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우리은행과의 소송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결정했다.
17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감원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항소는 판결문을 정식으로 수령한 뒤 14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금감원은 지난 3일 판결문을 송달받았기 때문에 이날까지 항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1월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은 징계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은 ‘법률에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는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규정이 없다’고 판결하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 금융소비단체‧정치권 압박…줄소송도 부담
일각에서는 정은보 금감원장이 ‘시장 친화적 행보’를 예고한 것을 두고 항소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금감원은 수차례 내부회의를 통해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항소심에서 다시 법적 쟁접을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감원이 징계사유로 든 다섯 가지 항목 중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 한 가지는 인정했기에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융소비자단체와 정치권의 압박도 금감원의 항소 결정에 힘을 실었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소속 의원 12명은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문책경고 처분 취소 판결에 즉각 항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 등 6개 시민단체 역시 공동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즉시 항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항소에 나서지 않으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 또한 즉각 취소해야 하는 등 감독기관으로서 더 큰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점, 동일한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며 줄소송을 이어갈 수 있는 점 등이 금감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감원은 항소에 나섰다가 패소할 경우 지게 될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패소하면 시간만 지연되고 금융당국의 위상마저 떨어지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항소로 대법원 판결까지 가면 적어도 몇 년 이상 소요될텐데 금융사 입장에서든 금감원 입장에서든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사모펀드 관련 징계안을 전부 보류 상태로 가지고 가야한다. 손 회장의 최종 소송 결과가 나올때까지 다른 금융사 CEO들 징계도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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