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의 미비로 부당 청구 의료비를 사후에 적발하더라도 이를 환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더케이손해보험과 한의원 간 구상금 청구 소송에 대한 대법원판결로 손해보험업계가 대안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사안은 불법 약침액 사용 관련 진료비 청구 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2013년 7월부터 약침액을 이용한 약침술을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이하 자보수가)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심사해오고 있다.
이후 대한약침학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없이 약침액을 만들어 전국 한의원에 판매한 행위가 드러나자 심평원은 2014년 3월 정정 심사에 들어가 문제가 된 진료비에 대해서는 환수 조치를 하도록 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8월 대한약침학회가 약침액을 만들어 전국 한의원에 판매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약침학회에 27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일부 한의원은 심평원의 환수 통보에 불복해 보험금을 보험사에 돌려주지 않았고, 더케이손보는 구상금 청구 소송에 들어갔다.
2심까지는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심평원이 이미 확정된 진료수가를 변경하는 내용의 심사 결정을 내리거나 그런 결정이 효력이 있다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자배법(2015년 1월 6일 개정 이전 기준) 제19조에서는 심평원의 심사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30일 이내에 자보수가분쟁심의회(이하 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기한 내 청구하지 않으면 양측이 심사 결과에 합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의원들이 청구한 약침 진료비에 대해 심평원이 심사해 자보수가 기준에 적정하다고 판단했고, 보험사들은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약침 진료비 청구건에 보험사와 한의원 양측이 합의한 셈이다.
이후 허가 없이 제조한 약침액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심평원이 정점심사했으나 대법원은 자배법에 이에 대한 근거 조항이 없다고 봤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심사업무처리에 관한 규정'에서 "심사내역을 확인한 결과 새로운 조정사유를 확인한 경우에는 그 내역을 의료기관 및 보험회사 등에 통보해야 한다"며 근거 규정이 있다고 항변하지만 이 규정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불과하다.
이는 건강보험 급여에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를 해서 부당이득을 회수할 수 있도록 의료급여법,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두 법률에서는 정부가 급여 내용을 검사해서 부당이득을 징수하고 해당 의료기관의 업무를 정지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심평원의 환수조치가 내려진 치료비에 대해서 의료기관이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가 정정심사 후 돌려받지 못한 보험금 규모가 연간 100억원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불법도 허용되는 자배법으로 약침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항목이 정정심사로 내려오고 있음에도 환수가 안 돼 선량한 고객들의 보험료가 세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