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시험 채점과정에서 난이도가 낮은 소위 점수벌이용 문제에서도 대거 0점 처리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더 자세하게 쓴 답안지도 0점 처리 하는 등 제대로 된 채점기준이 없었던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법학 1부 응시생의 절반(2025명(51%)이 넘는 0점 처리를 받은 4번 문항.
4번 문항은 저당권 등이 설정된 재산의 평가특례 적용방법에 대한 문제다.
평가특례 설명을 요구하는 4-1)문항, 예제 풀이를 묻는 4-2)문항은 상당한 난이도가 있지만, 단순절차를 물어보는 4-3)은 전혀 달랐다.
4-3)번 문항은 4점짜리 문제로 증여세와 상속세의 결정기한을 묻는 문항이다.
세금 신고-부과-결정-송달 등 기본 절차는 특별한 이해없이 단순 암기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영역이라 외우기만 했다면 점수벌이용 문제다.
두 세금은 납세자가 세금이 얼마인지 신고하고 세무서가 일정 기한 내 납세자가 신고한 세금이 적당한지 결정(확정)하는 세금으로 모두 정해진 기한 내 신고-결정이 완료되어야 하는데 통상 신고-결정기한은 증여 3‧6, 상속 6‧9로 외운다.
‘증여세는 납세자가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고해야 하고, 세무서는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 이내 결정’, ‘상속세는 납세자가 상속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신고해야 하고, 세무서는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 이내 결정’이 법조문 내 내용이기 때문이다.
4-3) 문항은 세무서의 결정기한을 묻는 문제이기에 ‘증여세는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 상속세는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이란 말만 들어가면 4점 만점을 받아야 한다. 둘 중 하나를 못 썼다면 2점, 하나도 못 썼거나 오답이면 0점으로 채점해야 한다.
세무사 시험연대(이하 세시연)이 제공한 답안지 복기 자료에 따르면 ‘증여세는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 상속세는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이라고 작성한 사람은 4점을 받았다.
그런데 아래처럼 법조문을 그대로 인용해 작성한 답변은 0점 처리를 받았다.
‘증여세는 납세자가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고해야 하고, 세무서는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 이내 결정’, ‘상속세는 납세자가 상속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고해야 하고, 세무서는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 이내 결정.’
위 답변은 정답에서 필요한 내용(결정기한)을 모두 담았을 뿐더러 납세자의 세금신고기한까지 덧붙여서 작성했기에 4점을 부여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답변이었다.
굳이 흠을 잡는다면 결정기한을 묻는 질문에 결정기한만 쓰지 왜 신고기한까지 썼느냐고 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출제 의도는 결정기한을 아는 지 모르는 지였기에 결정기한이 온전히 들어가 있는 답변에 신고기한 하나 더 풀어 쓴 것이 0점 처리 요인인지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판단이냐'며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게다가 2점 처리를 받은 사람 중에는 0점 처리 답변과 거의 유사하게 쓴 사람도 있어 채점 기준의 일관성에 실패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응시자 A씨는 “지금 세무사 시험이 논란이 되는 건 난이도가 아니라 채점문제”라며 “정답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데 추가적인 설명을 했다고 해서 0점 처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 측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측은 4-3) 문항에 대해 검토한 결과 출제 및 채점 과정은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업무상의 오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채점은 해당 과목 출제위원이 직접 수행해 채점 기준이 엄정하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세시연 측에서는 채점 문제에 대해 행정소송을 전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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