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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 제2금융

[기업분석] 메기 넘어 공룡된 카뱅, 바람 불 때 닻 올리나

지난해 역대 최대 이익 달성에 고객수 1800만 육박
스톡옵션 논란으로 주가 주춤했으나 반등 시작
주담대‧개인사업자 대출로 사업 다각화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난해 핀테크 금융의 화려한 등장이 금융권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금융산업은 소위 전통 금융사들, 그들만의 리그였다. 구축해놓은 금융 시스템으로 고객이 찾아오면 정해놓은 방식으로 응대하면 됐기에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전략은 크게 요구되지 않았고 성장도 뒤따랐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분위기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금융혁신 카드를 꺼내 들며 금융권의 진입장벽을 허물기 시작했고, 다양한 경쟁자들이 금융권에 진입하며 ‘메기의 반란(메기 효과 :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작됐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그간 인터넷 포털 시장 등에서 편의성과 네트워크 효과 등을 통해 확보해둔 이용자를 등에 업고 금융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뱅크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2017년 7월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2018년 1월 설립 6개월 만에 고객수 500만명을 확보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론 3배 이상 늘어난 1799만명을 확보했다.

 

카카오뱅크는 무서운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상장 첫날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단숨에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를 꿰찼다. 금융권은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수십 년 역사를 가진 전통 금융사를 제쳤다는 점에서 충격에 빠졌다.

 

상장 7개월이 지난 지금의 카카오뱅크는 어떤 상황일까.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편의성과 금리 경쟁력이 높은 상품 출시로 여전히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다만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경영진에 대한 투자자‧시장의 신뢰 하락에 따른 주가 반응 회복, 대출 성장 지속 등은 과제로 꼽힌다.

 

 

◇ 역대 최대 실적…‘플랫폼 성장+이자 이익’ 쌍끌이

 

먼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800만명에 달하는 고객 수에 1500만명에 이른 모바일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견인했다.

 

2021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7% 증가한 2041억원을 달성했다. 연간 영업수익으로 1조64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9.6% 증가한 2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신 성장에 따른 이자 이익 확대와 플랫폼·수수료 비즈니스 성장이 수익성 강화가 성장 요인으로 꼽혔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2021년 플랫폼 수익으로 전년 대비 86.8% 성장한 932억, 수수료 수익으로 13% 증가한 1686억을 달성했다.

 

성장세는 놀라운 수준이나, 규모 기준으론 아직 기존 은행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1799만명으로, 2020년 말 1544만명에서 1년 만에 255만명 늘어난 점은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를 통해 고객들이 개설한 주식계좌수는 220만좌였고,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으로는 520만좌(2021년말 기준)에 달했다.

 

 

◇ 주담대 뛰어든 진짜 이유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며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그간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중심이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역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월 15일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출시 소식을 전했다.

 

해당 대출은 수도권 9억원 이하 수도권 소재 아파트 대상이며 대출 가능 최대 금액은 6억3000만원이다. 대출 금리는 최저 2.989%(변동금리, 2월 14일 기준)이고 대출 기간‧거치 기간‧상환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상환 방법은 원금 균등 분할 상환과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을 선택할 수 있다. 올해 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는 100% 면제한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 중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도 계획돼 있다고도 알렸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개인사업자를 위한 금융시장은 아직 비대면 금융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며 “개인 사업자 수신 및 대출 상품을 통해 기업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주담대와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을 출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수익은 주로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분기 신용대출 잔액이 3000억원 축소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1월부터 총 대출금액이 2억원을 넘어설 경우 은행권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로 적용돼 대출 한도를 축소시키는 차주별 DSR규제를 시행했고, 오는 7월부터는 1억원 이상 전체 차주 대상으로 DSR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신용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다양한 형태의 대출 상품으로 숨통을 틔우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것도 주담대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출시의 신호탄이 됐다.

 

지난 1월 27일 금융위원회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취급 활성화를 위해 예대율 체계·대면 거래 예외 규정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이 가계·중소기업 대출을 균형 있게 취급하도록 하고, 일반은행과의 규제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 중저신용자대출 확대는 과제

 

현재 카카오뱅크는 주담대와 개인사업자 대출에 이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상황이다.

 

설립 취지인 만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합당한 근거를 만들고, 리스크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수익을 낸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고, 계열사 및 외부기업과 협력을 통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하반기 중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신용대출 및 유관기관 연계 보증부 상품출시 계획을 세운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중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1조7166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공급했다. 이는 전년도의 4679억원 대비 3.7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 스톡옵션 리스크 벗었나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주가 회복이라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임원진 스톡옵션 행사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먼저 지난해 8월 24일 임원진 스톡옵션 행사로 주가는 장중 5%대로 하락했고, 이후 9월 말까지 계단형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 반등했지만 12월 1일과 10일 카카오페이 임원진 7명이 800억원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다시 가파르게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는 저점에서 다시 반등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으로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 대상 규제가 완화될 분위기가 시장에 조성되면서 카카오뱅크 역시 호재를 만난 모습이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이날 전날 대비 1.84%(900원) 오른 4만980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지난 1월 27일(3만9650원)과 비교해 25.59% 오른 수준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향후 발생할지 모를 부실 대비 차원에서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권고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조치가 6개월 추가 연장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결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주 중 유일하게 배당금 지급을 하지 않고 있어 대손충당금 적립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시작된 금융권 내 무한경쟁이 초기를 넘어 중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2041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지방은행 수준을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순이익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플랫폼 기업 대상 규제 완화 분위기로 일단 바람은 불었다.

 

금리 경쟁력이 높은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는 등 사업 다각화의 닻을 올린 카카오뱅크가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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