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시장에서 지속 성장의 온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보험사는 수익성, 성장성, 자본에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다“
4일 개최된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의 첫 발언은 무거웠다. 새해 덕담이 오고가는 훈훈한 자리가 아니였다.
오히려 저금리와 저성장, 성장 경쟁 속에서 비롯된 소비자 신뢰도 상실 등 각종 악재로 보험업계가 경자년에도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란 ‘현실’을 제시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보험사들이 처한 상황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유관기관과 보험사 대표이사들의 신년사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문제는 ‘대안’이 무엇이냐는 것.
국내 보험정책의 연구를 전담하는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안 원장의 이후 발언에 100여명의 기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이기도 하다.
보험연구원은 우선 현 보험사업 현황을 진단하면서 ▲불완전 판매와 소비자 신뢰 저하 ▲초저금리 환경 도래와 건전성제도 변화 ▲실손 및 자동차보험의 구조적 문제 ▲보험산업의 역성장과 수익성 악화 등 4가지를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연구원은 국내 보험 산업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 불완전판매와 소비자 신뢰 저하로 대표되는 질적인 측면의 성과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장은 “성장기 보험시장에서 보험사는 보험료에 위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도 판매규모를 늘리면 됐다”며 “이런 상품의 유지관리가 잘 됐을리 없고 소비자 불신은 필연이었다”고 말했다.
발표를 맡은 임준 연구조정실장 역시 “불완전판매 비율 자체는 최근 감소하고 있으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완전판매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는 계약유지율은 일본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보험산업 자체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사를 괴롭히는 저금리 환경이 오히려 심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과거 금리와 경제성장률의 상관성을 고려할 때 인구고령화에 의한 잠재성장률 저하와 맞물려 장기 금리 1%대 이하의 초저금리 시대가 조만간 도래 할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원은 이와 연동되어 도입을 앞둔 IFRS17 등 회계기준 및 자본규제가 보험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지적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이익을 개선하기 갈수록 어려워지는 보험사들이 변화된 건전성 제도로 건전성 개선의 필요성은 높아지는 ‘외통수’에 걸린 상황이란 설명이다.
보험사 손해율 악화의 원흉으로 거론됐던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이번 연구원 간담회에서도 날선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손해율 상승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실손보험과 3~4년 주기로 손해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이 반복되고 있는 해당 상품들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보험사의 수익성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
결과적으로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악재들이 쌓여 보험산업이 역성장하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보험업게의 자기자본이익율은 5.95%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6% 이하로 떨어졌다. 보험영업을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기대 수익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었던 셈이다.
연구원은 올해 보험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구조적‧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첨병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천명했다.
보험 전문 연구기관으로 상품 개발부터 감독 제도까지 전 범위에서 보험사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사업모형 혁신에 따른 연구 활동 ▲시장 기능 강화에 주목한 연구 활동 ▲보험 현장과 괴리되지 않는 연구 활동 ▲보험산업의 위상 제고 및 글로벌 활동 강화를 축으로 20개의 세부 연구 과제를 설정한 상태다.
안 보험연구원장은 “보험연구원은 수동적이고 조용한 연구 기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시장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도출하는 역할을 맡겠다”며 “금융당국의 정책 및 감독 결정을 뒷받침 하고 글로벌 시장의 기여도를 높이는 보험산업의 싱크탱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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