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켜켜이 놓인 섬들은 대부분 그 중심에 산을 품고 있다. 통영에 속한 섬들도 마찬가지다. 미륵도의 중심에는 미륵산이, 사량도에는 지리망산이, 욕지도에는 천황산이 그리고 한산도에는 망산이 섬의 주축으로 우뚝 서 있다. 섬에 속한 산들의 특징은 능선이 잘 발달하여 정상을 오르는 내내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 조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영의 섬들이 아름다운 데는 섬이 품고 있는 산이 한몫한다.
산은 높지 않으나 기암과 바위가 능선을 이루고 있어 절경인 곳이 많고 그 모습이 바다와 조화를 이루면서 찾는 이들에게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한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섬 산을 등반하는 또 다른 매력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길 나섬조차 망설여지는 요즘, 전염병이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질 만큼 안전함과 쾌적함을 아낌없이 건네주는 곳이 자연의 품이다.
생활 일부가 돼 버린 마스크를 잠시 벗어 놓고 심호흡 마음껏 하면서 올 가을, 다도해 곳곳에 둥실 떠 있는 통영의 섬 산 능선을 걸어 보기를 권한다. 걷다 보면 고단했던 마음도 치유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륵도의 중심 미륵산(彌勒山)
미륵도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미륵산은 그 높이가 461m에 이르며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통영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만큼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
산림청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미륵산은 등산로뿐만 아니라 2008년도에 설치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가 정상 부근까지 운행함에 따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올라 천혜의 다도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사면을 따라 다양한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고 사방이 탁 트인 만큼 일출과 일몰 풍경 또한 장관이다. 미륵산 자락으로는 불교 신앙이 깃든 산이니만큼 용화사, 도솔암, 관음사 등 유서 깊은 고찰이 여럿 있으며, 특히 용화사에는 석조여래상 등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 통영 여행에서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 가운데 한 곳인 미륵산은 통영과 미륵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사량도의 진산 지리망산(智異望山)과 칠현산(七絃山)
내륙의 지리산이 바라보인다 하여 지리망산 또는 지리산이라 불리는 이 산은 사량 상도의 동서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그 높이가 398m에 이른다. 산능선 대부분 구간이 바위로 이뤄져 있고 오랜 풍화작용으로 기암괴석이 발달해 있으며 숲 역시 울창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산이기도 하다.
지리망산 역시 산림청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릴만큼 경치가 빼어나고 아찔한 바위 능선을 넘나들며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사량 하도에 있는 칠현산은 7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어 칠현봉이라 불리는데, 상도의 지리망산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어 원시적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최근에 상도와 물길을 잇는 연륙교가 개통됨에 따라 지리망산과 칠현산을 연계해서 1박 2일로 다녀오는 산객이 늘어나고 있다. 일곱 개의 봉우리를 지나는 능선길이 탁 트인 조망과 함께 시원하고 성을 쌓아 놓은 듯한 바위 능선이 볼만하다.
이국적 풍경을 간직한 욕지도 천황산(天皇山)
천황산은 아무 때나 찾아와도 늘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섬 욕지도를 상징하는 산이다. 천황 산신을 모시는 제를 지낸 데서 유래된 천황산은 그 높이가 392m에 이르며 최근 들어 욕지도를 가로지르는 산줄기를 따라 등산로가 개설되어 능선에서도 욕지도의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천황산 등산로는 다른 산들과 달리 산길과 인도, 그리고 때로는 포장도로를 걷기도 한다.
덕분에 산뿐만 아니라 욕지도 섬사람들 사는 모습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산 능선이 완만하여 산책하듯 걷기에도 좋은 천황산 산행길은 깎아내린 해안 절경과 눈부시도록 푸르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산행 내내 피로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매력적인 산이다. 섬을 일주하며 여행할 수 있는 코스와 더불어 천황산 산행코스는 욕지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통영만의 망대 한산도 망산(望山)
대부분 바위로 형성된 통영의 섬 산들과 비교해 한산도의 최고봉인 망산은 완만한 흙산이다. 하지만 통영만 해협으로 침입하는 적들을 감시하는 망대의 산으로 오래전부터 특별한 역할을 해온 산이기도 하다.
또한 섬의 다른 산처럼 이곳 망산 능선도 올라서면 바다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한산도에는 곳곳에 이순신 장군의 역사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는데, 망산 산행과 더불어 역사 유적지 탐방하기 안성맞춤인 곳이 한산도 섬 여행이다.
특히 최근에 실시한 발굴조사 결과 산 정상 부근에서 봉수시설 등이 발굴되어 망산봉수대가 망산 정상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망상정상에 올라서면 맑은 날에는 근처의 올망졸망한 섬들뿐만 아니라 소매물도를 비롯하여 등대섬과 일본대마도까지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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