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LG유플러스가 미군 PX에서 판매한 스마트폰 통신요금에는 부가가치세를 붙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군 PX에서 파는 것은 미군 개인이 개인적으로 사는 물품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군 복지를 위해 ‘현지 수입’한 물건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과세당국은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속사정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① 미군 PX에 팔면 수출품?
부가가치세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붙는 일종의 소비세로 국적과 상관없이 물건을 살 때마다 내야 하는 세금이다.
하지만 수출장려나 관광진흥을 위해 면세나 또는 0%의 세율이 적용하기도 하는데 농산물, 외국인 전용 면세판매장, 수출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주한미군도 부가가치세율 0% 대상인데, 미군에 판다는 건 미국정부에 파는 것과 같으니, 결국 미국에 수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문제는 미군 PX에서 파는 스마트폰·통신서비스 용역이다.
미군 PX를 운영하는 기관은 주한미군교역처(The United States Army & Air Force Exchange Service, AAFES)로 PX(군 판매점) 외 클럽 복지시설을 운영한다.
주한미군교역처는 군 호텔, 군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국군의 복지단과 유사한 위치의 기관이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주한미군교역처는 ‘미국방부 소속 기관’이고 이 교역처가 운영하는 미군 PX를 통해 판매한 통신서비스는 미군에 대해 공급한 ‘수출품’이기에 미군 PX에서 판 스마트폰·통신서비스는 부가가치세율 0%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세청은 2013년 미국 PX 판매분에 대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보고 31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상태다.
어느편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SOFA규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LG유플러스 측의 주장대로 미군 PX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SOFA 제13조 1항에 의해 면세특권을 부여받는 것은 사실이다.
SOFA 제9조 통관항목에서도 현역군인과 행정직원, 그들의 가족을 위해 세금없이 한국으로 물건을 들여올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뒤따르는 제13조 2항을 보면, 한국에서 구입(조달)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양국이 별도 합의하지 않는 한 한국의 세법을 따른다고 되어 있다.
별도로 합의하지 않을 경우 국내 조달한 상품이나 서비스라면 국내 세법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군 관계자는 “부가가치세는 세법사항인데다 SOFA 등 복잡한 제반사항을 살펴봐야겠지만, 상식적으로 미군이라고 해도 PX에서 파는 물건을 수출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수출당국 관계자도 “국내서 개인적으로 사는 물건을 모두 수출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② 반쪽 입법이 문제?
여기에 대해서는 LG유플러스 측도 할 말이 있다.
국내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비거주자는 통신서비스 등에 대해 부가가치세 0%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국세청 추징을 받은 2013년 당시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주한미군의 거주자, 비거주자 여부에 대해 별도로 쓰여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득세법 기본통칙을 준용했고, 그 결과 비거주자라고 판단했다는 LG유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 측은 2017년 2월 정부가 시행령을 바꾸어 주한미군을 과세대상으로 표시함에 따라 그 이후부터는 미군 PX에서 팔았더라도 부가가치세를 매겼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측의 주장은 사실이다.
우선 부가가치세법에는 거주자, 비거주자 판단에 대해 별도로 기준이 없다. 그래서 소득세법상 거주자 비거주자 개념을 빌려다 쓰는데 그 내용이 소득세 기본통칙에 나와 있다.
그런데 소득세법에선 주한미군 등을 비거주자로 분류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득세를 물리지도 않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주한미군을 비거주자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소득세법상 비거주자 조항이 소득세법에 한해 적용하는 일종의 특례조항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거주자란 관광객이나 단기간 출장처럼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장기체류하면서 경제활동 등을 영위한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주한미군과 관련 종사자들도 체류기간(2013년 기준 1년 이상), 가족동반유무, 재산 등을 충족했을 경우 거주자가 될 수도 있고, 실제 그러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소득세법에서 주한미군과 관련된 민간인 전원을 비거주자로 하고, 소득세를 걷지 않는 것은 이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 바로 미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에게서 소득세를 거두려면, 월급을 주는 사업자에 대해 한국정부가 원천징수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정부가 한국정부에 원천징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정부도 미국정부에게 원천징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부분은 SOFA에도 규정돼 있다.
따라서 소득세법상 주한미군에 대해 일괄로 비거주자로 보는 것은 소득세에 한정된 개념이기에 소득세가 아닌 다른 세금에서도 대해서도 비거주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일관된 기본방침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법적 일관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만일 과거에도 미군 PX에서 판매하는 통신서비스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었다면, 세법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다가 2017년 2월에야 법을 바꾸어 주한미군을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라고 명시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주한미군에 대해 파는 국내물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특별한 예외조항이 없는 한 부가가치세 부과가 기본 원칙이며, 주한미군이 주둔한 이래 이 원칙은 바뀐 적이 없었다. 법에 명시를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기본적인 방침이라 굳이 명시하진 않고, 관련 문의가 있을 때마다 여러 예규나 유권해석을 통해 과세원칙을 거듭 밝혀왔다. 문의가 많아지자 혼동을 막기 위해 2017년 2월 시행령을 개정해 명확화 했을 뿐, 부가가치세 과세로 새롭게 법을 바꾼 것은 아니다.”
한국정부가 ‘새롭게 부가가치세를 과세’했는지 여부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SOFA 제13조 2항에 따라 미군 PX에서 판매품 중 한국 국내에서 조달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부가가치세 면세사항은 한미 양국의 협의사항이고, 어느 한쪽이 결정할 수 없다.
새롭게 과세하는 것은 양국간 협의사항인데 2017년 2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 관련 그러한 협의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보면, 주한미군도 미군 PX에서 국내 통신사가 판매하는 통신서비스가 SOFA 제13조 2항에 따라 양국 간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③ 미군 관계자라면 민간인도 면세특권?
LG유플러스 부가가치세 과세와 관련 또 하나 살펴봐야 할 대목이 있다.
SOFA 제16조 현지조달 항목이다.
SOFA 제16조 현지조달 3항에 따르면, 미군이 대한민국 현지에서 조달하는 품목 중 ‘공용’으로 사는 것, 또는 미합중국 군대가 ‘최종 소비’하는 품목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조세를 면세한다고 되어 있다.
뒤따르는 제16조 4항에 따르면, 합중국 군대 소속 현역군인, 민간인 직원 및 그들의 가족은 16조를 이유로 물품 및 서비스의 개인적 구입에 대해 조세 등의 면제를 받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LG유플러스의 미군 PX를 통한 통신서비스 판매에 대해 국세청은 제16조 4항을 근거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군 PX에서 산 휴대폰은 통신보안이 유지되는 군용 주파수가 아니라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민간용이다. LG유플러스 측도 “군용 주파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군 PX 이용자는 현역 미국군인과 미군에 종사하는 민간인, 그들의 가족의도 포함돼 있고, 제공되는 휴대폰과 통신서비스도 ‘군용(업무용)’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용을 위해 개인이 책임을 지고 사는 물건이다.
또한 미군이 군 복지를 위해 PX에 LG유플러스 스마트폰을 들여다 팔았다고 해도 해당 서비스에 대한 계약당사자나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미합중국 군대’가 아닌 각 개인인데다가, 미합중국 군대에는 가족 등 민간인이 포함되지 않는다. 최종 소비자는 미합중국 군대가 아닌 것이다.
④ 주한미군의 막강한 ‘회색지위’
이러한 사안들이 있지만, LG유플러스와 과세당국은 모두 신중한 태도다.
SOFA 상 주한미군에 각종 면세특권 부여는 공무수행과 관련된 공적인 부분에만 적용되며 사적인 부분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개인의 사적행위가 공무수행과 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지를 두고, 거듭 논의해왔다. 이를 명확하게 분리하기 어려운 ‘회색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SOFA 개정이 그 흔적이다.
관련 조세 전문가들 역시 원칙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법상 원칙은 주 서비스가 부가가치세 세율 0%라면, 부 서비스도 0%가 적용되는데, 규정상으로 미합중국 군대, 현역 군인, 가족이나 군속 등이 나뉘어 있지만, 이를 하나로 보아오기도 했다.
단순히 명문규정을 대입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LG유플러스가 이길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내부서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관련된 건에 대해 정부나 사법부도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 측도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다. 조세 전문가들 역시 “LG유플러스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같은 신중함은 LG유플러스가 김앤장, 율촌, 태평양 등 굴지의 로펌을 대거 동원했음에도 조세불복청구 수단으로 감사원 심사청구를 선택했다는 사실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법적소송 전 행정단계인 국세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중 '감사원 심사청구'는 납세자가 이기기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 개월 만에 끝나는 다른 청구에 비해 1년 이상이 걸려 시간을 벌기 가장 좋은 수단이다.
한편, 본지는 주한미군 측에 대해 주한미군교역처(미군 PX)에서 판매하는 물품과 서비스가 SOFA 제16조 3항에 따라 미군 공용을 위해 미군이 사들이는 품목이 아닌 것인지, 주일미군도 우리나라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 지 질의했다.
주한미군 공보관 측은 “해당 질의는 SOFA규정과 여러 다른 영역에 관한 질문이기에 여러 관계부처와의 논의를 거쳐 답변을 준비하겠다”라며 “2월 안에는 답변이 나올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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