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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내 몸을 깨우는 뜨끈한 국물 -곤지암 소머리국밥

엄동설한 이겨낼 국밥 이야기(2)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국밥 한 그릇에는 참 오랜 시간이 들어 있다. 소를 잡던 이른 새벽의 서늘한 공기, 칼과 도마가 오가는 부지런함, 커다란 솥에서 하루 종일 끓어오르며 뼈와 살을 풀어내던 국물의 숨, 그리고 그 한 그릇으로 하루를 버텨야 했던 사람들의 삶까지. 국밥은 언제나 땀과 기다림이 빚어낸 음식이었다.

 

소머리국밥은 그 많은 국밥들 가운데서도 한층 더 깊고 묵직한 맛을 품고 있다. 예부터 집에서 소를 잡는 일은 집안의 큰일이었고, 소머리는 손질도 번거롭지만 가장 알찬 부위였다. 뼈와 살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부위마다 식감과 풍미가 다른 만큼, 한 번 삶아내는 데만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머릿고기는 귀한 손님이 오거나 집안 대소사를 치를 때 상 위에 올리던 특별한 음식이었고, 그것이 국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조선 후기, 장시(場市)와 시장 문화가 활발해지면서부터다.

 

장터 한 켠, 쉬어갈 틈 없이 분주한 국밥집에서 사발에 후룩 떠주는 소머리국밥은 장정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힘이었고, 전쟁 이후 가난하던 시절에는 값싸고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며, 오늘날에도 누구에게나 구수한 위로가 되어준다. 그래서일까. 소머리국밥 한 그릇을 마주하면, 단순한 한 끼를 넘어 마음까지 뜨끈하게 데워지는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끓여내는 소머리국밥이 있다.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정성을 들여 우려낸 국물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푹 삶아낸 머릿고기와 사골·잡뼈로 낸 육수에 무·파·마늘을 더해 기본 맛을 잡는다.

 

 

서울의 오래된 집들은 머릿고기를 먼저 데쳐 잡내와 기름을 걷어내고, 다시 사골과 함께 긴 시간 끓이는 방식이 많다. 지방의 노포들은 머릿뼈를 통째로 솥에 넣고 아궁이 불을 지피듯 오랜 시간 달래 가며 우려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쌓여 온 시간이 한 그릇 국물에 차곡차곡 스며들어, 우리가 아는 그 깊고도 구수한 맛을 만들어낸다.

 

소머리국밥은 전국 어느 동네에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곤지암 소머리국밥’처럼 지명이 먼저 떠오르는 곳은 흔치 않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 일대 이야기다. 작은 읍내 골목에 들어서면 소머리국밥집 간판이 줄줄이 이어져 있는 풍경을 만난다.

 

이들 가운데서도 오래된 원조 격으로 입소문이 난 집이 바로 최미자 소머리국밥집이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곳이기도 하다.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집들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소머리 특유의 냄새를 다스리고, 감칠맛을 끌어올린다. 어느 집이든 한 숟가락 떠 입에 대는 순간, 뼈에서 우러난 진한 향이 먼저 코끝을 치고, 곧이어 머릿고기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을 천천히 채운다.

 

국물은 지나치게 맑게 걸러내지 않아 한결 투박하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다. 머릿고기는 부위별 식감이 살아 있어, 어떤 것은 탱글하게 씹히고, 또 어떤 것은 부드럽게 녹아든다. 씹을수록 맛이 도드라지는 부분이 이 국밥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머릿고기는 함께 나오는 양념장에 가볍게 찍어 한 점 먹고, 김칫국물을 살짝 털어낸 배추김치 한 조각을 올려 갓 떠낸 국밥 한 숟갈을 크게 떠 넣으면, 고소함과 칼칼함, 뜨거운 국물이 한 번에 어우러진다.

 

차가운 기운이 맴돌던 몸이 서서히 풀리고, 마음속까지 뜨끈해지는 순간이다. 유난히 지친 날, 마음까지 훈훈하게 풀어주고 남는 맛이다.

 

곤지암 소머리국밥 먹고, 경기도 광주 한 바퀴

 

 

곤지암 도자공원 & 경기도자박물관

조선 500년 동안 왕실용 도자기를 구워 내던 관요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도자공원과 경기도자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 안에는 옛 가마터와 야외 조각공원,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소머리국밥을 먹고 가볍게 걸으며 도자기의 역사와 현대 도예 작품을 함께 즐기기 좋다. 봄에는 꽃길이, 가을에는 단풍길이 열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화담숲(화담수목원)

LG상록재단이 조성한 친환경 수목원으로, 17개 테마정원과 완만한 숲길이 이어진다. 약 4300여 종의 식물이 계절마다 풍경을 바꾸어 보여 주며, 특히 가을 단풍과 봄 신록이 아름다워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나무 사이로 난 데크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심의 소음이 서서히 멀어지고 숲의 숨소리만 또렷이 들려온다.

 

 

남한산성

경기도 광주에 걸쳐 있는 산성으로, 조선 시대에는 전쟁 시 왕이 피난 오던 ‘비상 수도’ 역할을 하던 곳이다. 해발 약 500m 남한산 능선을 따라 성곽이 12km가량 이어져 있고,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산책하듯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 아래로 펼쳐진 도시 풍경과 함께 조선 시대의 역사와 전쟁의 흔적을 함께 떠올려 보게 된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블로그 | 지구별 여행자 운영자

•스튜디오팝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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