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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이슈체크] ‘그림의 떡’ 中企청년 위한 100% 전세대출

절차 복잡하고 조건 까다로워...선계약 후대출, 근저당 없어야
시중은행 창구 “실제 대출 극히 드물어, 사실상 없는 상품”
부동산 업자 "조건 맞는 집 귀한데다 임대인 동의 어려워"

# 서울 지역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씨(26, 여)는 월세에 부담을 느껴 올해 초 임대 계약 만료와 함께 전셋집으로 이사를 계획했다. 전세 자금을 위한 대출을 알아보던 중 A씨는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을 위한 전세자금 지원 정책을 알게 됐고, 자신이 재직 중인 회사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최대 1억원 이내 전세자금을 100% 지원해준다는 정부의 홍보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 이었다. 지원을 위해 갖춰야할 선행 조건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개인신용대출까지 동원해 전세자금을 마련했다.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정책의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증금의 100%를 보증해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서 담보 대출’은 현실적으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들을 내세우고 있어,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하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은 청년주거복지 향상과 중소기업 일자리 활성화 등을 위해 연 수입 3500만 원 이하의 중소기업 취업 청년(만 34세 이하, 현역 복무 시 만 39세 이하)들에게 제공하는 정책 상품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지원대상과 한도 등을 대폭 확대해 9월부터 새롭게 선보인 바 있다.

 

이 제도에따르면 연 1.2%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해주며, 대출한도도 최대 1억 원까지 보장된다. 크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서를 담보로 하는 대출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일반전세자금보증서를 활용하는 대출로 구분된다.

 

HUG보증의 경우 임차보증금의 100%를 지원해주며 HF보증은 임차보증금의 80%만을 지원해 준다. 지원 비율이 다른만큼 충족 시켜야하는 조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문제의 대출은 이른바 ‘100% 보증’으로 불리는 HUG보증이다. 해당 대출은 기본적으로 대출차주(임차인)의 신용뿐만 아니라 임대인의 신용에 따라 대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조건이 까다롭다.

 

실제로 서울의 한 시중은행을 방문해 해당 상품을 활용할 수 있을지 문의한 결과 “사실상 없는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창구 담당자는 “물건(건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담보평가와 채권 양도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근저당 설정이 있거나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돼 있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대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에 방문해 중소기업청년 전세대출에 대해 문의하자 곧장 보증금의 80%를 지원해주는 HF보증 상품에 대해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는 100% 보증 상품에 대해 “100%를 보증해주는 대출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 80% 보증 대출을 우선적으로 안내해준다”며 “100% 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 우리 지점에서 1건 정도만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창구 직원들이 입을 모으는 가장 큰 문제는 건물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으면 안 된다는 조건이다. 여기에 상품 특성상 계약을 먼저 체결한 후 계약서를 가지고 대출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있다. 

 

한 은행의 창구 직원은 “만약 대출을 위해 계약을 먼저 체결할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금을 반환 받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꼭 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구동성', 부동산 업자들도 "실효성 없다"

 

선행 조건의 실효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근 부동산들을 찾아 근저당 설정이 없는 물건에 대해 문의했다. 그 결과 모든 부동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공인중계사는 “일단 현실적으로 그런 물건이 나오기 쉽지 않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임대인이 전세대출을 해줄지도 미지수”라며 “최근에는 전세를 원하는 수요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굳이 귀찮은 걸 하지 않으려는 임대인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자는“임대인들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것이 없더라도 은행과 추가적으로 얽히는 것을 기피하기 마련”이라며 “절차가 복잡해 100% 전세대출을 허락하는 집주인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컨설턴트 김인만 Good Members 대표는 “대출 없이 부동산 투자를 진행하는 사람은 100명 중에 5명이 될까말까 하는 수준인데다 청년들이 주로 구하는 원룸의 경우 물건에 대출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근저당이 없는 물건'이 기본 조건이라면 실효성이 없는 정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출 없이 자기 자본으로만 부동산 투자를 하게 되면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가 들어오는 등 불편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산가들도 일부러 대출을 쓴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실제로 청년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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