을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평창을 비롯해 영월 등지에서는 메밀이 활발히 재배될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겨울철 별미로 꼽히는 메밀 요리를 맛보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영월을 찾았다.

 

메밀묵밥으로 유명한 ‘주천묵집’

 

메밀꽃처럼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날 아침도 거른 채 처음으로 찾은 곳은 영월 주천면에 있는 ‘주천묵집’,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시골 마을에 자리한 이곳은 소박한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메밀묵밥과 채묵비빔밥, 감자전을 주문하자 잠시 후 정갈한 시골 밥상이 한상 차려졌다. 토마토 장아찌 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기본 찬이 입맛을 돋운다. 따뜻한 묵밥 국물이 얼어 있던 속을 녹여주고, 고소한 감자전과 함께 먹다 보니 어느새 빈 그릇이 아쉬워졌다.

 

 

 

이곳은 30년 넘게 3대째 운영되고 있으며, 매일 직접 묵을 쑤어 손님상에 내놓는다. 그래서인지 늦게 가면 재료가 소진되어 발길을 돌려야 할 때도 많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며, 콩 등 일부 재료만 지역 농가에서 수매해 사용한다고 한다.

 

영월 메밀전병의 성지, 서부시장 ‘미탄집’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소문이 자자한 곳,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영월 서부시장 ‘미탄집’은 메밀전병의 원조 격인 맛집으로 손꼽힌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2시였지만, 시장에 들어서자 여전히 길게 늘어선 줄이 장관을 이뤘다. 주변 다른 전병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독 이 집 앞에만 대기 줄이 길었다.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자리를 배정받아 메밀전병과 메밀 배추전을 막걸리와 함께 주문했다. 전병과 배추전을 한입 베어 물자마자 “그래, 이 맛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몇 번 먹어본 경험이 자연스럽게 입안에 익숙한 맛으로 자리 잡았나 보다. 곁들여 먹는 막걸리가 전병을 돋보이게 하는 보조 역할일 뿐, 이곳에서는 전병이 주인공이다. 강원도 향토 음식 가운데 하나인 올챙이국수도 이곳 ‘미탄집’에서 함께 맛볼 수 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메밀

 

메밀묵이나 막국수는 평양냉면처럼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메밀 본연의 구수한 맛을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밀묵에는 간장 양념이, 막국수에는 설탕, 겨자, 식초, 들기름 등이 곁들여 나오지만, 처음에는 기본양념만 넣어 먹어보길 권한다. 이 맛에 익숙해지면 평생 메밀 음식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슴슴한 평양냉면 성지 찾아 다니는 매니아들처럼 말이다.

 

영월에서 둘러볼 만한 곳

 

영월은 유적지와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으로, 사계절 내내 관광과 휴식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천년 고찰인 법흥사는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청령포와 장릉은 단종의 비운이 서린 역사적 장소로, 조선 시대의 애절한 왕조사를 느낄 수 있는 명소다.

 

또한, 선돌은 높이 70m에 달하는 거대한 기암절벽으로, 주변의 푸른 강물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한국화를 연상시키는 절경을 자랑한다. 주천강을 따라 형성된 요선암은 독특한 돌개구멍(포트홀) 지형이 발달한 천연기념물로,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동강은 래프팅 명소로 유명하며, 그와 함께 자리한 고씨동굴에서는 신비로운 석회동굴과 종유석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자연미를 만끽할 수 있다.

 

법흥사–5대 적멸보궁

법흥사는 사자산 연화봉 아래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사찰로, 신라 자장율사가 643년(선덕여왕 12년)에 창건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이며, 울창한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이 참배와 산책을 위해 찾는 명소다.

 

 

선돌-영월의 자연이 빚은 걸작

서강변에 위치한 선돌은 높이 70m의 거대한 입석(立石)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린다. 고생대 석회암 지층이 오랜 시간 지각변동과 침식작용을 거쳐 형성된 독특한 지형이다.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한국화를 보는 듯한 절경을 자랑한다.

 

 

요선암–자연이 만든 신비로운 포트홀

오랜 세월 동안 물의 흐름에 의해 형성된 돌개구멍(포트홀)이 집단으로 형성된 곳으로, 무릉도원면 주천강에 위치한다. 천연기념물 제543호로 지정된 영월 10경 중 한 곳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함께 독특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블로그 | 지구별 여행자 운영자

•스튜디오팝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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