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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진단] 조합-건설사 공사비 증액 ‘파열음’…정부 중재 ‘약빨’ 먹힐까?

조합 ‘물가변동 배제특약’ 계약…건설사 원자재 등 급등 가격 인상 ‘불가피’
현대건설, 공사비 2.6→4조원 증액 요구…조합원 피해 고려해 공사 먼저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최근 원자잿값 인상과 단지 고급화 등 비용 증가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정비사업장이 늘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난 건설 현장이 많아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분담금 등을 낮추려는 조합 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한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브이산업)과 시행사인 롯데쇼핑은 광주에서 오는 이달 준공을 앞둔 광산구 '쌍암동 주상복합 신축공사'를 놓고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겪고있다.

 

이 사업장은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계약 체결 당시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롯데쇼핑은 총공사비로 1380억원에 합의했다. 현대건설의 140억원 추가 공사비 요구를 롯데쇼핑이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월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해당 공사는 지하 6층~지상 39층, 아파트 315가구, 영화관 5개, 판매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뿐만 아니라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기업 간 갈등을 겪는 사업장은 또 있다. 쌍용건설과 KT도 현재 경시 판교 KT 신사옥 신축공사의 공사비를 두고 분쟁 중이다.

 

KT판교 신사옥 건축공사는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 지난 2020년 쌍용건설이 수주한 바 있다.

 

당시 쌍용건설과 KT와 계약 체결 공사비는 967억원이었다. 이후 쌍용건설은 2022년 원자재값‧인건비 상등 등으로 추가 투입된 비용이 171억원이라며 KT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KT 역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분조위 조정 신청과 함께 KT 판교 사옥 앞에서 시위도 벌였다. 이달 12일엔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2차 시위를 계획했으나 KT 측의 요청으로 미룬 상태다.

 

공공사업 역시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해 공사 중단 후 재개됐던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공사가 공사비 문제로 또 중단됐다. 시공사인 대보건설과 발주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

 

대보건설은 총 9개동 가운데 4개동 준공을 반년 정도 앞당겨 달라는 LH의 요구에 따라서 자체적으로 추가 공사비를 투입하면서 일을 진행했다.

 

◇ 정부 중재 통할까?

 

이러한 상황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을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모니터링을 넘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시는 정비사업 8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지난달 22일까지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시는 매달 공사비 증액 및 변경계약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건설 현장에 직접 나가 갈등 조정‧중재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건설자재 가격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적정 총사업비가 편성될 수 있도록 표준시장단가 관리체계를 개선, 공사비 책정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중재를 통해 나온 조정안은 권고사항이며,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조정안이 나온다고 해도 시공사와 발주처 등 중 한쪽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 ‘先’ 공사 ‘後’ 협의도 있어

 

총공사비 약4조원으로 뛰며 갈등 장기화가 우려됐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반포 1‧2‧4주구)가 재건축사업 지연에 따른 조합원 피해를 우려해 우선 착공을 진행한 이후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반포1‧2‧4주구 조합은 지난달 28일 착공식을 연 뒤 다음 날부터 실 착공에 들어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기존 46개동, 5440가구에서 50개동, 5002가구로 설계를 변경하고 공사 기간도 34개월에서 44개월로 10개월로 늘리면서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현대건설이 증액을 요구한 공사비는 기존 2조 6363억원에서 1조 4412억원 뛴 4조 775억원이다. 공사비는 기존 3.3㎡당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4년 만에 약 57% 급등해 사업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 장기화가 우려됐지만 조합은 현대건설과 우선 착공 뒤 추후 공사비 협상키로 합의했다.

 

조합과 현대건설이 이같이 합의한 데는 착공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조합원 피해가 커져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조합에 전달하고 대의원회 결의를 받아 정식으로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초대형 재건축사업 단지로 꼽히는 반포1‧2‧4주구는 국내 최초 아이스링크장, 오페라하우스 공연장 등 역대급 커뮤니티 시설이 예정돼 화제를 모은 단지다.

 

◇ 우선 공공부문 공사비부터 손질

 

정부가 건설경기 침체로 공사비 갈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내놨다. 

 

국토부는 건설업계 안정화와 위기 극복을 위해 부동산 PF 사업장 지원을 위해 ▲공사비 현실화 ▲부동산 PF 위험성 최소화 ▲건설기업 자생력 강화 ▲선제적 유동성 보강 등을 포함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공표했다.

 

아울러 브릿지 단계 사업장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리츠로, 미분양 주택은 CR리츠로 지원한다. 준공 후 미분양 등으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은 취득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을 받는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방침이다.

 

CR리츠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로 운영하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낸 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사비 갈등 문제로 건설 경기가 더욱 번지자 우선 공공부문 공사비부터 손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낮은 공사비 책정으로 건설사가 공공부문 공사 입찰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SOC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공사비를 인상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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