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후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가상자산 거래차익인 김치 프리미엄(김프)을 노린 거래 목적의 불법 외환 거래액이 10조 3689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 내용은 관세청이 2023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고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가상자산 구매목적 불법 외환거래 단속 현황‘에 의한 것이다.
지난 2013년에는 40%, 지난 2017년에는 50%까지 기록했던 김프. 비트코인 1억원 시대인 요즘에도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김프에 대해 그간 언론에서는 실체도 없고 사기투성이인 가상자산에 ‘냄비근성’ 가득한 한국인들의 ‘묻지마 투자’에서 발생했다고 자조적인 관점에서 사용해 왔다.
그렇지 않다. 당국의 무관심과 기존의 법제도에 가상자산을 꿰어 맞추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회경제적 현상에 의한 결과물인 괴물일 뿐이다.
김프가 발생하게 된 법제도와 그에 따른 법원의 판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짚어 보고자 한다..
◇ 김치 프리미엄, 기존 제도가 낳은 괴물
김프가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 국내의 비트코인를 비롯한 글로벌 코인 구매 수요량 대비 공급량 부족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경제논리에 의한 것이다. 이에 더하여 신기술, 신신업인 가상자산에 기존 법제도를 억지로 꿰어 맞추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는 김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① 외국송금 한도가 지나치게 낮고 경직돼 있다.
1999년에 제정한 외국환관리법은 IMF 외환위기라는 트라우마에 의해 규제위주로 대폭 정비되었다. 신고면제 외국송금 한도를 5만 달러로 제한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야 10만달러로 상향 조정되었다.
국내 가상자산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와 외국 거래소간에 거래(재정거래, Arbitrage)할 수 있는 한도 금액이 10만 달러인 것이다. 하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 모두가 외국 거래소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국내의 가상자산 구매 수요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내국인들만의 거래로 인해 비트코인과 같은 글로벌 코인 공급량이 한정된) 국내 거래소에서 구매하게 된다.
결국 수요량 대비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어쩔 수 없이 외국 거래소 보다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② 신용카드 이용 가상자산 구매금지.
국내 카드사들은 ’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신용·체크 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카드 승인 단계에서부터 차단해 왔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카드로 가상자산을 구매하려다 차단된 결제 사례는 약 117만건에 5602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4일 신용카드 관련법령인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신용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금지‘하는 개정안(1조의 2(결제금지 대상) 제2항 8호 신설)을 입법예고하고 올해 상반기 중에 관련절차를 마치고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행정행위는 헌법 제12∼13조, 형법 제1조,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와 행정기본법 제8조에 의한 죄형법정주의, 규제 법정주의, 법치행정의 원리를 위반한 것으로 금융당국 특유의 관치행정, 그림자 규제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③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거래 차단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옥죄고 있다.
국내 법인·기관들이 가상자산을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 2017년 12월 13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가상통화 긴급대책‘에 제도권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금지 행정지침에 근거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2021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수리제를 반영한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되면서 각 거래소와 계약한 은행들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 주지않고 있다. 이제는 국내 법인·기관들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는 사실상 불가한 상황이다.
◇ 김치 프리미엄 노린 외국송금 무죄(?)
(A : 분할거래 외국 송금과 가상자산 차익거래, 무죄)
대법원은 외국환거래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는 미신고 자본거래는 ▲금액을 일부러 나눠 거래하는 ’분할거래방식‘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건당 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2019. 2.10)했다.
A씨는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 미국의 지인들에게 462회에 걸쳐 총 13억 8000여만원을 송금하고 미국 지인들은 외국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하여 국내에 있는 A씨에게 전송하면 A씨는 국내 거래소에서 이를 팔아서 차액의 수익을 남겼다.
검찰에서는 외국환거래법 제18조에 의한 신고없이 자본거래를 한 미신고죄, 신고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3000달러 이하로 분할 거래를 한 혐의로 법원에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무죄로 판결했다.
(B : 김프 노린 외국송금·코인거래, 차익실현도 무죄)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외국으로 송금한 B씨 일당 14명에게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형사단독5부 박병권 판사)은 지난 16일 무죄를 선고했다.
B씨 일당은 8개의 페이퍼 컴퍼니와 136명의 계좌를 이용해 ▲외국에 돈을 송금하고 외국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한 후 국내로 들여오고 ▲국내에서 해당 가상자산을 팔아 차익을 남긴 후 다시 외국에 송금하는 일을 반복했다.
B씨 일당은 4만 2000여회를 반복하면서 4조 3000억을 외국에 송금하고 약 1200억원∼ 2100억원 상당의 차익을 얻었다.
검찰에서는 ▲한국 돈이 외국에 유출된 반면 ▲국내에는 가상자산만 유입되는 과정에서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투기 세력들의 배만 불렸다고 보고 외국환거래법과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및 은행업무 방해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 판단과는 달리 1심 재판부에서는 전원 무죄로 판결했다.
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단순히 은행에 외환 송금을 신청한 것 뿐이다 ▲외환 송금 주체는 은행이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또한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하고 거짓 증빙서류를 첨부했지만 이는 무등록 외국환 업무 위반죄 성립 요건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외국환거래법 제8조 ①항에 의해 외국환 업무는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법 제27조2의 ①항 에 의해 무등록자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② 재판부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의한 가상자산 사업자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 일당이 거래 상대 방에게 가상자산 매도매수 광고, 자문 제공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 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특금법상의 가상자산 사업자가 아니다, 단순히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외국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하여 국내 거래소에서의 매도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특금법 제7조 ①에 의해 가상자산 사업자가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할 경우 같은법 제17조 ①항에 의 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③ 재판부는 은행에 대한 업무 방해죄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은행 담당 직원들이 B씨 일당이 외환 송금 신청을 할 때 제출한 서류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했어야 함에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다‘를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서는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유사 사건에 대해 특금법과 외국환 관리법 위반 및 은행 업무 방해죄를 유죄로 판결한 점 등을 들어 항소했다. B씨 등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했다기보다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下편에 계속
강성후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은 기획재정부 국장(지역경제협력관)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한 이후 사)탐라금융포럼 이사장, 사)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사무총장 및 정책 위원장, 사)국제전기차엑스포 사무총장,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우주과학지원본부 디지털자산위원장⋅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특보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한국핀테크학회 부회장, 한국디지털금융문화원 공정감시단장, NBN TV 디지털자산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공직에서 쌓은 정책적 노하우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현안에 대한 정책화 및 제도화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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