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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세무사 시험②] 진짜 쟁점은 최소합격인원…후 채점, 왜 없다고 하나?

후 채점 관행, 최소합격인원 충족 위해 과락률 보정
공단 “시험 후 채점없다” vs 합격자‧학원가 “관행 있었다”
작은 흠 있으면 정답 써도 0점…억울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에 대해 공무원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 측에서는 후 채점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응시자들 중 일부는 과거 과락률이 과도한 과목에 대해서는 ‘후 보정 작업’, 즉, 후 채점을 통해 과락률이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법학 1부에 대한 이러한 후 보정 작업이 없어 82.13%라는 역대급 과락률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일부 현직 세무사들과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후 채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면서 공단 책임론이 더욱 부상하고 있다.

 

 

 

◇ 논란의 진짜 핵은 ‘최소합격인원’

 

후 채점이란 1차 채점을 한 ‘후’ 특정 과목 내 과락(평균점수가 40점 미만) 대상자가 너무 많이 나올 경우 재채점 보정을 다시 점수를 끌어올리는 ‘내부 관행’을 말한다.

 

채점 기준을 너무 엄격히 적용해 한 과목에서 대규모 과락자(탈락자)가 나오면 최소합격인원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법에서는 연간 최소합격인원까지는 세무사를 배출토록 하게 하는데 2018년까지는 630명, 2019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는 700명이었다.

 

평균 60점 이상 합격자가 미달된 경우 최소합격인원을 충족시킬 때까지 차점자부터 합격을 시키고 있다.

 

실제 세무사 시험은 난이도가 높아 최근 한 번도 법에서 정한 합격점수 60점(각 과목 최소 40점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세무사 시험 연간 커트라인은 2014년 47.25점, 2015년 52.25점, 2016년 50점, 2017년 52.25점, 2018년 54점, 2019년 55.5점, 2020년 56.25점이었다.

 

 

논란이 된 2021년 시험의 커트라인(45.5점)이 최근 8년간 가장 점수가 낮았다.

 

문제는 과락이다.

 

아무리 최소합격인원 미달이어도 특정 과목 40점 미만인 과락자는 선발할 수 없다.

 

후 채점을 통한 보정이 있지 않으면, 특정 과목 과락률이 80%까지 치솟고, 평균점수가 30점대까지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는 자칫 최소합격인원만큼 뽑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시험 운영을 완전히 실패한 것이기 때문에 출제자나 채점자 뿐이 아니라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까지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세무사 시험 학원가 관계자나 일부 응시자들이 ‘후 채점이 있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시험 2차 3교시 세법학 1부의 경우 후 채점 필요성이 높았다.

 

이 과목 과락률은 2014년 이후 역대 최고급인 82.13%로 응시자 3962명 중 3254명이 과락 커트라인인 40점을 넘지 못했다.

 

평균점수는 31.84점으로 2014년~2020년까지 세법학 1부 평균점수(42.27점)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 과목에서 과락(40점)을 넘긴 사람은 불과 708명. 이중 세무사 자격을 손에 쥔 인원은 555명에 불과했다.

 

 

◇ 후 채점 외면하는 공단

 

공단 측에서는 후 채점에 대해 일제 부인하고 있다. 정규절차 내 없는 사안이며, 존재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직 세무사들은 후채점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현직 세무사 A씨는 “내가 2011년 시험에 합격했을 때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후 채점은 당연히 일반적이었다. 특정 과목에서 과락률이 심하게 발생하면 채점위원들이 후채점을 통해 심하게 떨어진 과락률을 조정했다”라고 말했다.

 

현직 세무사 B씨도 “한 시험에서 과락률이 어떤 과목은 15%, 어떤 과목은 80%나 오갔다는 것은 시험이 매우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이라며 “공단이 이번에 왜 후 채점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학원가에서도 후 채점 과정을 두어 과목 별 평균점수를 조정하는 관행이 공단 내 존재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들은 특히 2014년, 2017년, 2019년, 2020년 일부 과목에서 후 채점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C씨는 “후 채점은 시험 운영과 관련해 기술적인 문제”라며 “커트라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민감한 이슈이긴 하지만 정식 절차가 아니라 채점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라서 대놓고 가르쳐 주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진짜 억울해 하는 이유는 꼭 일반응시자 합격자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고 본다”라며 “정답을 제대로 쓴 사람조차 작은 흠집을 책 잡아 점수를 제대로 못 받게 해놓고는 공무원들이 보는 회계학 시험은 너무 후하게 점수를 준 것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 채점 필요성이 가장 필요했던 것이 이번 시험이었다”며 “억울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지금 응시자들이 원하는 건 자기가 쓴 답안에 정당한 점수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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