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준호여행작가) 스페인을 여행하려면 적어도 이베리아반도를 횡단할 각오를 해야 한다. 마드리드에서 출발을 하든 바르셀로나에서 시작을 하든 말이다. 한국의 패키지여행사 대부분도 횡단하는 일정으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는데, 횡단 코스가 열흘이내의 짧은 시간에 스페인 주요도시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이 코스를 선호한다.
스페인을 저렴하게 가기위해 아부다비 경유편 항공을 이용했다. 인천에서 아부다비까지 8시간여, 대기시간 20여시간, 다시 아부다비에서 바르셀로나까지 5시간여 등 꼬박 2일에 걸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장시간의 대기시간과 비행이었지만 대기시간에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둘러볼 수 있었기에 다행히 피로감은 적었다. 시간적으로 여유 있고 저렴한 항공권으로 다른 국가 또는 도시를 투어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경유편 항공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드디어 바르셀로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의는 아니었지만 바르셀로나를 하루 만에 둘러보겠다고 한 결정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물론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관광지 스템프찍기 놀이하듯 그렇게 다녀올 곳이 아니라고 했지만 각자의 환경에 맞추려다보니 이런 일정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결국 여유 있는 다음의 여행을 만들기 위해 꼼꼼히 노트하느라 바르셀로나에서의 하루는 무척이나 바쁘고 분주한 하루가 되고 말았다.
가우디 그리고 피카소, 바르셀로나를 찾는 이유
천재 건축가 가우디와 입체파 천재 화가 피카소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는 오늘날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가 되어있었을까? 그만큼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와 피카소로 대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게다. 물론 현재 전설을 만들고 있는 축구클럽 바르샤도 있지만 말이다.
가우디가 남긴 족적은 현재 카딸루냐 지역 곳곳에 남아있고 해마다 수많은 여행자들은 마치 성지순례하듯 그의 건축물을 보기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유년의 시절을 이곳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피카소는 비록 체제에 반대하여 스페인을 떠났지만 바르셀로나에 세워진 자신의 피카소박물관에 많은 작품을 기증하였고, 이곳 역시 그의 작품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바르셀로나를 찾고 있다.
카톨릭의 성지 몬세라트 수도원
가우디의 유적지를 둘러보기 전에 몬세라트 산을 먼저 오른다. 몬세라트 수도원에 가기 위해서다. 삐걱거리며 난간을 위태위태하게 오르는 산악열차는 이색적이며 스릴이 있다. 해발 725미터 바위산에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과 대성당은 이곳에 안치되어 있는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하다.
아프리카 무어인의 침략을 피해 이곳 몬세라트 산 동굴에 숨겨져 있던 검은 성모상이 목동들에 의해 발견되자 마을 수제들은 이곳에 작은 수도원을 세웠고 그 후 수세기에 걸쳐 대성당등이 세워지며 카톨릭 교회 세계 4대 성지중 한곳이 되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하는 여행지 가운데 한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가우디가 이곳 몬세라트 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수도원에 오르는 방법은 산악열차를 타거나 자동차, 케이블카, 아니면 등산로를 이용해 걸어서 오를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하루정도 시간을 갖고 수도원에 올라 다양한 코스의 산위 순례길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많은 여행객 또는 순례자들이 수도원에 올라와 있다. 어떤 이는 작은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고 어떤 이는 성당에 앉아 깊은 묵상에 빠져있다. 소란스러울 만도한데 여행객들 또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작은 목소리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수도원을 둘러보고 있다.
신의 존재 여부를 떠나 이렇듯 종교시설이 주는 경건함은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이곳도 최소 반나절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찾아야 하는 곳인데 짧은 일정 때문에 수도원 부근만 둘러보고 내려와야 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구엘공원을 걸으며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이 사비를 들여 가우디에게 의뢰하여 전원주택 단지를 만들고자 했던 곳이 구엘공원이다. 가우디는 이곳에 다양한 건축기법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자금난에 의해 공사시작 십여년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후에 바르셀로나 의회가 이곳을 기증받아 공원으로 조성,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가치 있는 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당연히 가우디의 뛰어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각타일에 곡선으로만 이어진 긴 벤치며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파도동굴, 도마뱀 조형물 등 가우디가 건축의 연금술사임을 증명하고 있는 다양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운동장 옆 조각타일 벤치에 앉아 지나는 바람을 맞으며 구엘공원을 둘러본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이곳 언덕에 세워질 건축물을 설계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만든 이곳에 하루에도 수천 명씩 찾을 거라는 상상이나 했을까. 잠깐의 시간동안 벤치에 앉아 상상조차 안 되는 가우디의 천재성을 되짚어 본다.
가우디의 대표적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1883년 가우디에 의해 설계되어 착공을 시작한 이 성당은 아직까지도 미완의 건물로 건축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가우디가 남긴 미완의 건축물이지만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이기도 하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로 짓겠다는 가우디의 기본 설계에 따라 지금도 기부를 통해서만 건축자금을 충당하고 있다한다. 그의 의도처럼 건축 외면과 성당 내부에는 글을 모르는 가난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성경의 주요 내용이 다양한 조각들로 묘사되어 있다. 난해하고 가장 독특한 건축물이지만 오차 없는 설계와 구조적으로 세밀하게 배치된 조각상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찾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그 웅장함에 더욱 압도당하고 만다. 위치에 따라 다양한 색감과 형태로 설치되어 있는 모자이크 그라스를 통해 비춰지는 빛은 성당 내부를 더욱 경건하게 한다. 이곳에서 몇시간 쯤 머물러 있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많고 다양한 조각상과 조각상에 부여된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하기 때문이다.
카사밀라와 카사바뜨요
‘산’을 형상화한 카사밀라와 ‘바다’를 형상화한 카사바뜨요는 가우디의 또 다른 걸작 건축물로써 그라시아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건축물은 직선과 직각으로 되어있지만 가우디의 건축은 점이 이어져 선이 되고 선이 이어져 하나의 유기체가 되듯 마치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 같다.
인위적으로 만드는 건축물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기법과 표현이 그의 건축물에 녹아있는데, 카사밀라와 카사바뜨요 역시 당시에는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문화유산으로 보호받을 만큼 걸작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짧은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정은 긴 여운을 남긴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커피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도시를 빠져나오는 내내 옛 건물과 신건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시내 풍경을 보면서 가우디와 피카소가 아니래도 바르셀로나가 예술의 도시로 충분히 불릴 만 하다는 것을 느꼈다.
언젠간, 반드시, 꼭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때는 이곳에서 며칠 머물며 몬세라트 뿐만 아니라 도심 구석구석을, 파밀리아성당 안에서 몇 시간을, 피카소그림 앞에서도 몇 시간을, 그리고 적당한 해안가에서 지중해에 발도 담그며 유유자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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