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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이베리아반도를 횡단하다(2) 아름답고 황홀한 궁전, 알함브라

(조세금융신문=황준호여행작가) 몇 해 전부터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우디의 건축물과 이베리아 반도의 다양한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도 기대감이 컸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알함브라궁전’을 간다는 사실이 가장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발렌시아에서 그라나다까지는 거리상으로는 500여 km, 버스로 최소 6시간이 걸린다. 그러나다를 가는 이유는 단 한가지 ‘알함브라궁전’을 가기 위해서다. ‘기타의 사라사테’라 불리는 스페인 작곡가 타레가(Francisco Tárrega, 1852~1909)가 작곡한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연주곡으로도 잘 알려진 알함브라궁전은 이슬람 왕국의 가장 위대한 궁전이며 유럽에 남아있는 유일한 이슬람궁전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들은 이베리아반도를 장악한다. 그리고 800여 년 동안 이베리아반도를 통치하기에 이른다. 이슬람 나스르 왕조 무함마드 1세에 의해 1200년경부터 짓기 시작한 궁전은 100여 년 동안 확장을 거듭하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내부 분열과 가톨릭 세력의 압박으로 무어인들의 세력이 약해지며 결국 이사벨라 여왕이 이끄는 스페인 가톨릭 세력에 의해 1492년 이슬람 제국은 패망에 이른다. 무어 제국의 마지막 왕 무함마드 12세는 이사벨라 여왕에게 궁전을 부수지 말아 달라며 자진 항복을 하고 궁전을 떠나 아프리카로 돌아간다.

 

이사벨라 여왕은 알함브라궁전이 이교도의 잔재임에도 불구하고 “부수기는 쉬우나 이렇게 아름다운 궁전을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며 궁전을 보전하게 한다. 하지만 이사벨라 여왕 사후 궁전은 수 세기 동안 가톨릭 세력에 의해 수난을 겪게 된다. 이슬람 건축의 상징인 모스크를 성당으로 개축하고 수도원을 짓는가 하면 궁전을 허물거나 기독교식으로 변경하기도 하였다.

 

1800년대에는 나폴레옹 군에 의해 일부가 무너졌으며 지진으로 인해서 파괴되기도 하였다. 그 후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던 궁전은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이 이곳에 머물며 쓴 에세이 ‘알함브라 이야기’가 출판되어 세간에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스페인 국왕이었던 페르난도 7세에 의해 복구 작업이 시작되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까닭에 지금의 궁전은 이슬람 양식과 기독교 양식이 뒤섞여 있어 두 개의 다른 종교가 한곳에 공존하는 이색적인 곳이 되었다. 다행히 오랜 세월 많은 훼손에도 불구하고 찬란했던 당시의 흔적이 오늘날에도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알함브라궁전을 걷는다. 아름다운 헤네랄리페(Generalife) 정원을 걸으며 기타연주곡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듣는다. 이슬람 통치자들의 여름 궁전이었던 헤네랄리페는 견고한 성곽과 정교한 수로, 다양한 꽃밭과 수목들로 구성된 곳으로 알함브라궁전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화려한 페르시아 정원 양식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기타 선율과 수로를 따라 유유히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앙상블을 이루니 감흥이 벅차오른다. 2층 테라스에 올라서니 멀리 알바이신 지구와 그라나다의 목가적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시절의 이슬람 통치자들은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며 유유자적 했을 것이다.

 

헤네랄리페를 돌아 나와 궁전으로 향한다. 궁전에는 이곳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인 나스르궁전(Nasrid Palace)과 이질적일 만큼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카를로스 5세 궁전(Palace of Charles V)이 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은 스페인 국왕이었던 카를로스 5세가 기독교식인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한 궁전이다. 외곽에서 보면 사각형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원형경기장처럼 원형의 회랑 구조로 된 건축물로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는 궁전이기도 하다.

 

나스르궁전은 알함브라의 ‘백미’인 곳이다. 건물 외형뿐만 아니라 상상조차 힘든 내부의 아름다움, 바닥에 놓인 타일조각부터 천장과 벽면에 장식된 화려한 문양과 조각 등 숨이 턱 막힐 만큼 아름다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가 없다.

 

숨이 막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아하고 격조 있는 아라야네스의 정원(Patio de los Arrayanes)을 지나고 142개의 기둥과 벽면에 기하학적 패턴과 아라베스크문양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사자의 궁(Patio de los Leones)에 이르면 비로소 내가 알함브라궁전의 핵심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무어왕조의 화려했던 시절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 나스르궁전이다.

 

나스르궁전에서의 벅찬 감정을 추스르며 알카사바(Alcazaba)를 걷는다. 알함브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알카사바는 궁전이 들어서기 이전 9세기 무렵에 세워진 요새로 병사들을 수용하던 군사시설로 쓰였다고 한다. 미로처럼 복원해 놓은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을 지나 이곳에서 가장 높고 전망 좋은 망루 벨라 탑(Torre de la vela)에 오르면 알함브라 전경과 알바이신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다시 이어폰을 꽂고 기타 연주곡 타레가의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한 번 더 듣는다. 헤네랄리페에서 듣던 감흥과 궁전을 모두 돌아보고 벨라 탑 망루에 앉아 다시 듣는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은 같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감흥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모를 일이지만 그동안 버킷리스트로 담아놓고 상상했던 것보다 직접 와서 보고 느낀 알함브라의 모습은 훨씬 더 강렬하고 묵직했다는 사실이다. 옛 무어인들이 이곳을 가리켜 “에메랄드속의 진주”라고 표현했는지도 궁전을 돌아보고 나니 충분히 이해되고 남는다.

 

두 시간여를 궁전에서 보내고 다음 일정 때문에 궁을 나서는데 허전한 여운이 남는다. 분명한 건 최소한 하루 정도 이곳에 머무르며 궁전과 그리고 궁전 성곽 건너편 알바이신 지역에 올라 알함브라궁전의 야경도 봐야 할 것이며 그라나다골목을 어슬렁거리다가 적당한 ‘바(Bar)에 앉아 알함브라 맥주도 한 잔 맛봐야 한다. 결론은 언젠가는 홀연히 다시 와야겠다는 것, 그러기에 알함브라궁전에 대한 내 버킷리스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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