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급격히 악화된 손해율로 진땀을 빼고 있다. 상반기 상위사들의 손해율이 적정 손해율을 훌쩍 상회하면서 자동차보험 시장이 판매할수록 ‘손해 보는’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올해 2차례나 보험료 인상을 했음에도 손해율 악화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3번째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상위 6개 손보사의 상반기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1%로, 전년 같은 기간 81%에 비해 6.1%포인트 증가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6개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모든 손해보험사들이 일제히 적정 손해율 77%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 사실상 ‘적자 시장’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 기간 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의 손해율은 87.1%였다. 2위권 손보사인 DB손보와 현대해상역시 86.8%와 86.5%를 기록했으며, 4위 KB손보의 손해율은 86.8%였다.
5위사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메리츠화재는 84.7%, 한화손보는 90.6%까지 손해율이 악화됐다.
특히 한화손보의 경우 상위사중 유일하게 손해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수익성이 대폭 악화된 상태다. 이는 전년 대비 손해율이 7.3%포인트나 높아진 메리츠화재도 마찬가지다.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문제의 심각성은 손보사가 손해율 개선을 위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효과가 전무하다는데 있다.
손보업계는 작년 국토교통부의 차량 정비요금이 인상과 취업가능연한 상향 조정 등의 악재로 보험금 원가가 상승, 손해율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에 휩싸여 있었다.
손보사들이 국민 여론 및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인식을 감수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두 번이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6개 손보사는 1월 평균 2.7~3.5%, 6월 1~1.6%를 보험료를 올렸다. 상반기 전체 자동차보험 인상률을 KB손보(5%), 현대해상(4.9%), 한화손보(4.7%), DB손보·메리츠화재(4.5%), 삼성화재(4.2%) 순으로 높았다.
문제는 이 같은 보험료 인상이 당초 보험업계가 필요하다 주장했던 7%대에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적정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밝힌데다 물가 연동 지수인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정치권의 압박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단행에 앞서 "자동차보험료는 원칙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보험료 인상이 필요함을 금융당국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선’을 지킬 것을 요구함에 따라 손보사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차례의 보험료 인상으로도 정비수가 인상요인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손보사들의 하소연이다.
1분기에도 이미 업계 손해율은 80%를 초과했다. 업계 가마감 결과 4월 이후에는 90%를 넘어서며 성수기와 장마철이 겹치는 상반기 이후에는 100%를 돌파할 것으로 우려됐던 상태다.
‘손해율 폭탄’ 우려가 현실화 됐음에도 업계 일각에서 90%대의 손해율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오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손보사들이 연내 보험료를 또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이미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보험료 인상을 단행한 만큼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효과가 실제 손해율 개선을 이끌기 위해선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며 “연내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극히 적은 상황에서 적어도 내년까진 손해율이 지금보다 더욱 악화되고 평균 손해율이 100%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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