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대북송금 수사 중인 쌍방울 세무조사를 직접 기획했는지 질의했다.
이는 강 후보자가 불법 정치 세무조사로 의심되는 대형사건의 총대를 짊으로써 정권 충성으로 한 자리 잡은 거 아니냐는 의문으로까지 전개될 수 있는 핵심 질문이다.
강 후보자는 개별 납세자의 과세 정보를 이유로 답변을 회피했다.
임 의원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강민수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2022년 12월 13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사4국을 동원해 검찰 수사 중인 쌍방울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착수함으로써 쌍방울을 쌍으로 압박한 것에 대해 강 후보자가 직접 연루돼 있는지를 물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북한과의 경제공동체 혐의(제3자 뇌물 수수)로 입건하기 위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다.
이 사건 핵심 관계자는 김성태 쌍방울 회장으로 김 회장 측의 행동이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되느냐에 따라 이 전 대표를 유죄 기소할 근거가 마련되게 된다.
서울국세청은 검찰수사 중인 쌍방울 그룹에 조사4국 인력을 대거 투입, ㈜쌍방울, ㈜광림, ㈜비비안, ㈜미래산업 등 모든 계열사에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 형사 피의자인 김 쌍방울 회장에게 엄청난 압력을 주었다.
◇ 쌍방울 세무조사, 이 어마어마한 사건을 왜 총대 멨나
이날 임 의원의 질의는 2022년 12월 당시 강 후보자가 서울국세청장으로서 쌍방울 그룹 전 계열사 특별 세무조사 승인자였는지를 밝혀내는 데 집중됐다.
국세청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 따르면, 서울국세청 조사4국 세무조사의 결재권자는 국세청장 또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이다.
규모 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영향이 큰 기업 또는 정치인에 세무조사를 들어가는 것은 국세청이라도 부담이 크다. 자칫 차후 조사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국세청장이라도 되도록 최고책임자인 국세청장에게 결재 책임을 떠넘기는 게 편하다.
그런데 중대한 사건에서 국세청장이 뒷짐지고 서울국세청장이 세무조사의 최종 버튼을 눌렀다면, 그 서울국세청장은 대단한 강심장이거나 아니면 정권 충성 공로를 세우고자 했다고 읽힐 수 있다.
임 의원이 가진 정보에 따르면, 쌍방울 세무조사의 경우 국세청 본부가 조사를 기획했다는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결재권자는 김창기 국세청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남는 사람은 서울국세청의 수장, 강 후보자(현 서울국세청장)밖에 없다.
이토록 중요한 사건을 국세청장을 제끼고 그 부하인 서울국세청장이 단독 승인해서 지휘했다면, 공정한 세무조사가 아닌 정권 충성을 위해 조사요원을 동원했다고 의심될 수도 있다.
◇ 통상은 피한다는 비정상적 세무조사
이날, 임 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쌍방울 세무조사는 착수 상황부터 통상의 세무조사가 아니었다.
국세청은 검찰 수사가 들어간 곳에는 세무조사는커녕 신고검증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통상은 검찰이 들어가면 하던 세무조사도 중단하고, 하려던 세무조사도 연기한다. 검찰수사+세무조사 겹 조사는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들어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면 기업 회계자료도 함께 가져간다. 게다가 국세청 세무조사관이 사건 참고인으로 검찰에 불려갈 수도 있다. 국세청이 검찰 실적에 동원되는 꼴이 되는 셈이다.
납세자 입장에서도 엄청난 부담을 준다.
검찰 수사를 받는 것도 변호사 비용 및 대관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국세청 세무조사가, 그것도 한 두 곳이 아니라 전 계열사로 들어가면 그 기업은 회계펌과 로펌에 엄청난 돈을 주고 외부 용병을 한시 고용해야 한다. 국세청 전관 장사도 대흥행이다.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성태 쌍방울 회장과 더불어 검찰로부터 협조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등은 이 전 지사 측의 주장 등을 다각도에서 확인한 정황들을 여럿 보도하기도 했다.
회유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이면, 김 쌍방울 회장은 검찰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로 냉탕에 들어가고, 2023년 7월 검찰이 불러서 온탕 제안을 받았다는 셈이 된다.
속된 말로 서울국세청도 쌍방울 회장 손목 꺾는데 동원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다.
◇ 답변은 빨랐지만, 답은 하지 않았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개별 과세정보 물어본 거 아니라 업무 처리를 물어본 거다. 국세청 본부에서 (쌍방울 세무조사 지시) 내려온 게 아니라면, 서울국세청 자체 선정한 건가. 그렇다면 중간결재 최종승인 서울지방국세청장(강 후보자)이 사인하셨죠?”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의원님께서 너무나 잘 아시다시피 개별 사안 관련해선 답변… (할 수 없다).”
강 후보자는 임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 속도는 빨랐지만, 그 어떠한 구체적인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발언은 증언의 효력을 가지며, 증언이 사실이 아닐 겨우 위증죄 처벌 대상이 된다.
때문에 역대 국세청장 후보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개별 사안에 대해 국세기본법 81조의13 비밀유지 조항을 들어 개별 과세 정보는 밝힐 수 없다는 말로 분란을 피해왔다.
‘개별 과세정보를 물어본 게 아니다, 따라서 인사청문회 후보자로서 답변 범위에 있는 내용이다, 쌍방울 세무조사를 국세청 본부에서 기획하지 않고 결재도 안 했다면, 서울국세청에서 기획하고 서울국세청장(강민수 후보자)이 결재한 거 아니냐.’
임 의원은 쌍방울 세무조사 단독기획 관련 증언 확보를 위해 서울국세청장인 강 후보자가 한 일이 아니냐는 취지로 거듭 따졌다.
강 후보자는 끝내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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