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전체 회원 수에 육박하는 337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매출액의 3%인 최대 '1조 원대'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받게 될 손해배상액은 과거 판례인 '1인당 10만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형 보안 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솜방망이 배상'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 "매출 3% 룰 첫 적용되나"…쿠팡, 창사 이래 최대 위기
2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가동하고 지난달 29일 발생한 쿠팡 사태와 관련해 고강도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전화번호는 물론 배송지 주소 등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됐다.
관심은 제재 수위에 쏠린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의 고의·중과실로 정보가 유출될 경우 ‘전체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올해 쿠팡의 추정 매출액인 40조 원을 대입하면, 산술적으로 최대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미 당국은 지난 8월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2300만 명 유출) 당시 역대 최대인 134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쿠팡 사태는 유출 규모나 정보의 민감도 면에서 SK텔레콤 사례를 훨씬 상회한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제재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 피해자 전원 소송 땐 ‘6조 원’ 폭탄…현실은 ‘1% 싸움’
피해 규모가 워낙 방대한 만큼 이론상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액도 ‘조(兆)’ 단위를 넘나든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쿠팡을 상대로 제기되거나 예고된 집단소송들은 1인당 10~20만 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피해자 3370만 명 전원에게 1인당 20만 원씩 배상할 경우, 쿠팡이 감당해야 할 배상 총액은 약 6조7400억 원에 달한다. 보수적으로 잡아 1인당 10만 원만 인정돼도 총액은 3조3700억 원이다.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액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모든 피해자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보 유출 소송은 참여자만 배상을 받는 구조인데 소송 비용과 번거로움 때문에 실제 참여율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가령 피해자의 10%가 소송에 참여해 승소한다고 가정하면 배상 규모는 약 3370억 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참여율이 1%에 그친다면 쿠팡의 실질적 부담액은 약 337억 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조 단위’ 위기설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징벌적 손배소 도입" 목소리 높지만…보상은 '모르쇠'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쿠팡 사태는 5개월간 유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기업의 도덕적 해이"라며 "과징금 상한 상향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현실화"를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야당 역시 "과거 16억 원 수준의 과징금이 대형 사고를 키웠다"며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쿠팡이 물게 될지도 모르는 1조 원대 과징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될 뿐, 피해자 구제에는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정보가 털려도 소송 없이는 한 푼도 받을 수 없고, 정부만 거액의 과징금을 챙기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징금의 일부를 피해자 구제 기금으로 조성하거나 집단소송제도를 개편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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