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세청 근로장려금 업무가 가중되는 데 반해 국세청 내 복지 담당자 감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행안부가 기계적으로 인원감축을 추진하면서 가장 반발이 적어 보이는 저소득 복지를 건드린 셈인데,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국세청 세원 쪽마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날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근로장려금 지급 시기가 1년에 1번에서 1년에 두 번 반기지급으로 바뀌면서 불가피하게 환수업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국세청 근로장려금은 일은 하지만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근로자‧자영업자에 대해 지급하는 일종의 지원금이다.
전년도 1년 치 소득을 기준으로 수급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게 되는데, 1년에 한 번 줄 때는 환수업무가 많은 수준은 아니었다.
1년에 한 번 지급할 때는 연말정산 등 1년 치 소득이 정산되는 시점에 수급 자격을 판단하게 되기에, 자영업 소득이나 재산상 변동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환수업무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2019년부터는 어려운 가구일수록 하루라도 빨리 지급할수록 큰 도움이 된다며, 반기 앞당겨 지급하는 반기 지급 제도기 시행됐다.
반기 지급은 이직이나 임금협상으로 1년 치 소득이 증가한 경우는 파악할 수 없다. 때문에 1년 치 소득이 확정되는 시점에서 장려금을 정산해야 하고, 정산 결과 과다한 장려금을 받은 사람은 국세청이 환수해야 한다.
그러면서 환수 업무가 대폭 증가했는데,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886만 가구가 9조원 이상의 장려금을 받았는데, 42만 가구가 환수 대상에 포함됐고, 아직 못 받은 미환수 금액은 2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환수는 반기지급이 가진 필연적 결함으로 발생하기에 국세청이 노력한다고 해서 줄일 수가 없다.
환수가 쉬운 것도 아니다. 세무서 민원실 근무자들에 따르면, 노인들의 경우 보유재산 가액변동으로 수급자격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고성으로 항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청년들 역시 장려금 환수를 억울한 세금 납부처럼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한다고도 한다.
이인선 의원은 “(반기 장려금 지급은) 복지 차원에서는 굉장히 좋은데 (장려금) 환수를 어떻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하고 방안을 물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근로장려금이 550만 가구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 내년에 16만 가구에 대해서 550억 환수를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정말 많다”라며 “기재부나 이런 쪽하고 협의를 해서 해당하시는 분의 어려움을 어떻게 완화해 줄 수 있을지 조금 생각을 해보고 있다”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 장려금 치면 세원도 터진다
국세청장의 답변은 이랬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기재부와 무슨 협의를 해도 반기 지급을 유지하는 한 장려금 환수 그리고 환수로 인한 민원 업무는 구조적으로 사라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년 지급으로 되돌리자니 지금까지 반기 지급으로 도움받은 저소득 가구들의 어려움이 커진다.
국세청 근로장려금 업무의 부담을 더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인원 확보뿐이다.
국세청 본부에선 매년 행안부에 인원 확대를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행안부가 이를 거절하다 보니 일선 세무서에선 장려금 시즌마다 법인세‧소득세 등 세원 분야 세무공무원들을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행안부는 국세청의 향상된 전산능력으로 장려금 업무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이날 이인선 의원이 지적했듯 근로장려금 업무는 반기지급과 환수 등 사람 손이 가야 풀리는 곳이 상당하다.
그런데 최근 행안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세청 근로장려금 담당자 374명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는 매년 기관별 정원을 1%씩 기계적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세수 상황이 불안정하여 나라에 현금이 없는 상황인데, 최근 행안부의 공무원 감축 드라이브가 거칠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국세청 복지세정에선 말 그대로 날벼락이다. 직원 한 명 확보하기도 어려운 공직사회에서 374명이나 치라는 거는 해당 업무의 마비를 의미한다.
행안부가 굳이 복지세정을 겨냥한 배경 역시 의심스럽다.
행안부가 국세청 조사‧세원‧징수 라인을 대거 들어내려 한다면, 외부에서 강한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역대급 세수펑크 상황에서 세금 벌어오는 사람을 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로장려금 라인은 저소득 복지 쪽이고, 세금을 벌어들이는 곳이 아니라 쓰는 곳이다. 행안부가 만만하게 보기 쉬운 모양새다.
게다가 근로장려금을 치는 건 국세청 세원을 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국세청 일선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장려금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부가가치세‧소득세, 심지어 법인세까지 세원 분야 인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런 근로장려금 라인을 쳐버리면 국세청은 업무 소화를 위해 장려금 쪽에 더욱 많은 세원 인원을 배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세금을 버는 세원 쪽 업무 밀도가 더욱 희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세청 차장)은 “제가 볼 땐 증원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서민을 위한 근로장려금 직원 감축이 없도록 대응을 잘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국회에 지원을 요청할 경우 지원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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