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기업실적의 청사진이다. 기업회계는 총체적인 기업의 지표를 보여준다면, 세금은 1년간 얼마나 실제 이익이 발생했는지에 집중한다. 이러한 현금성 지표에는 기업실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으며,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과 같은 합계표가 아니라 기업 실적의 청사진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업 역량의 바로미터, 법인세로 보는 기업실적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019년 삼성전자 실적 관련 현재 여론지상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영업이익 반토막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법인세 증가, 배당 유지’는 ‘영업실적 반토막’과 다소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내실은 법인세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매출·영업이익’ 더블 악화
2019년 삼성전자의 표면적 실적은 좋지 않다.
삼성전자와 관련된 기업들의 지표를 보여주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삼성전자의 2019년 매출은 230조4009억원으로 2018년(243조7714억원)보다 13조3705억원 줄었다.
매출은 줄었는데 원가부담은 도리어 늘어났다.
2019년 매출원가는 147조2395억원으로 2018년 132조3944억원보다 14조8451억원 늘었다.
인건비 등 고정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판매비와 관리비도 2019년 55조3928억원으로 2018년 2조9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영업이익 하락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2019년 영업이익 규모는 27조7685억원으로 2018년 58조8867억원에서 52.8%(31조1182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만 보면 실적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실적과 역행하는 ‘배당금·법인세’
하지만 법인세와 배당금 항목을 보면 사정이 반드시 나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지갑에 현금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는 게 정석이다.
배당금의 원천인 당기순이익은 2019년 21조7389억원으로 2018년(44조3449억원)에서 51.0%나 감소했다.
하지만 2019년 삼성전자 배당금은 9조639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18년에 쓴 배당금인 10조1937억원보다 약 5545억원(5.4%)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곳간을 뒤져 쥐어짜기식 배당을 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법인세를 보면 그렇게 판단하기 어렵다.
세금은 실제 발생한 이익에 매긴다.
2019년 삼성전자 연결기준 법인세 납부액은 13조2211억원으로 2018년 12조4494억원보다 6.2% 증가했다.
삼성전자 법인세 납부액의 증가는 영업이익은 52.8% 감소했지만, 실제 지갑사정은 상황이 달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 악화, 원인은 ‘재고’
이러한 메시지를 투자자들이 믿으려면 매출창출력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영업 측면에서 매출창출력은 매출확보, 매출원가, 판매관리비로 구성된다.
우선 2019년 매출 대비 매출원가율은 63.9%로 지표상 2018년 54.3%보다 악화됐다.
2019년 매출원가 자체 규모도 147조2395억원으로 2018년보다 14조8451억원 증가했다.
매출원가 상승은 재고에서 발생했다.
2019년 비용으로 인식한 재고자산의 금액은 145조7935억원으로 2018년 131조5023억원보다 14조2912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매출원가 상승폭(14조8451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비용으로 인식하는 재고자산은 늘었지만, 재고관리는 더 나아진 측면도 있다.
2019년 삼성전자의 재고자산회전율은 5.5회, 평균 재고보유기간 66.4일인데, 2018년 재고자산회전율 4.6회, 평균 재고보유기간 79.3일보다 개선됐다. 재고가 돈으로 만들어지는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악성재고도 줄었다.
재고자산평가손실 등 항목의 금액은 2019년 7852억원으로 2018년 1조9483억원보다 1조1631억원 줄었다.
경기변동에 대응한 투자 흐름
실제 2019년 삼성전자 매출부진의 주요인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위축이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추정치는 2018년 보다 12.8% 줄어든 4090억 달러였다. 2018년 4688억달러에서 무려 598억 달러나 줄었다.
2019년의 반도체 시장 위축은 시장 자체의 망조는 아니다. 2018년 반도체 시장이 성장률이 13.7%를 기록하는 등 지난 수년간 고속 성장에 따른 하향 조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
지난해 말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 역시 2020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전년대비 5.9% 상승한 4330억 달러로 진단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영향은 반영돼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요인이 아니라 일시적인 환경적 요인이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 패러다임을 뒤집을 요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경기위축의 정석 ‘투자·재무지출’ 감소
‘반도체 산업의 일시적 위축과 하락세.’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은 간단했다.
2019년 삼성전자 투자액은 39조9482억원으로 2018년 52조2405억원보다 23.5% 줄었다.
팔 물건이 줄면 투자를 줄이는 건 상식이다. 전체 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내실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장기 금융상품을 12조7255억원 늘렸다. 2018년 7조6787억원보다 65.7% 늘어났다. 반면 단기 금융상품은 2018년 12조3683억원에서 2조3091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또한, 무형자산을 사들이는데 2019년 3조2499억원을 투입했는데, 2018년보다 218.5% 늘어난 수치다. 지적재산권 등 미래 열매를 맺을 뿌리를 다진 것이다.
재무상 지출도 줄였다. 재무지출이란 삼성전자란 회사의 현금 지갑에서 현금이 얼마나 왔다 갔다 했는지 보여주는 항목으로 대출금의 변동, 배당 관련 지출을 확인할 수 있다.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8658억원 순증했지만, 2018년 2조464억원을 미리 갚아뒀기에 문제 될 사항은 전혀 아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재무부문 현금지출은 9조4845억원으로 2018년 15조902억원보다 5조6057억원 줄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로 인한 매출과 이익의 축소가 발생했지만, 실제 원가 상승은 재고자산 평가손실에서 발생했다.
준수한 투자, 재무흐름 등을 통해 기존에 쌓아 올린 내실을 다졌고, 덕택에 세무상 이익이 늘었으며, 9.6조원의 배당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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