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금융당국의 가입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 택배·대리운전 기사나 소방관 등 ‘고위험 직업군’ 소비자들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에 시달린 손해보험사들이 위험직군은 물론 일반 소비자의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높인 상황에서 이 같은 현상은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말 기준 10개 손보사(삼성화재, 흥국화재, DB손보, 한화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MG손보, 현대해상, 농협손보, 롯데손보 등)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평균 8.4%로 집계됐다.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최근 1년간 전체 신계약건수 중 상해위험등급 3등급(보험개발원 직업등급표 기준 D및 E등급) 가입자가 포함된 계약건수의 비율을 말한다.
이는 최근 1년간 손보사를 통해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 중 ‘위험직군’에 해당되는 가입자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보업계에서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이 가장 낮은 손보사는 4.3%를 기록한 롯데손보였다. 농협손보(4.8%)는 물론 대형사인 현대해상 역시 가입률이 5%에 불과했다.
반면 업계 시장점유율 1위사인 삼성화재의 경우 12.2%의 가입률을 기록, 상대적으로 위험직군의 실손보험 가입 문턱이 넓었다.
삼성화재 외에도 흥국화재(11.2%)와 DB손보(10.6%), 한화손보(10.4%) 등이 두 자릿수 가입비율로 높은 축에 속했다. 위험직군 가입자가 10명중 1명이라도 미치는 손보사가 불과 4개사에 불과했던 것이다.
실제로 중소사와 대형사를 아울러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은 저조한 수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MG손보(7.7%), 메리츠화재(8.6%), KB손보(9.2%)는 나란히 10% 미만의 가입률을 나타냈다.
이는 전년 동기 업계 평균 가입률이 9.0%였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보험 가입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각종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1년 사이 위험직군 고객들의 실손보험 가입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특정직군의 보험 소외 현상이나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난 2018년 상반기부터 업체별로 위험직군의 보험 가입비율과 거절직군수를 공시하도록 했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실손보험 자체가 심각한 손해율로 인해 ‘팔아서 손해보는’ 상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보험금 청구 대비 할증이 아닌, 연령별로 일괄 보험료가 인상되는 실손보험 특성상 ‘안 받으면 손해보는’ 상품이 된 기형적인 구조가 초래한 결과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과거 보험사의 외형 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보험가입 포화상태에 다다른 현재로서는 실손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유지하는 것으로도 벅찬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실제로 중소사를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최근 몇년간 속출하고 있다.
급격한 보험료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손보사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책은 가입 심사의 강화였으며 위험직군 고객은 이 같은 대책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던 셈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사회 통념상 위험직군 종사자들이 고생하고 있는 만큼 보험가입이 수월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심각한 손해율에 대한 대책 없이 마냥 가입을 허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보험사 역시 상품 판매 및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남겨야 하는 사기업인데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타 가입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킬수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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