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본지 논설고문 겸 대기자) 백번의 친절보다 한 번의 억울한 세금 때문에 국세행정의 이미지를 망칠 수 있다. 열 번 잘하다가 한 번 잘못하면 몽땅 허사가 된다. 그만큼 민감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세금이다.
‘숫자놀음’이라 불려온 세금인 탓에 ‘놀부셈법’이 작용하기 일쑤고, 그래서 관치주의가 오랜 시간 뿌리 내려온 달갑지 않은 관습(?)을 깨기가 그리 쉽지 않다.
치부 같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를 거친 조세행정이라서 자못 터부가 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면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할 역사적 상흔이 분명하다. 하나의 제도가 형성되기까지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그 시대를 둘러싸고 있는 제도권의 환경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조세행정의 성향은 유별나서 권위적이고 군림행정이라는 딱지를 아직도 온전히 떼어버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1970년대 초 세정차관보로 전격 영전자리에 오른 배 도 국세청 실장에게 남덕우 재무부장관은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법령 손질은 납세자의 편의를 고려해서 현실성 있게 손질하라”는 것. 이는 곧 ‘납세자 섬김 세정’의 선행주자인 셈인데, 납세자 사랑의 고뇌의 한 단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로부터 55년 안팎의 오늘의 세정은 장족의 발전된 모습이다. 세수만 따져도 수백 배 이상 확충됐고 수동행정인 아날로그 세정에서 디지털 세정으로 탈바꿈했다. 납세순응도 또한 크게 향상됐다. 선진민주세정으로 한걸음 바싹 다가선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럼에도 절박한 재정수요 충족을 위한 대의명분 때문에 때로는 융숭한 주인대접을 받지 못한 적이 비일비재했다. 줄 것 다 내주면서 객식구 취급을 받아온 적도 어디 한두 번인가.
중복조사 등 위법·부당한 세무조사 중단이라든가 조사기간 연장이나 범위확대 제한 시정 그리고 지난 한 해에도 370건의 납세자의 권리구제 신청을 심의, 191건을 구제한 실적은 납세자 권익보호 행정의 바로미터라 아니할 수 없겠다.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맘껏 실행한 셈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납세자보호위원회가 납세자는 세정의 주인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세행정에 대한 실질적 견제와 통제기능을 수행하여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과세관청의 과다부과 등 잘못 매겨진 세금을 바로 잡겠다는 납세자의 쓴 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20년 내국세 불복청구건수 가운데 총 처리대상 건수 1만 687건 중 8612건을 조세심판원이 처리했는데 인용률이 29.2%에 달했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국세청이 29.5%, 중부국세청이 28.5%, 부산국세청이 31.3%, 대전국세청이 34.2%, 광주국세청이 28.0%, 대구국세청이 24.0%, 인천국세청이 27.2%로 각각 나타났다. 연도별 평균 인용률인 27~30% 안팎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국고주의 과세행정이었음을 반증하는 듯하다.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과세처분 자체에 대한 다툼 때문에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 그 자체의 위헌성 문제가 대두되어 온 적도 있다. 참여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로부터 그 위헌여부가 다투어진 적도 있다.
세법의 입법 취지상 재산 관련세제 쪽으로 정책방향의 기수를 틀고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이지만 세금부담을 더 안게 될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세법 도입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정당한 과세행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비밀성만을 앞세운다면 납세자들로부터 불확실성만을 키우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행여 과세관청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지게 만들 베팅이 될 것만 같아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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