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보험 설계사들이 보험사기 행각을 벌인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이들 설계사는 위장사고로 보험금 수천만원을 수령하는가 하면, 가짜 영수증으로 홀인원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보험설계사들의 보험 계약 및 이행의 허점을 악용한 사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과 보험영업검사실, 생명보험검사국은 보험대리점(GA)과 생명보험사에 대한 검사를 통해 34개 GA 및 생명보험사의 전‧현직 보험설계사 50여명에 대해 등록 취소 또는 업무정지 등 징계를 내렸다.
특히 보험설계사들이 골프 홀인원 보험금을 허위로 타낸 정황이 대거 적발됐다.
홀인원 보험이란 통상 골프를 할 때 한 번의 샷으로 홀컵에 공이 들어가는 ‘홀인원’에 성공할 경우 주위에 식사 또는 선물을 내는데 이때 관련 비용을 지원받는 보험의 한 종류다.
이번에 금감원에 적발된 보험설계사들은 홀인원 보험이 홀인원 축하 파티에 사용되는 돈을 지원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축하 파티를 하면서 돈을 지출한 것처럼 꾸민 뒤 보험금을 타냈다. 이후 관련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취소하고 지원금만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드림라이프 보험대리점 그리고 퍼스트보험마케팅 보험대리점, 인슈코아 소속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이같은 수법으로 보험사기를 치다 적발됐다.
이밖에도 보험설계사들은 실적을 올리고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고 허위 진단서 및 영수증을 제출했다가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에즈금융서비스 보험대리점 소속 한 보험설계사는 2019년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한 후 사고로 신고해 보험금 2000여만원을 수령해 갔다.
신한라이프 소속 한 보험설계사는 2015년 스키장에서 고의로 다친 다음 사고인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 2100만원을 수령했다.
삼성생명보험 한 보험설계사는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한방병원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로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았다가 적발됐다.
삼성화재 소속의 한 보험설계사는 한의원에서 선결제 후 마사지를 받았으면서 치료받지 않은 다른 병원에서 충격파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금 500여만원을 수령해갔다.
한국지에이그뮹서비스 보험대리점 소속의 한 보험설계사는 2020년 아들이 차를 운전하다가 횡단보도 차량 진입 방지턱을 들이받아 발생한 사고를 익산-포항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수령해 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특정 고객에 특별 이익을 제공하고 보험 계약의 체결 및 모집에 관한 금지 규정을 어긴 정황도 확인됐다.
교보생명 소속 한 보험설계사는 2021년 보험 계약을 할 때 게약자에게 계좌 송금 방식으로 135만원의 특별 이익을 제공했다.
한화생명 소속 한 보험설계사는 2017년 보험 계약을 모집하면서 계약자의 청약서에 대신 서명을 하기도 했다.
◇ 관련 법안 논의 지지부진
금감원이 최근 이처럼 교모하게 사기 행각을 벌이는 보험설계사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기에 가담함 설계사들의 자격을 즉각 중단하거나 가중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줄 보험사기방지특별법(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기방지법은 2016년 제정 이후 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보험업 관련해서 유일하게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이 올랐지만, 다른 법률안 등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앞서 2월에서 해당 내용은 법안소위에 올랐지만 다른 정치 현안에 밀렸다.
보험사기방지법은 보험 설계사 또는 의료인 등 보험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보험사기를 저지를 경우 가중 처벌 등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전‧현직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 단속을 강화하곤 있지만 방지책은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국회 관심이 필요하고, 보험사기방지법이 빠른 시일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보험설계사들의 허점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국회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보험사기로 인해 발생하는 부당 누수 보험금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고 이를 위해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이 조속히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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