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금융권 최초로 ‘오디션 형태’의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는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과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캐피탈 대표가 올라있는 상태다.
후보 4인은 오늘(21일) 우리금융 정기이사회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사회이사 등 이사진에게 향후 목표와 업무 현황 등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들 후보의 공통점으로는 ‘내부출신’, ‘영업력’, ‘세대교체’ 키워드가 언급된다.
◇ 4단계 검증 거친다…투명성‧객관성‧전문성 확보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1차 후보군 4명에 대한 검증을 시작한다.
우리금융은 은행장 선정을 위해 4단계 검증 프로그램을 도입한 상태다.
외부 전문가 신층 인터뷰, 임원 재임 기간 평판 조회, 업적 및 역량 평가 등 3단계 과정을 거쳐 후보 2명을 선정한다.
이후 최종 심층면접과 경영계획 발표를 거쳐 다음달 말 차기 은행장을 가려낸다.
기존에 우리금융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통해 은행장을 선정했으나 이번엔 외부 전문가를 동원하고 업무역량과 평판까지 조회하는 등 여러 단계에 걸친 평가를 통해 투명성, 객관성, 전문성을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이는 임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방향이다.
임 회장은 신임 은행장 선임 절차에 대해 “어떻게 보면 회장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만드는 것이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하는 금융정책, 감독당국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레이스 변수는 ‘영업력 검증’
롱리스트에 오른 4인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젊고(세대교체), 영업에 능통하며,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앞서 임 회장에 이어 주요 계열사 수장인 우리은행장까지 외부에서 올 경우 우리금융은 물론 우리은행에서도 자칫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롱리스트에 외부 출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이석태 부문장, 박완식 대표, 강신국 그룹장 등 3명은 모두 1964년생이다. 조병규 대표의 경우 1965년생이다. 후보군 나이의 마지노선이 1964년생으로,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1962년생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차기 우리은행장의 연령대가 젊어지게 된다.
이같은 방향은 최근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1966년생,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1964년생,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1963년생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윈피앤에스 대표로 간 박화재 대표의 경우 1961년생이다.
또 이들 후보자 4인은 모두 탄탄한 영업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공통으로 받는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 참석했을 당시 “경쟁력은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에서 나온다”며 “자회사들은 모든 가치를 영업 중심으로 판단해 경쟁회사들보다 생산성을 높여주길 바란다”며 자회사 전체의 영업력을 키우는데 주력할 것이란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주요 계열사인 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롱리스트에 오른 후보들 역시 어느 정도 영업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차기 우리은행 수장을 가려내는 레이스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1964년생인 이석태 부문장은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상업은행에 입행, 이후 우리금융의 전략‧신사업 업무 중심으로 경력을 쌓아왔고 지난해 우리은행 영업 총괄그룹 집행부행장에 임명됐다.
박완식 대표는 1964년생으로 국민대 무역학과 졸업 후 개인‧기업영업과 디지털 부문 중심으로 업무를 맡아왔으며 3월 초 임원 인사에서 우리카드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조병규 대표는 1965년생으로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우리은행에서 준법감시인과 경영기획그룹, 기업그룹 등을 두루 거쳤다.
강신국 그룹장은 1964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한일은행에 입행해 2014년부터 여의도 중앙 금융센터장과 종로기업영업본부장, IB그룹 상무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겸 기업그룹장을 맡고 있다.
나아가 이번 롱리스트 후보군을 보면 이석태 부문장, 조병규 대표는 상업은행 출신이고 강신국 그룹장, 박완식 대표는 한일은행 출신이다. 그룹 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 균형을 맞추며 형평성을 견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우리금융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 인물들로 이미 롱리스트가 꾸려진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 누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올지 가늠하기에는 후보진들 역량이 막상막하라는 평가가 많다. 영업력, 평판 검증에서 우위를 점하는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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