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일부 소비자들의 의료 '과소비'로 인한 실손의료보험금 누수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비급여 진료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실손보험 청구 상위 10인을 분석한 결과 위염과 요통 진료에 연 820회의 진료를 받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수령,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부문에 대한 의료단체들의 수가 산정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소수의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선 결국 정부가 이를 관리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4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자 1천460만명 가운데 지난해 외래진료 횟수 상위 10명의 연간 평균 진료 횟수는 492회, 보험금 수령액은 2천64만원으로 나타났다.
월 보험료는 가입한 실손보험의 유형과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30대는 1만∼2만원대, 70대는 3만∼12만원대를 부담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1년에 수백회 진료를 받고 많게는 수천만원씩 보험금을 타갔지만 주요 진단명은 경증 근골격계질환, 위염 증세, 감기 등으로 심각한 질환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이용자의 과도한 병의원 이용이 실손보험의 재정을 압박하고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키운다는 사실이 외래 다빈도 이용자 분석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매년 전체 가입자 중 31% 정도만 외래진료 보험금을 청구하고, 9.5%만 입원진료 보험금을 청구했다. 연간 100만원 이상 청구자는 전체 가입자의 2∼3%에 그쳤다.
보험업계와 전문가들은 비급여(건강보험 비적용) 의료비를 실손보험 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특히 의원급 비급여 의료는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는다.
9월 보험연구원 '최근 실손의료보험 청구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7년부터 작년까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고가 진단·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되면서 입원비,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진단료 등은 증가세가 주춤하거나 감소세로 전환한 데 비해 외래 재활·물리치료와 주사료 등 비급여 항목은 의원급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상급종합병원의 실손 청구 비급여 진료비는 연평균 3.4%씩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 의원의 비급여는 3년 전보다 79.7%가 늘었다.
의료 이용량 증가로 실손보험 손해율(보험금 지출/위험보험료)은 130%를 넘었고, 지난해 손해보험업계는 실손보험에서만 2조원 넘게 손실을 봤다.
금융당국은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증·할인하는 구조로 실손보험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4세대 실손보험' 구조는 다음달 초 발표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그러나 약 3천500만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에게는 새 상품구조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제도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많은 재원을 투입해 국민의 의료보장성을 강화해도 실손보험을 겨냥한 비급여가 계속 늘면 보장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비급여 의료 관리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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