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업체(C커머스)가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침투해 오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와 제조업자, 셀러들은 직구가 아닌 ‘역직구’로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이베이가 올해 1분기 한국 셀러 해외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외 판매를 시작한 한국 판매자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한국 셀러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유럽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고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가 10%증가해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 C커머스의 초저가 해외직구 상품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높아지는 해외직구만큼 역직구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세청의 역직구 건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도에는 1만 3198건, 2020년에는 2만 6887건, 2021년에는 4만 519건으로 1.5배 이상 성장했다. 2024년도 올해 1분기 건수는 1만 3937건으로 2019년도의 전체 건수보다 많은 건수를 보였다. 금액 역시 2019년도에는 5억 6300만달러에서 2024년에는 6억 2700만달러를 기록해 2019년도의 역직구 금액을 훌쩍 넘겼다.
◇ 유통업계, 역직구 불륨 키우기에 박차
이처럼 외국인들의 한국산 제품 직접구매 수요가 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해외 물류사업을 정비하는 등 ‘역직구’ 불륨 키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 상반기 중 대만에 3호 풀필먼트(통합물류 센터)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2022년 대만에 진출한 쿠팡은 지난해 11월 2호 풀필먼트 센터를 열고 한국 상품을 판매·배송 중이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 대만에서 한국 물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 3호 풀필먼트를 통해 역직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구영배 대표가 이끄는 큐텐그룹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도 최근 ‘위시플러스’로 명칭을 바꿔 역직구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통합 글로벌 플랫폼 ‘위시플러스’에 한국 브랜드 상품 판매 채널인 K에비뉴를 개설해 한국 브랜드 및 제조사의 서구권 소비자 공략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국내시장에서는 이미 쿠팡과 네이버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직접 경쟁하지 않고 국내 물건을 해외에 내다 파는 ‘역직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로 여겨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G마켓은 몽골 이커머스 ‘쇼피’와 업무 협약을 맺고 역직구 판로를 확대했다. 쇼피는 65만 고객을 보유한 현지 1위 이커머스다. 몽골 전체 인구가 약 350만명인데 5명 중 1명꼴로 쇼피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쇼피는 1인 1셀러 방식을 적용해 개인이 역직구 물건을 파는데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G마켓은 역직구 셀러의 상품 중 우수상품 30만개를 엄선해 쇼피에 제공하고 있다. 판매 주력상품은 K패션, 뷰티, 음반, 식품 등이다. G마켓 관계자는 “쇼피에서 G마켓 메가 세일을 진행한 결과 역직구 상품 거래액이 평상시 대비 270% 급증했다”고 말했다.
별도의 역직구 몰이 없는 SSG닷컴은 G마켓 글로벌 샵에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몰 우수상품을 입점해 역직구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11번가는 구매·판매 약관에 ‘글로벌11번가’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등 역직구 사업을 저울질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직구 등 비대면 이커머스 거래가 유통채널의 대세로 부상하면서 국내 판매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역직구를 통해 해외수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동남아, 북미, 유럽 등으로는 역직구가 가능하지만 중국향(向) 역직구는 거의 막혀 있다”면서 “국제통상은 결국 상호주의인데, 정부의 직구 규제 불똥이 역직구 시장에게 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C커머스가 해외직구 시장은 물론 역직구 시장까지 사업영역을 호시탐탐 확장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은 성장성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은 역직구 시장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역직구 시장 규모는 점차 증가…‘역직구 무역수지’는 적자
중국발 이커머스(C-커머스)가 업계의 국내 시장 공략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의 온라인 해외직접판매액(역직구)은 나날이 쪼그라들면서 무역적자가 심화하고 있다. 금액과 건수는 점점 증가추세에 있지만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 ‘무역수지’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제품은 글로벌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역직구 시장의 ‘큰 손’인 중국 제품이 글로벌시장에서 활성화 됨에 따라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직구액은 1조 6476억 원이며 역직구액은 3991억원이다. 1조 2485억원의 역직구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부터 역직구 무역수지 적자는 이어지고 있다. 적자폭도 2019년 2조 8512억원에서 2023년 6조 449억원으로 2배 이상 커진 상태다.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 제조업의 해외 직접 진출은 한계가 있다. 해외 인프라 활용 및 직접 투자에 어려움이 있고,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실패할 경우 사업 위기로 돌아오는 탓이다.
아직까지는 해외직구족을 겨냥한 역직구 활성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역직구 시장을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역직구를 위한 국내 플랫폼 활성화와 인프라 네트워크가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보다 질적인 상품의 다각화와 국내 브랜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조업으로 세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스마트폰, 자동차 등이 인기가 있고 특히 김이나 화장품, 푸드나 음반에 있어서 여전히 인기가 많다”면서 “역직구를 이용한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고의 브랜드네이밍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돈이 없으면 저가의 중국 제품을 사고 여유가 되면 고가의 제품을 사거나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품질은 괜찮지만 최고의 브랜드 상품이 없는 점이 아쉽다”면서 “중국에 비해서도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들이 개선될 경우 역직구의 무역수지 흑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김용태 건국대 국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이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 경우 관세 행정적 측면에서 다른 나라의 관세관들을 통해 우리의 역직구 수출에 있어서 애로사항과 장애가 없는지 살펴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아갈 때 우리 기업들이 역직구 성장을 더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뿐만 아니라 저가의 제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나라 브랜드로 위장하거나 탈바꿈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역직구 현상도 있을 수 있으니 관세 측면에서는 이런 부분이 유의되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대부분 국가와 기업이 역직구 시장에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판로 마련과 국산제품의 양질의 생산이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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