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보험업계 대표이사들과의 첫 상견례에서 보험료 인상 억제 의지를 내비쳤다. 보험업계는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실손의료보험에서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보험사 사장단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은 위원장이 지난 9월 취임한 뒤 처음으로 보험 사장단과 만난 자리다. 간담회에는 12곳 생명·손해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보험개발원장, 보험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은 위원장은 "제조 원가가 올랐다고 휴대전화 가격을 그대로 올리지는 않는다"며 "실손보험료도 가격 차원에서 (손해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이 129.1%라며 내년에 실손보험료를 15∼20% 정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보다는 보험사들이 자구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과 관련해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금융당국의 시각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보험사가 손해율 악화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모두 떠넘길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고수했던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최소 수준으로 관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3800만여명에 이르는 만큼 국민 생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일부의 과잉 진료·의료 쇼핑 등이 보험금 누수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또한 간담회에서 보험업계는 보험사의 예금보험료 부담 완화도 건의했다. 책임준비금을 쌓는 업권 특성을 무시한채 무제한적으로 적립금이 늘어나는 현 보험료 체계에 대한 보험사들의 불만이 금융당국에 공식적으로 전달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 부담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항상 보험업계의 자구 노력을 요구해왔다"며 "인상은 최후의 수단인만큼 인상 자체를 억누르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인상폭을 최대한 낮출것을 완곡하게 요구할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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