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생명보험업계의 성장을 견인했던 변액보험이 악화된 시장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금리 역마진 위험도가 낮은 변액보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생명보험사들의 노력으로 올해 초 회복세를 보였던 매출이 하반기 들어 다시 고꾸라진 것.
IFRS17 도입을 앞두고 줄어든 저축성보험을 대체할 상품 마련이 시급한 생보업계는 종신보험의 입지 축소에 대응할 신시장을 찾기까지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신계약 건수가 올해 3분기 들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생보업계가 새로 모집한 변액보험 신계약은 총 8만 3989건으로 전년 동기 14만 862건 대비 5만 6873건 줄었다. 신계약이 절반 가까이(40.3%) 반 토막 난 것이다.
변액보험 상품은 금리에 따라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이율이 변동되는 특성으로 보험사가 금리차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역마진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고객이 납입하는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운용수익률에 따라 보험금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IFRS17에 대비하기 위한 최적의 상품으로 꼽혔다.
때문에 과거 확정고금리 상품을 다수 판매했던 생보사들은 변액보험 판매에 사활을 걸었다. 생보업계의 지속 성장을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까지 꼽혔던 상황이다.
지금의 생보업계를 존재할 수 있게 해주었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이 수 십년 뒤 금리역마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변액보험이 급부상했던 셈이다.
그러나 투자 수익에 따라 보험료가 요동치는 변액보험의 특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의 가입 유인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저금리 장기화 및 글로벌 금융위기가 연달아 터지면서 펀드시장의 침체, 자연스레 변액보험의 투자 수익률 역시 곤두박질 쳣던 것.
우려할 만한 사실은 이 같은 신계약 감소 현상이 특정 상품만의 문제가 아니였다는 점이다. 변액종신과 변액연금, 변액유니버셜과 변액기타 등 모든 상품군의 신계약이 일제히 줄어들면서 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든 것이다.
실제로 1년 사이 변액종신의 신계약은 3만 2782건에서 1만 1538건으로, 변액연금은 3만 962건에서 2만 5860건으로 쪼그라들었다.
변액유니버셜과 변액기타 상품 또한 각각 6만 1352건에서 4만 1755건, 1만 5766건에서 4836건으로 신계약이 급격히 감소했다.
더욱 큰 문제는 변액보험 상품의 신계약이 감소함에 따라 보험사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성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험 산업의 기본은 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 수입을 기반으로 투자를 통해 수익을 확대, 만기 계약자에게 돌려줄 보험금 이상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때문에 생보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투자수익을 확대하는 것과 새로운 계약자를 모집하는 것 두 가지로 귀결되게 된다.
신계약의 급격한 감소는 생보사가 투자에 활용할 기본 자금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투자시장의 침체로 투자 이익까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신계약이 줄어들면서 향후 보험사가 투자에 활용할 ‘종자돈’이 말라붙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레 변액보험 시장을 대체할 시장을 찾기 위한 생보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최근 열린 보험산업의현황과 정책과제 세미나에 참여한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990년대 고도성장을 이뤄낸 생보업계는 2016년부터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역성장을 이어오고 있다”며 “변액보험 수입보험료가 감소하고 개인보험 역시 모든 종목에서 초호보험료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지적한 바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수익은 보험상품 판매로 인한 마진과 투자로 인한 이자마진이며 신계약은 이 같은 수익구조에서 기본 투자 자금의 역할을 한다”며 “변액보험 시장의 매출은 현재까진 증가하고 있으나 신계약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