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초대어로 꼽혔던 크래프톤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앞선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으로 흥행 참패를 한 가운데 이번 결과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크래프톤은 공모가인 49만8000원보다 9% 낮은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4조4000억원에 달했으나, 첫날 종가 기준 시총은 22조2000억원에 머물렀다.
◇ IPO 대어 중 첫 공모가 하회
코로나19 사태 이후 IPO 열풍이 불며 일명 ‘대어’로 떠오른 곳 중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곳은 몇몇 있었지만, 크래프톤과 같이 공모가를 하회한 경우는 처음이다.
크래프톤은 공모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90% 수준으로 시초가가 형성됐으므로 사실상 ‘시초가 하한가’를 찍은 셈이다.
상장 시기가 비슷했던 카카오뱅크의 경우도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과 비슷하게 ‘고평가 논란’을 받기도 했으나 상장 직후 시장에선 정 반대 반응이 나왔다.
◇ 외국인 투자자에 발목
그럼 앞으로 크래프톤은 어떤 주가 흐름을 보일까.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크래프톤의 주가에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물량이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느냐와 중국 IT기업 텐센트의 지분 출회 여부다.
먼저 주식 시장에서 유통 가능한 물량이 어느정도 되느냐는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실제 크래프톤은 상장 첫날인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034억원, 1244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1628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쏟아낸 물량은 의무보유 확약이 걸려있지 않은 외국계 기관 매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감동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크래프톤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외국계 기관의 신청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이 걸린 물량은 20% 정도였다. 나머지 80%는 의무보유 확약이 걸리지 않아 상장 즉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이라는 의미다.
공모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의무보유 확약이 걸려있지 않은 주식이 무조건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중이 높을수록 매물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주가가 끌어내려질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량과 수급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차이나 리스크도…텐센트 지분 출회 가능성
또한 차이나 리스크도 크래프톤 입장에선 부담이다. 중국 IT기업 텐센트의 지분 출회 여부가 크래프톤 주가의 주요 변동 요소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다. 지난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간한 경제참고보는 ‘정신적 아편으로 수천억 위안 규모의 산업이 성장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텐센트를 언급했다.
이후 현재 텐센트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증권신고서에서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단기간에 크래프톤 보유 지분을 출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텐센트는 지금껏 국내 주식에 투자한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매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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