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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이슈체크] ‘홍콩H’ 악몽 시달리는 투자자들…책임론 ‘치킨게임’ 시작

2015년~2016년에도 급락···전문가들 “지난번과 다르다”
60대 이상 고령층 판매액 6조원대…불완전판매 가능성
투자자 90% 이미 ELS 투자 경험 있어…개인 책임론도 부상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확산되자 판매사들과 금융당국이 사태 수습에 돌입했다.

 

증권가에선 홍콩H지수가 현재보다 25% 이상 올라야 대규모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분석하는데, 이같은 상황이 빠른 시일 내 실현되긴 쉽지 않다.

 

최근 금융당국이 불안전판매 여부를 두고 ELS 판매사 대상 현장검사를 실시하면서 투자자 피해 우려가 대규모 금융 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ELS를 둘러싼 투자자 분쟁, 소송 배상 절차 등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높아지는 불완전판매 가능성

 

ELS는 주가가 폭락하면 원금의 절반 이상 잃을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문제로 언급되는 ELS 상품들은 외부 요인인 홍콩H지수 하락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라 현재로선 원금 손실을 막기 쉽지 않다.

 

해당 상품들은 대부분(8조원 규모) 내년 상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다.

 

앞서 홍콩H지수는 2021년 1만 2100선까지 오르며 투자 열풍을 일으켰지만, 2년 만에 5000선까지 후퇴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 지수형 ELS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하더라도 손실 가능성이 낮았고 1년 만에 빠르게 상환해도 수익률이 4~6% 유지돼 고액 자산가나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특히 홍콩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 중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40개 우량 기업의 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지수로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미국의 고금리 기조에 글로벌 증시가 바닥을 찍으면서, ELS투자자들의 공포가 시작됐다. 지수가 반토막 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발행잔액이 총 20조5000억원, 이 중 은행 판매분이 15조8000억원이다.

 

은행 판매분 중 절반인 8조3000억원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5대 시중은행 중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물량은 KB국민은행(4조7726억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음으로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그런데 홍콩H지수 ELS로 인해 큰 손실을 본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5월 홍콩H지수가 1만4800선까지 올랐으나, 2016년 2월 반토막 수준으로 7500선까지 하락했다. 짧은 시간에 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 피해 확산 우려가 높아졌으나, 다행히도 이때 판매된 홍콩H지수 ELS는 2018년 홍콩H지수가 1만2000원으로 오르면서 대부분 원금 손실 피해 없이 상환됐다.

 

당초 ELS 상품은 증권사에서 주로 판매하던 것이었는데 이때의 경험으로 증권사들은 해당 상품을 줄이거나 아예 없앴다. 리스크 관리 차원이었다.

 

이번 사태를 가장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곳은 은행이다. 이번 홍콩H지수 ELS의 판매는 은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게다가 은행들이 고령층에도 해당 상품을 대거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며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홍콩H지수 ELS 실적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에 판매한 ELS 편입 ELT(주가연계신탁), ELF(주가연계펀드) 잔액은 6조4539억원이었다.

 

특히 90세 이상 고령층에 판매한 ELS, ELF 잔액이 90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이(74억1000만원)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NH농협(9억3000만원), 국민은행(6억6000만원), 신한(8000만원) 등이었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들 은행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령 투자자에게 초고위험, 고난도 상품을 판매했다는 지적인데 통상 금융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투자자 경험, 재산 상태 등과 비교했을 때 투자상품과의 적합성을 판단해야 하며 부합하지 않으면 적합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 홍콩H지수 ELS 손실 줄이려면

 

2016년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처럼 원금 손실을 피해 갈 순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지난번과 이번 사태는 명확히 다르다고 진단한다.

 

만기가 당장 내년 상반기 도래하는데 짧은 시간 내 시장이 급등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발행된 홍콩H지수 연계 ELS는 대부분 미상환돼 내년 1월부터 전액 만기 상환이 진행될 전망”이라며 “기준가의 70% 정도면 원금 손실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1~2월에는 홍콩H지수가 8000을 상회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시점에서 ELS를 갖고 있는 투자자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아직 녹인 구간에 진입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홍콩H지수가 반등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만약 향후 홍콩H지수가 더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면 미리 손절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나중에 홍콩H지수가 반등할 경우 만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뾰족한 수가 없다.

 

단기간에 시장이 빠르게 오르기 위해선 밸류에이션 팽창이 필요한데 홍콩 증시의 경우 미국 금리와 외국인 수급 등 대외적 변수 영향이 커 만기상환 시점까지 원금보장 조건을 달성하긴 어렵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 투자자는 중도해지를 통해 손실을 확정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고, 하반기 만기가 도래한다면 만기시점 보유 전략이 확률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투자자 배상 길 열릴까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 몇몇은 시중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 준비를 시작한 상태다. 은행 측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해서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이들은 은행 측의 고난도, 고위험 상품인 홍콩H지수 ELS의 변동성 등에 대한 명확한 고지가 부족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일부 은행은 해당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 했고, 투자자가 이를 확인하는 녹음 및 서명이 있어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에 맞춰 판매 과정에 대한 녹취를 강화했으며 인공지능(AI) 기계음으로 필수 설명까지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에 피해자 측은 은행들이 면피용으로 동의 절차를 진행한 것일 뿐 고난도,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정확한 안내였다고 볼 수 없다며 항변하고 있다.

 

양측 의견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대규모 원금 손실이 확정될 경우 은행은 물론 증권사 등 판매사와 투자자들 사이 분쟁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금융당국이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할 경우 투자자들의 원금 보전 가능성이 생긴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고령의 치매 환자 등에 대해 투자 손실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고, 2021년 라임펀드 사태 발생 시 판매사가 투자자들에 원금 100%를 돌려주라는 분쟁조정안을 내놓은 전례가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고위험, 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적합성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며 “홍콩H지수는 등락이 극심했고 원금 손실이 발생한 전례가 있던 점을 고령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권유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 피해 우려 확산에 네 탓 공방 치열

 

일각에선 투자자 책임론도 제기된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의 90% 정도가 이미 ELS 투자 경험이 있다는 측면에서다. 게다가 ELS 상품 특성상 고령층 자산가 투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모든 고령층 투자자를 금융 취약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법상 불완전판매를 과도하게 인정할 경우 이에 대한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에게 책임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원론적으로 자유시장 경제 질서에 배치되는 결정이라는 의견이다. 결국 자본주의에서 투자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미 2019년부터 은행권 ELS 상품 관련 불완전판매 문제가 지속해서 불거졌는데 금융당국이 은행 판매 제재를 시행한 사례는 단 7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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