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작년 6월 방통위에 국세청 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감사원, 소위 사정기관이 통째로 방통위에 파견됐다. 이게 전부 비별도 파견이다. 방통위에 무슨 긴급하고 중대한 사유가 있어서 대거 (사정기관들이) 그것도 국세청은 처음으로 이렇게 파견이 됐겠나. 이건 대통령실의 지시가 없으면 이뤄지지 않는 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 방송장악을 위해 국세청이 가동된 정황에 대해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에 있어 공공이익 및 복지를 위한 기관으로 방송통신사업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이 주 업무다. 독립성을 위해서 임원, 위원들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된다.
최근 쟁점이 되는 건 바로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이다.
현 정부 및 정부여당 측에서는 왜곡 선동 정보가 무분별하게 국민에게 퍼져 있고, 그 원인 중 하나로 편중된 보도 성향을 문제로 삼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서 비롯된 가짜뉴스 프레임과 궤를 같이한다.
누군가가 보도내용에 대해 지적을 하는 건 자유다. 그러나 언론방송사의 존폐는 각자 자율에 맡겨야 한다. 국가의 언론사 존폐 개입은 언론 자유 및 국민주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방통위에는 현재 감사원을 필두로 검찰, 경찰 그리고 국세청 직원이 비별도 긴급 파견돼 있다.
검‧경은 강제수사 발동 및 형사소송 제기, 감사원은 업무감사, 국세청은 자금 및 거래 내역 조사를 전담하는 데 이 정도면 방통위 내 특검 수준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방통위에 어떤 긴급성이 발생했기에 사정기관이 총 동원됐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명목상 목적은 감사인데, 당연하지만 방통위 내에서도 감사부서가 있다.
감사부서 인원은 과거 여섯 명인데 현재 여덞 명으로 늘렸고, 13명의 외부 사정기관 요원들이 파견 나와 1년 넘게 무엇을 감사하는지, 감사 목적은 무엇인지, 왜 이렇게 오래 하는지 하나도 알려진 바 없다.
방통위가 알아서 사정기관들을 불러들였다는 게 강민수 국세청장의 답변이지만 역시 납득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어떤 기관이든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처리하려고 하지 남의 손에 칼을 안 맡긴다.
남의 손에 칼을 맡기면, 기관장이 통제권을 상실하고, 통제권을 상실한 기관장은 바지사장에 불과하게 되며, 급기야 부하나 산하 조직들이 따르지 않게 된다.
외부에서 1~2년짜리 감사관을 데려와도 실제 감찰 운영은 기관장 직접 보고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강민수 국세청장 역시 외부 감사관 파견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에 외부 전문가를 감사관으로 배치할 것을 제안했지만, 강민수 국세청장은 지방국세청 간 교차감찰 등 내부에서 잘하고 있다고만 대답했다.
내 칼 쓰지 남의 칼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태년 의원 질의의 핵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방통위가 자기 목에다 스스로 외부 칼을 갖다 댈 리가 없고, 이걸 위해 국가의 모든 칼을 동원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대통령실 외엔 없다. 게다가 그 결과는 이전 정부 인사들의 줄사퇴였다.
김태년 의원은 “(사정기관)들이 방송통신심의위 감사를 해서 정연주 전 위원장, 정민영 전 방심위원이 사퇴하고, 국세청이 참여한 후에는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장이 사임했다. 모두 다 임기를 못 채웠다”라며 “방송장악에 우리 국세청도 동원되지 않았나, 우리 국민의 의심, 이건 의심도 아니다. 이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국세청장, 사학비리 타파와 방송장악 혼동
강민수 국세청장은 “앞으로 파견절차에 더 신중하게 협의하겠다”라면서 “과거에도 교육부 합동감사 목적으로 국세청 직원이 1년 정도 파견을 나간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의 말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도 국세청이 외부 합동감사에 파견 나간 적이 있으니 윤석열 정부 방통위 감사 파견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로 읽힌다.
김태년 의원은 “2020년 교육부 (국세청) 파견은 사학비리 타파란 목적이 명백하다. 이번 방통위 파견은 목적이 불분명하다”라며 “방송장악을 위한 정치감사하기 위해 사정기관 파견을 받은 거다”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교육부는 2019년 7월부터 2021년까지 16대 대형 사립대 종합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비리가 심각하여, 사학 내부자정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감사 첫 해인 2019년에 민간 회계사‧세무사를 동원해 회계감사 및 세무감사를 살폈는데 사학비리의 꽃은 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세청 직원도 포함됐으며, 2019년 10월 15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 직원 2명 파견에 대해 일종의 대학 세무조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원래는 이를 상시 감사로 하려 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교육부는 2023년 3월 30일 소위 ‘행정감사 혁신방향’을 발표하고 앞선 방침을 완전히 뒤엎었다.
문구상으론 소위 기존 백화점식 감사를 지양하고 맞춤형 감사, 무관용 처분을 내세웠지만, 핵심은 사학비리를 대학 내부자율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교육 합동감사는 1년마다 보도자료도 뿌렸고, 감사 경위‧경과‧결과를 외부 공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 사정기관 감사는 이러한 목적조차도 알 수 없고, 외부에 알리지도 않는다. 사정기관 요원들이 파견됐다는 것도 10월초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김태년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킬러 문항 배제를 말하자 국세청이 득달같이 (학원) 세무조사를 하고, 이명박 정부 때 국무총리실 직원 파견해 민간인 사찰한 거 다 드러났다”라며 “이렇게 (권력에) 국세청이 동원되면 신뢰가 낮아진다. 국세청의 자존감을 높이고 부당한 파견지시가 내려오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결기를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의원님 말씀 항상 유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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