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준호여행작가) 세르반테스와 프라도 미술관, 레알 마드리드 FC와 그리고 노면전차. 오늘날 이베리아반도의 중심부이자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바르셀로나에서부터 시작된 이베리아반도를 횡단하는 긴 여행은 대륙의 끝, 대서양의 시작인 까보다로까(Cabo DA Roca)를 거쳐 파티마 등 포르투갈을 종단하고 다시 스페인으로 들어서서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마드리드를 향해간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 국경을 넘어설 때나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국경을 넘어설 때 역시 그 어떤 검문이나 제재가 없다. 마치 이웃한 도시 경계를 넘나들듯 자유롭다.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국경선이 뚜렷한 지역을 다녔던 여행자들에게 이곳의 국경선은 자유로워서 외려 낯설다.
파티마를 출발한 버스는 두 시간여를 달려 어느 한적한 휴게소에서 멈추어 선다. 바르셀로나에서부터 지금까지 일주일 이상을 장시간 버스로 여행을 하고 오는 동안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휴게소 커피숍에서 카페 코르토 (cafe corto) 한잔을 시켜놓고 주변을 둘러본다. 어느덧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와 있는 올리브농장과 유순하게 펼쳐지는 구릉들, 그리고 온몸으로 퍼지는 진한 커피의 향, 스페인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서 누리는 짧은 여유는 마음마저 넉넉하게 한다.
살라망카
마드리드 가는 길에 스페인 최고의 교육도시 살라망카를 들렀다. 살라망카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학문의 도시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고풍스러운 도시이다.
인구 대부분이 학생이라고 할 만큼 학생이 많은 교육의 도시답게 1218년 알폰소 9세에 의해 설립된 살라망카대학교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자 최고의 명문대학교로 유명하다. 도시는 역사 깊은 고도(古道)인 만큼 전체가 아늑하며 고풍스럽다.
구시가지를 대표하는 마요르 광장뿐만 아니라 카테드랄, 그리고 15세기에 세워진 기사의 집 등 대체로 보전이 잘 되어 있어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도시의 중심부에는 각양각색 양식의 건축물이 있는데, 아케이드와 마요르 광장의 회랑은 이색적이어서 사람들 눈길을 끌 만하다.
노천카페가 즐비한 이곳 광장에서는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살라망카대학교와 마요르 광장, 그리고 교회 건축물들은 그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아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톨레도
한때 로마제국의 도시였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슬람왕조가 들어서기도 했으며 마드리드로 수도가 옮겨가기 전 통일 스페인왕국의 수도였던 도시가 톨레도이다. 마드리드 인근에 있으나 협곡을 가로지르는 타호강과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세르반테스 언덕 등 지역적으로 천연의 요새였던 탓에 이곳을 점령하려는 침략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던 도시이다. 까닭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유적이 공존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다양하고 이색적인 스페인 문화가 발전해왔다.
198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스페인 정부로부터 도시 전체가 국가기념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하였다. 특히 톨레도 중심부에 우뚝 서 있는 톨레도 대성당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건축물 가운데 한곳으로 꼽힐 만큼 건축미가 뛰어나고 다양한 종교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어 미술관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 한 곳이다.
톨레도 여행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 꼬마기차를 타고 협곡을 거슬러 미라도르전망대에 올라보는 일이다. 언덕에 올라서면 시원스레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알카사르를 비롯하여 대성당 등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론다와 함께 자연경관과 역사유적이 한데 어우러진 곳으로 스페인 여행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여행에서 프라다 미술관을 지나친다면 그는 진정한 여행자가 아니다. 프라도 거리에 있는 프라도미술관은 파리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전시관으로 손꼽는다. 3천여 점의 회화작품과 판화, 그리고 700여 기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주화와 메달, 그리고 다양한 장식물이 수천여 개 이상 전시되고 있어서 서둘러 관람을 하여도 족히 두세 시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듯 많고 다양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다 보면 대부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감상에 빠져들게 된다. 프라도미술관에는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고야의 <카를로스 4세 가족>, 엘그레코의 <삼위일체> 등은 한참을 머물면서라도 찬찬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마드리드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인물은 단연 최초의 근대소설이라 불리는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다. 그는 1547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평생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간 인물로 정식으로 문학 공부를 받은 적이 없지만 타고난 글 솜씨로 인해 최고의 작품 “돈키호테”를 탄생시켰다.
그의 작품 “돈키호테”는 오늘날까지도 지구촌 전역에서 사랑받는 소설이지만 세르반테스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흔적은 스페인 광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세르반테스 서거 300주년을 기념하여 세르반테스를 위해 만들어진 스페인 광장에는 그의 석상을 비롯해 소설 속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산초의 동상도 만날 수 있다.
스페인 여행을 마치며
산악열차를 타고 오른 몬세라트 수도원에서부터 시작한 10여 일 간의 이베리아반도 횡단 긴 여행은 들렀던 곳마다 강렬한 여운을 내게 남겨줬다. 바르셀로나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가우디의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이게 현실인가 다시 한 번 자신을 확인해봤었고, 인생 버킷리스트 가운데 한 곳이었던 알람브라 궁전에서의 추억은 한 번 더 와야겠다는 다짐으로 남았다.
헤밍웨이가 걷던 길을 따라 걸었던 론다의 누에보 다리와 세비야 극장에서 보았던 플라멩코의 강렬함은 잊을 수가 없다. 이베리아반도의 서쪽 포르투갈 리스본의 기억과 까보다로까의 거센 바람, 그리고 파티마 성당의 저녁 미사 역시 잊힐 수가 없다. 여행의 끝에서는 항상 습관처럼 허함이 밀려오기 마련인데 이베리아반도 횡단 여행에서는 허함보다는 두근거림이 외려 더 남아 있는 듯하다.
이베리아반도를 횡단하던 지난 10여 일을 회상하는 내내 이곳을 다시 찾기 위해 멀지 않은 날에 짐을 꾸리고 있는 내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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