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작년 정부가 과학기술계를 ‘나눠먹기식갈라먹기식 카르텔’이라고 규정하며 올해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나 이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임자가 정해진 연구개발 ▲기업보조금 성격 연구개발 ▲뿌려주기식 연구개발 등 카르텔 유형별 사례를 요구했지만 과기부가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연구재단 역시 이준석 의원의 동일한 요구에 대해 ‘해당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준석 의원은 “과기부에 ‘연구개발 카르텔 타파 성과’ 자료를 요구했으나 과기부는 ‘R&D 예산을 재구조화 및 효율화 했다’는 답변으로 대체했다”면서 “이는 그동안 R&D 예산 삭감의 근거가 됐던 ‘카르텔’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R&D 예산이 작년 31조1000억원에서 올해 26조5000억원으로 대폭 삭감된 뒤 국민적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며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의 연구개발 포기가 속출하고 대학원생들이 생계를 걱정하는 등 과학기술 인력 이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과학기술계에 대한 R&D 예산 삭감은 작년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 이후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 카르텔’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해 8월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과기부와 함께 ‘연구개발 비효율 혁파’를 주제로 실무당정협의를 열었다. 당시 정부·여당은 “R&D의 비효율과 카르텔적 요소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정부·여당 움직임은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샀고 올해 2월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하던 도중 ‘R&D 예산 복원’을 주장하던 한 졸업생을 밖으로 끌어내는 이른바 ‘입틀막’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준석 의원에 따르면 R&D 예산 삭감과 관련된 책임자들은 현재 대부분 교체된 상황이다. 올해 2월 이례적으로 과기부 1·2 차관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동시 교체된데 이어 이종호 장관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 출신으로 ‘실세차관’이라 불렸던 조성경 제1차관은 8개월만에 교체됐다.
현재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29조7000억원으로 편성해 지난 2023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알렸으나 과학기술계 등의 비판의 여론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준석 의원은 “그간 장·차관이 바뀌고 국회도 제22대로 교체되면서 이제 남은 건 문제의 출발점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뿐”이라며 “실체 없는 의심으로 연구현장에 대혼란을 일으키고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은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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